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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서 도솔산을 빼앗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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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서(회원, 배재대학교 공무원법학과 교수) 오랜만에 도솔산을 갔다.

 

출근길이라 도솔봉까지 오르지는 못했지만 내원사까지라도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가을이 거기 있었다. 1년간 학교를 쉴 기회가 주어졌던 지난 해에는, 3월부터 날씨가 많이 더워졌던 7월 중순까지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거의 매일 아침 도솔산을 올랐다. 내동 집을 출발해서 오늘은 이 길로 내일은 저 길로 도솔봉까지 갔다가 돌아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반 남짓. 집 바로 앞에 이런 산이 존재한다는 게 너무나 감사할 따름이었다. 도솔산에서 만난 친구들도 제법 많다. 다람쥐나 청설모, 이름 모를 여러 종류의 새들은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꿩, 살모사, 맹꽁이, 금두꺼비 같은 귀한 친구들도 도솔산은 만나게 해 주었다. 역사적 가치가 크다는 월평산성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런 소중한 자연을 바로 동네 앞에 있는 산에서 마주칠 수 있다는 건 참으로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행운을 대전시가, 아니 대전시장이 빼앗아가려고 한다. 이른바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른 민간공원개발 특례사업 때문이다. 1999년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도시공원 등으로 지정된 지역의 도시계획시설사업이 20년 동안 집행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지정이 해제되도록 관련법이 개정되었고, 이제 2020년 7월 1일부터 지정 해제가 시작된다. 그런데 이를 막고 도시공원을 유지하려면 지방자치단체가 공원부지를 매입하여 공원 개발을 진행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기 때문에 고려된 방식이 민간공원개발 특례사업이다. 그 골자는 공원부지의 70% 이상을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최대 공원부지면적의 30%까지를 공원 지정에서 해제하고 그 개발수익으로 공원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공원부지로 지정된 토지의 소유자들의 입장에서는 30%에 해당하는 토지에 대해서 그 사용・개발의 물꼬가 트이는 것이고, 지방자치단체로서는 공원부지의 70%를 재정부담 없이 유지・조성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니 이들 두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라고 생각할 만하다. 그러나 도시공원을 왜 지정하며 그것의 이용자는 누군지에 생각이 미치면 이런 정겨운 광경은 재앙으로 변해버린다. 도시공원의 이용자는 바로 시민=국민들이고 도시공원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지정되는 것이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이상 헌법 제35조). 그런데 민간공원개발 특례사업은 헌법에 의하여 이러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할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토지소유자의 재산권 보호 또는 개발권 보장과 지자체의 재정부담 경감이라는 명분 아래 도시공원의 30%와 그것을 향유할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이다. 더구나 민간공원개발 특례사업의 특성상 30%의 해제 부지 개발은 개발이익의 극대화를 위하여 대부분 대형 고층 아파트 및 상업시설 건축으로 귀결되고 있고, 이는 인접한 70%의 공원 부지의 정상적인 기능조차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물론 시민들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해서 공원부지에 포함된 토지의 소유자들의 재산권을 무작정 제한할 수는 없는 일이다. 바로 이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시민들의 입장에서 환경권을 포기할 수도 없고 환경권을 이유로 토지 소유자들에게 그 재산권을 포기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갈등해결 능력과 의지가 요청되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런 역할을 위해서 중앙이든 지방이든 정부가 존재하는 것이다. 사실 1999년에 헌법재판소가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을 가져온 결정을 했을 때에는, 도시계획법의 개정을 통하여 20년 정도의 기간이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노력으로 도시공원을 둘러싼 이해관계의 대립과 권리의 충돌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을 터이다. 그런데 일몰제 적용시점인 2020년 7월 1일까지 3년도 채 남지 않은 지금까지, 말하자면 17년 이상의 세월이 흘러가도록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가 이 문제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었던 셈이고, 이제 그 책임을 토지 소유자든 공원 이용자든 시민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셈이다. 중앙정부에서는 도시공원의 지정과 관리는 지방정부의 고유사무라고 주장하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지방정부는 열악한 지방재정으로는 공원부지의 매입이나 도시공원 집행이 불가능하다며 중앙정부의 재정지원과 제도개선을 요구하면서 역시 책임을 외면해 왔다. 그 결과가 지금 전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민간공원개발 특례사업을 둘러싼 갈등들이고, 이 곳 대전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 그러나 다른 지역과는 달리 대전의 경우에는 뭔가 다른 점이 있다. 그것은 시민의 선택에 의하여 지방정부의 운영 권한과 책임을 떠맡게 된 대전시장이 시민의 의견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역의 환경단체와 마을공동체를 중심으로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른 환경 보전 등 대안 마련과 관련한 문제 제기를 3년 이상 계속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해 왔던 권선택 대전시장이 급기야 민간공원개발 특례사업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면서 시민들 사이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장의 태도는 급기야 도솔산 주변 마을 공동체의 주민들을 중심으로 한 시민들의 항의가 몇 달째 시청 앞에서 계속되도록 한 요인이 되었다. 대전시장의 태도에 대하여 특히 시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점은, 시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민간공원개발 특례사업 실시 여부에 대한 심의의결권을 가진 대전도시공원위원회가 이미 5월 26일과 7월 19일, 두 차례에 걸쳐 사실상 부결을 의미하는 재심의결정을 내렸고 심지어 환경부까지도 대전시의 안에 대하여 재보완을 요구하였지만 시장의 태도에는 어떤 변화도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그간 대전시민들과 환경단체들은 내셔널트러스트 등 실행 가능한 대안까지 제시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대전시와 시장은 이에 대해 귀 기울이기는커녕 또 다시 대전도시공원위원회 회의가 열리는 시점까지 무책임하게 사태를 끌고 온 것이다. 지방자치를 실시하는 이유는 시민들의 생활공간과 가장 밀접한 단위에서야말로 민주주의 원칙이 가장 이상적으로 구현될 수 있기 때문이고, 이를 위해서는 지방정부가 주민의 뜻에 따라 구성되어야 함은 물론 지역의 정치와 행정의 전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주민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는 지방자치란 공허한 수사에 불과한 것이다. 더구나 지방정부의 책임을 맡고 있는 자치단체장이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외쳐 온 주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것은 주민의 신뢰 위에서만 가능한 지방자치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10월 26일 민간공원개발 특례사업 실시 여부 결정을 위한 대전도시공원위원회의 제3차 회의가 열린다. 이에 시민들은 제3차 회의에서 위원회가 이 사안을 부결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더 나아가 대전시장이 공원위원회 의결 이전에 스스로 민간공원개발 특례사업 실시 방침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면서 항의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대전시장이 진정으로 대전시민들을 대변하는 지방정부의 수장이고자 한다면, 일방적으로 추진해 온 민간공원개발 특례사업 실시 방침을 백지화하고 지역주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환경보전과 재산권 보장을 조화롭게 일구어낼 수 있는 대안을 찾아나가겠다고 선언하기 바란다. 아울러 중앙정부에도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른 후속 대책을 마련하겠다던 대통령의 공약이 공염불이 되지 않고 실현될 수 있도록 재정지원과 제도 개선 등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 도시공원 문제는 국가와는 무관한 지방자치단체만의 사무가 아니라 헌법에 의하여 국가에 명령되고 있는 환경보전의 의무와 직접 관련된 사안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 오늘도 대전시청 앞에서 항의 집회를 계속하고 있는 많은 시민들과 함께 하는 심정으로 외쳐 본다. \"우리에게서 도솔산을, 월평공원을 빼앗지 말라!\" ※ 이 칼럼은 2017년 10월 <굿모닝충청>에 기재된 원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