대전을 사람의 만남이 아름다운 도시로,
열린시대 새 지방자치를 만들어갑니다.
김종남(회원, 대전시민사회연구소 부소장)
때 이르게 덥고 가물더니 장마가 왔다. 오랜 시간 애타게 기다렸던 때문인지 넘치게 오는 비건만 물난리 걱정도 덜 들린다. 지역적 편중이 있기는 하지만 바닥이 다 드러난 저수지며 댐이 차오르는 기쁨에 폭우로 쓸려 내려가는 소박한 사람들의 살림살이 걱정이 묻히는 것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사회경제적 약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의 결여나 정책의 의도적 지체가 양해되기는 어렵다. 정의와 포용, 균형을 시대정신으로 문을 연 새 정부에서는 더욱 그렇다. 시민의 삶을 질을 높이는 데 관심있는 혁신 지방정부들이 새 정부와 정책적 코드를 맞추고 있는 시점에서 과거의 관습에 매여있는 대전시의 현실은 매우 안타깝다. 지난 주, 민선 6기 1년을 남겨두고 여러 분야에서 지방정부의 성과와 한계를 짚어보는 자리들이 펼쳐졌다. 진심으로 시민과 소통하고 시민의 행복을 증진한 3년이었는지, 갈등과 번민을 안긴 것은 아닌지 민의가 드러나는 자리였다. 시‧구 등 지방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시민과의 대화’를 하기도 했고, 시민사회단체가 시‧구정 평가의견을 공론화하기도 했다. 평가란 누가 봐도 공정하게 해야 인정되는 것이지만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서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단체장의 공약관리를 하는 지방정부의 입장에서는 과제별로 공약이행에 큰 무리가 없다 할 터이고 갈등관계에 있거나 문제의식이 있는 쪽에서 보면 만족스럽지 않다 할 터이다. 대전시정에 대한 평가도 그랬다. 하루 차이로 이뤄진 시정평가에서 대전시는 시민과의 소통 속에 공약들이 대체로 순조롭게 이행됐다고 자평한데 비해 시민사회단체의 평가의견은 긍정평가와 보통이 비슷한 상태에서 부정적 평가가 다소 우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시 10대 브랜드과제와 정책갈등 관리에 대한 시정평가조사에서 드러난 시민의 의견이다. 민선 6기 권선택시장이 약속한 공약 중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 충청권 광역철도망 건설, 대전시립의료원 건립, 어린이재활병원 건립 등은 대규모 재정투입과 더불어 국가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사안들이었기에 임기 내 성과를 내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하더라도 시민행복위원회 운영, 청년일자리 창출 위한 청년인력공단 설치, 공동체중심의 원도심재생, 그리고 엑스포과학공원 시민공원화 등 시민들의 지지를 받은 공약에 있어서도 추진방향 및 과정에 있어서의 견해 차이가 전체 시정평가에서 부정적 의견이 다소 우세하게 나온 이유일 것이다. 특히, 현재까지도 시민사회와의 갈등이 이어지는 몇몇 사안들의 존재는 내년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권선택시장에게는 아킬레스건이자 대전의 도시환경과 생태계가 건전하게 유지되는 가운데 사는 지역과 계층에 따라 삶의 질까지 달라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시민에게는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동서지역격차가 환경측면에서 두드러지는 가운데 원도심 인구를 신도심으로 빼가는 갑천 호수공원 택지개발사업이나 도시공원 민간특례 개발사업 등은 151만여 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대도시 중 가장 낮은 출산률을 보이는 대전이 채택할 바람직한 정책이 아니며, 지속가능한 도시 관리에 적합한 방식도 아니라는 것은 사회적으로 이미 합의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전의 행정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은 시장의 인적, 경험적 한계를 지적하고, 정치학계에서는 관료주권주의의 폐해라고 지적한다. 정책을 시민들이 제안하고, 의사결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예산도 시민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곳에 쓰도록 하는 시민주권시대에 시민사회와의 소통과 협력을 형식적으로는 따라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관료중심의 행정시스템이 작동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많은 시민들은 대전시정을 이렇게 진단하는데 동의한다. 그리고 시정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스스로 변화의 계기가 되고자 행정과의 갈등을 지속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지역주민과 시민사회단체뿐만 아니라 보다 못한 종교계까지 나서서 변화의 마중물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시민사회와의 갈등을 해소하고 행정도 혁신할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냥 흘려보낸다면? 다음은 없다. ※ 이 칼럼은 2017년 7월 <굿모닝충청>에 기재된 원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