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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생활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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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생활복지     둘째 아들이지만 여든 여섯 되신 어머니를 모시고 생활하고 있다. 지난 토요일에는 막내 여동생 내외가 어머니를 모시고 나가 드라이브하고 매운 것을 못 드시는 어머니께 갈비탕도 사드렸다. 어버이날에는 첫째 누나가 보약을 한 재 달여 오셨다. 7남매나 되는 자식들을 키우느라 애쓰신 어머니는 여러 자식들로부터 이런 저런 선물과 대접을 받으며 흐뭇해 하신다. 그러나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우리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아내의 직장생활로 주말엔 가끔 외식을 하게 되는데 그 때마다 어머니는 외식에 드는 비용을 걱정하시며 그 돈이면 삼겹살을 세 차례는 사먹을 수 있겠다고 하시며 조금은 억지로 따라 나선다. 보던 TV 프로그램을 마저 보고 설거지하고 싶은 며느리를 두고 식탁의 그릇을 주섬주섬 들고 주방으로 향하시는 어머니와 자식 따라나가 영화구경 한 번 잘 했다는 어머니의 차이는 무엇일까? 생활과 행사는 이렇게 다르다. 밥 만한 보약이 없다고 어른들은 한결같이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오늘날은 밥보다 보약으로 건강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아무리 좋은 보약일지라도 그것이 일상이 될 수 없는데도 말이다. 요즘 생활시설에서는 주거환경과 활동공간, 음식, 의복, 생활용품, 생활방식 등을 최대한 보통사람들과 비슷하게 만들어 주려고 한다. 대형기숙사를 일반 가정과 비슷한 소숙사로 바꾸고 있다. 똑같은 식판 대신 보통 가정처럼 다양한 그릇으로 교체하고 있다. 아동시설에서도 옷이나 신발 등을 구입할 때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고 있다. 각 어린이에게 공평하게 돈을 나누어 주고 본인이 원하는 것을 사도록 하되 받은 돈보다 비싸면 자기 용돈을 보태서 사게 한다. 연극이나 영화를 볼 때도 극단을 초청하거나 집단관람을 지양하고 보통 사람들처럼 삼삼오오 구경을 한다. 시설 내 프로그램이라 해서 보통사람들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저 어르신이 살아오셨던 생활을 재현하는 것이고, 어르신의 일상을 좇아 그분이 즐겨하시는 것을 프로그램화 할 뿐이다. 가정 같은 시설과 일상적인 생활 같은 복지 프로그램으로 변해가고 있다. 우리가 사람들을 도울 때 특별한 대상으로 분류 또는 분리해 놓고 보통사람들과는 다른 계층으로 때로는 열등한 존재로 구분해 놓는다. 우리가 아닌 그들로 대상화해 놓고, 보통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이 아닌 특별한 활동의 대상으로 구별하고서, 복지라는 이름으로 봉사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돕고 있지는 않은지. 주는 사람은 온정적 시혜자, 구호자, 치료자, 교사, 상담자, 배급자, 후원자, 봉사자의 지위로서 부모같이 행세해도 되고, 받는 사람은 대상자, 케이스, 내담자, 이용자, 환자, 의존자, 수혜자, 원생으로 객체화-대상화된 약자의 지위로 아이 같은 노릇을 하는 불평등한 관계, 불균형한 교환지위, 낙인감, 소외, 굴욕감, 인격과 자존심의 상처, 주체성과 자율성의 약화를 부추기고 있지는 않은지. 인간적인 복지, 인격적인 복지, 자연스러운 복지가 되도록, 도움을 받을지라도 평등한 인격적 존재로 당당히 설 수 있게 하고, 도움 받을 때의 인간적 품위가 손상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청소년의 희망이 된 돈 보스꼬는 청소년을 사랑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그 청소년이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는데 선언적이고 당위적인 복지보다는 당사자가 느낄 수 있는 복지, 측은지심을 가진 시민들의 일방적인 구제와 자선에서 참여적인 양방향 나눔으로 봉사와 사랑이 자리잡기를 소망해 본다. 복지는 평범하며 생활 속에서 느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종생<월평종합사회복지관장> 본 내용은 대전일보 7월 13일자에 실린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