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사람의 만남이 아름다운 도시로,
열린시대 새 지방자치를 만들어갑니다.
김종남(회원, 대전시민사회연구소 부소장)
출마선언과 출판기념회가 한창이다. 헤아려보니 6.13지방선거가 4달 남짓 남아 있다. 정치가와 행정가는 물론이고 시민운동가 출신의 정치인도 선거현장을 열심히 누비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하려고 하지 않는 ‘누군가를 대신하는’ 일에 스스로 나서는 이들이 많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권력을 추구해서가 아니라 공익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하므로 더욱 그렇다. 문제는 기초의원부터 단체장까지 수많은 정치인들이 대신하고자 하는 그가 누구이고 어떤 이슈냐는 것이다. 어떤 이는 국가통계상 8.2%의 최고실업률을 기록한 청년이라 하고, 어떤 이는 복지부족의 고령사회에서 절대적 빈곤을 겪는 노인이라고 하며, 또 어떤 이는 출산과 육아 때문에 노동경력이 단절되는 여성이라고도 한다. 한편, 같은 일을 하면서도 고용과 임금편차가 심각한 노동불평등이 문제라고 하는가 하면, 남녀사이의 성 불평등이 문제라고 한다. 어느 세대를 봐도, 어느 영역을 들여다봐도 한숨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다. 30년의 고도성장기를 지나 급속한 성장률의 둔화로 연평균 2%대의 경제성장률에 정착한 한국사회가 선진국의 경험을 보고 배우지 못한 결과가 지금 우리가 처하고 있는 일자리와 복지, 그리고 안전의 보편적인 결핍이다. 며칠전 밀양의 대형 병원에서 큰 화재가 났다. 190명에 이르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전엔 제천의 찜질방이었다. 인명피해 등은 없었지만 아찔한 화재가 대전에서도 있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가연성폐기물처리시설에서 일어난 화재로 내부에는 극저준위이기는 하나 방사성폐기물이 보관돼 있었다. 다행히 화재발생 약 한 시간 반 후에 종료되기는 했지만 사고처리과정은 걱정스럽기 그지없다. 화재경보기가 울렸으나 정확한 발화지점을 찾지 못해 40여분을 허비했으며 그 사실을 원자력안전을 담당하는 부서에 정식보고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자연스레 대전시나 유성구에 화재사실은 통보되지 않았을 것이다. 상상하건대 방사성폐기물 관련 시설에서 화재가 났다면 당연히 그 지점이 상황실 화면에 나타나고 즉시 대응해 진압되며 상부에 그러한 사실이 보고되어야 했으나 원자력연구원의 시스템은 그렇게 운영되지 않았던 것이다. 4차산업혁명 특별시를 자임한 대전광역시내의 국가최고원자력시설에서 이러한 사건이 발생한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앞의 두 참사와 더불어 원자력연구원의 화재도 오랜 시간 누적된 안전의식과 제도의 결핍이 분명해 보인다. 원자력연구원 화재에 대해 30km연대와 환경운동연합 등의 주민조직과 시민단체가 성명과 기자회견을 한 이외 지방정부나 의회는 시민안전조치 차원에서 무엇을 했을까?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 무한책임을 져야할 책무가 지방정부와 의회에 있기에 정부통제를 받는 국가시설이라도 시민안전과 직접 연관된 사안이라면 지방정부가 시민의 이름으로 선제대응할 필요가 있다. 미세먼지가 극심한 상황에서 시민들에게 집안에 머무르라고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승용차운행을 자제하도록 대중교통요금을 무료화한 서울시의 정책이 시민안전차원에서 잘한 정책이라고 칭찬받는 이유다. 이것은 어떤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하는 정부와 의회인가, 그러한 대리인을 어떻게 선출하고 제도를 개혁하는지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원자력이용에 있어 안전보다 진흥을 우선시한 정부의 정책이 현재의 원자력연구원의 안전조치미흡과 시스템의 결핍으로 나타나는 것이고 이러한 정치행정의 한계는 대전광역시 정부와 의회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대전의 변화를 위해 새로운 정치리더십으로 교체해야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는 것은 이런 이유이다. 문제는 사람만 바뀌어서는 안되고 다양한 시민들의 삶의 문제를 기존의 방식과 다르게 정의하고 해법을 내는 다양한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게 시스템도 함께 개혁해야만 우리가 기대하는 민의 그대로의 정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더 많은 청년들과 여성들과 노인들이 도시계획과 주택건설, 환경 및 안전관리 등 시민의 삶과 직결된 시정전반에서 지방정부와 의회와 파트너십을 형성할 때 시민에 의한 안심 정치는 비로소 시작될 것이다. ** 이 칼럼은 2018년 2월 <굿모닝충청>에 기재된 원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