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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지 못한 노동, 지역사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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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지 못한 노동, 지역사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 대전 물류센터 아르바이트 노동자 감전사 사건 희생자를 추모하며

김재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아름다운참여팀 간사   

 

지난 8월 6일, 대전 대덕구의 한 물류센터에서 택배상하차 아르바이트 노동을 하던 청년이 작업 중 감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피해자는 10일간의 병원치료 끝에 16일 사망했다. 사고의 원인은 누전으로 파악되고 있다. 피해자는 더운 날씨에 고강도 장시간 노동을 하던 와중에 상의를 탈의한 채, 운행 중이던 컨베이어 벨트 하단을 청소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사업체 측은 “그동안 누전관련 사고는 전혀 없었다.”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지만 사업체의 주장은 지금까지 운행하는 컨베이어벨트를 정지하지 않은 채 청소작업을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게 지시해왔다는 자기고백에 가깝다. 결국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 작업환경이 만들어낸 인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대한민국의 산업재해 사망률은 노동자 10만 명당 10.8명으로 EU(유럽연합)의 5배에 달한다. 단편적인 수치로도 심각한 수준이지만 더 큰 문제는 산재사망률이 감소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우리는 언제까지 억울한 죽음을 만드는 사회를 유지해야하는가?      택배상하차 일자리의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저녁에 시작해서 다음날 아침에서야 마무리되는 장시간 야간노동부터 쉴 새 없이 택배물품을 내리고 올려야 하는 고강도 육체노동, 안전장비나 교육 없이 근무에 투입되는 작업환경, 관리자들의 비인격적인 대우 등 청년들 사이에서는 가장 어려운 아르바이트 일자리로 유명했다. 사람들이 단기 계약직 및 아르바이트를 구직하는 온라인 플랫폼인 알바몬에서 “단기알바”로 대전지역을 검색하면 리스트의 맨 첫 페이지 20개중 15개가 물류창고에서 진행하는 택배상하차 일자리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비슷한 플랫폼인 알바천국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은데 첫 페이지 20개중 10개는 택배상하차 일자리다. 불안정한 미래, 저임금 장시간 노동이 일반화된 시대에 청년들에게 강제되는 일자리 중 하나인 것이다.    많은 청년들이 위험천만한 노동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다. 운행 중이던 컨베이어벨트를 청소하다 희생된 물류센터 노동자가 있고, 2016년 서울시 구의역에서는 스크린도어를 혼자 수리하던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가 들어오던 전동열차에 치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7년 11월에는 특성화고 3학년 학생이 현장실습 중에 프레스에 눌려서 숨졌고, 같은 해 1월에는 엘지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에서 현장실습 중이던 청년노동자가 “콜 수를 채우지 못했다.”는 압박에 자살을 한 안타까운 사건도 있었다. 대다수의 기업들은 제대로 된 안전 교육이나 장비조차 제공하지도 않은 채 노동자들을 현장에 투입한다.      청년실업과 일자리창출이 전 사회적인 이슈다. 그러나 안전한 일자리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많은 청년들이 목숨을 걸고 노동해야 할 것이다. 이윤창출을 위해서 노동자들의 삶과 생명이 위험으로 내몰리는 것은 이제 멈춰야 한다. 문재인 정부를 비롯하여 많은 지자체장들, 국회의원과 시의원, 구의원 모든 정치인들이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약속하면서 당선되었다. 이제 지역과 당리당략을 떠나서 안전한 일자리를 만드는 것에 힘을 모아야 한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비롯한 노동조합 및 노동단체들, 지역의 시민단체들 역시 머리와 손을 맞대고 함께 고민하고 나서야 할 것이다. 권력 감시 운동단체는 지방정부의 관리감독과 대책을 촉구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조합은 현장의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모아내고 법률단체들은 상담창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보건복지 단체들은 노동자들의 건강을 진단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안전한 노동환경은 안전한 지역을 만드는 일이다. 갈 길이 멀지만 다시 한걸음을 내딛어야 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