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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특별기획-1] 문제는 어디서 발생하는가 너무 낙관적으로 설계된 국민연금 성공 위해선 3가지 조건 해결해야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2004-06-09    국민연금,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풀 것인가 기획의도 1회. 국민연금, 문제가 어디서 발생하는가 2회. 국민연금, 왜 강제가입인가 3회. 급여수준 과연 높은가 낮은가? 4회. 국민연금, 미래세대의 가혹한 부담인가 5회. 국민연금, 왜 미납자가 그렇게 많은가 6회. 연금수급권 제한 조치, 과연 타당한가 7회. 국민연금기금 제대로 관리되고 있나 8회. 국민연금기금, 과잉 적립이 아닌가 9회. 기초연금 : 과연 대안이 될 수 있나 10회. 외국의 연금제도는 과연 실패했나 11회. 특수직역연금과 국민연금, 과연 불공평한가 12회. 퇴직금의 기업연금화, 의미있는 정책인가 13회. 연금문제, 대안과 해법은? 14회. 연금문제 해법 정리 간담회 국민연금은 1973년 박정희정권이 시행하려 했으나 실패하였고, 1988년 전두환정권에 의해 시행되었다. 권위주의적 정권이 연금제도를 시작한 것은 국내자본 동원이라는 동기가 있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국민연금은 전 국민이 참여하는 일종의 강제저축이기 때문에 대규모의 기금을 형성하여, 경제성장의 자금줄로 사용하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동기가 순수하지 못하다고 비판할 수도 있고, 후발자본주의국가로서 외국자본이 아닌 국내자본이 경제성장의 자원으로 이용된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외국의 대부분의 연금제도는 \'부과방식\'이란 형태로 연금이 운영된다. 가령 노인들에게 연금을 주기 위해 연간 20조원이 필요하면 그 해에 소득이 있는 젊은층에게 20조원을 걷어 연금을 주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막대한 기금 없이도 연금을 운영할 수 있다. 외국은 \'부과방식\', 국민연금은 \'적립방식\' 그런데 국민연금은 막대한 기금을 적립하고, 적립된 기금에서 가입자에게 연금을 주는 방식으로 시작하였다(이를 \'부분적립방식\'이라 한다). 국민연금기금의 운용에 대한 모든 논란은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만약 1988년 당시에 부과방식으로 연금을 시작했다면 현재의 노인들 대부분은 연금을 받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국민연금은 현세대 노인들에게는 아무런 혜택을 주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제도는 여러 특징이 있는데 합리적인 토론을 위해서는 이에 대한 인식이 먼저 공유되어야 한다. 첫째는 국민연금은 연금수급 자격을 보험료 납부 여부와 굉장히 엄격하게 연결시킨 소득비례 사회보험방식이라는 점이다. 이 방식은 안정적 소득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좋지만 납부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이나 고용이 불완전한 사람에게는 연금수급 가능성이 약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납부능력이 있어도 소득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자영자들에게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연금은 저소득층에게 유리하게 설계된 제도 둘째는 매우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국민연금은 저소득층에게 매우 유리하게 설계된 의미 있는 제도라는 점이다. 제2회에서 다루겠지만 국민연금은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상대적으로 훨씬 유리한 연금을 받도록 설계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고소득층이 불리한 것도 아니다. 세 번째는 근로자, 도시자영자 그리고 농어민이 모두 한 제도에 묶여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직종별로 별도의 연금제도를 갖고 있는 데 반해 국민연금은 공무원, 군인, 교원들을 제외하면 전 국민을 하나의 제도에 포괄시키고 있다. 미국과 북유럽 국가에서 채택한 이 방식은 노후문제 해결을 위해 전국민이 \'사회적 연대\'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으나, 가입자들의 소득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으면 집단간 갈등이 유발되는 구조적 약점을 갖고 있다. 노후소득에 대한 집단간 사회적 연대, 그리고 저소득층의 보호, 그리고 수정적립방식이라는 국민연금제도 설계자들의 생각이 현실에서 제대로 효과를 나타내려면 반드시 몇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국민연금이 성공하기 위한 전제조건들 첫째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근로자나 혹은 자영자로 소득활동에 종사하여 연금에 가입해야 하고, 둘째, 가입자들의 소득이 정확히 파악되어야 되어야 하며, 셋째, 국민연금기금 규모가 우리 경제가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규모가 되어야 한다. 1980년대 중반 당시 국민연금을 설계한 사람들은 이 세 가지 전제조건에 대해 굉장히 낙관적인 전망을 갖고 있었던 듯하다. 그러나 이 전제조건들은 시행 1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충족되지 않고, 오히려 국민연금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하여 국민연금을 존폐의 논란까지 몰아넣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먼저 첫 번째 전제조건이 왜 국민연금의 발목을 잡고 있는지 보자. 1988년 당시 국민연금을 강제적으로 처음 적용한 계층은 보험료 납부 능력이 있다고 판단한 대기업근로자들이었으며, 점차적으로 중소기업 근로자와 5인이상 사업장 근로자에게로 확대하였다. 5인이하 영세사업장 근로자는 보험료를 걷기도 어렵고, 대상자 관리가 까다로워 자영자와 함께 지역가입자로 편입시켜 버렸는데 이것이 많은 문제를 야기하는 계기가 되었다. 1995년에는 농어촌지역에 국민연금이 확대되었고, 1999년 4월에는 도시지역 자영자까지 확대되어 형식적으로는 전 국민연금시대가 열렸다. 국민연금의 아킬레스건, 600만명에 달하는 서민층 사각지대 그러나 실제적으로는 약 550만명에서 600만명에 이르는 인구가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는 대규모의 사각지대가 형성되었고 이는 국민연금의 최대의 아킬레스건이 되어버렸다. 소득활동을 하는 모든 사람이 가입해야 국민연금을 통한 사회적 연대와 저소득층 보호가 가능한데 이 전제가 충족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 중 소득활동을 하는 사람이 다수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누가 소득활동을 하는 사람인지 제대로 판별해내지 못함으로써 정부 스스로 국민연금의 정당성을 훼손시켜 버린 것이다. 사각지대 문제의 핵심은 국민연금 가입자들 대부분이 우리 사회에서는 먹고 살 만한 계층인 데 반해 연금에서 제외되어 있는 대부분의 국민은 우리 사회의 서민층이라는 점이다. 다음 기회에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사각지대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국민연금은 미래세대가 주는 \'보조금\'을, 먹고 살 만한 사람들이 독식하는 극히 정의롭지 못한 제도로 전락하게 된다. 모든 가입자의 정확한 소득파악이라는 두 번째 전제 조건은 국민연금의 생존가능성을 더욱 악화시켜 버렸다. 지역가입자 1천만명 중 300만명에 이르는 자영사업자와 수백만에 이르는 일용직과 비정규직, 그리고 영세사업장 근로자에 대한 정확한 소득파악이 안된 상태에서 소득비례방식의 보험료를 전면적으로 적용한 것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노출하면서 연금제도의 정당성을 훼손시키는 결정적 역풍으로 작용하였다. 정확한 소득파악 없이 보험료 전면 적용...연금제도 결정적 역풍 국세청의 자영사업자 소득파악이 부실하고 일용직 등에 대한 소득파악이 안된 상태에서 장기보험으로서의 연금제도에 낯선 자영자와 저소득층의 상당수는 객관적인 근거가 부족한 국민연금관리공단의 보험료 부과고지서를 납득할 수 없었고, 전통적인 국가정책에 대한 불신과 경기불황이 결합되면서 국민연금에 대한 대규모의 저항이 발생하였다. 99년 4월의 국민연금 파동 그리고 최근에 인터넷 공간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국민연금에 대한 반발은 이러한 구조적 맥락에서 나타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영자의 소득파악 미비로 임금근로자만 손해를 보며, 국민연금기금 투자가 잘못되어 연금기금이 큰 손실을 입었다는 언론들의 선정적이고 부정확한 보도가 더욱 더 사태를 악화시킨 것이다. 우리 경제가 감내하기에는 너무 규모가 큰 국민연금적립금이라는 세 번째 조건은 과거보다는 미래에 현행 국민연금제도의 생존 여부를 가늠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이미 국민연금기금은 120조원을 돌파하였고, 2030년 초반에는 2002년 불변가격으로 65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기금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에 마땅한 투자처를 찿기 어렵고, 투자를 한다 해도 공공부문에 의한 민간금융시장의 왜곡 현상이 심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하나의 공공기관이 너무 막대한 기금을 운용하기 때문에 금융시장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국민연금의 목적은 전국민 연대, 저소득층 보호 이 문제는 기금운용을 외부에 위탁하여 다수의 펀드를 통해 기금을 분산 관리한다고 해도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특히 결정적인 것은 현행 재정구조를 전제로 할 경우 2032년 이후 2047년까지 15년간 연금지급을 위해 수백조원의 투자기금을 \'현금화\'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것이 어떤 충격을 줄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주식, 채권, 부동산 등에 투자된 600조원의 돈을 10여년 동안 현금화시키는 것이 가능할까? 30년 뒤에 어떤 경제구조가 만들어질지 모르나 현재 시점에서는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상식에 부합되는 추론일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살펴 본 세 가지 전제조건이 상당 부문 해결된다면 노후생활에 대한 전국민의 연대, 저소득층의 보호라는 국민연금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상적\'으로 설계된 국민연금이 국민들의 노후소득보장에 기여함은 물론 역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제도가 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런 난관을 극복하고 국민연금이 의미 있는 노후소득보장제도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가 이런 조건들을 구축할 실력과 제도적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가? 아니면 전제 조건 충족이 불가능하다는 것에 동의하고 국민연금의 기본틀을 완전히 바꾸는 근본적 개혁을 단행해야 하는가? 이와 관련된 주요 쟁점들을 하나씩 짚어 보기로 한다. [국민연금 특별기획-2] 국민연금, 왜 강제가입인가? 교각살우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권문일(덕성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2004-06-15    국민연금,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풀 것인가 국민연금에 새로운 물결이 불어닥치고 있다. 1988년 제도 도입 이래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기금운영의 비효율성 문제, 저부담-고급여(?) 구조에 따른 연금재정의 장기적 불안정 문제, 대규모 연금 사각지대의 상존 문제 등 다소 추상적이고 거시적인 문제에 한정되어 왔고 또한 문제의 제기 및 논의가 언론, 학계나 시민단체의 전문가 집단 등 일부 계층을 중심으로 주도되어 온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인터넷상에서 떠돌던 \'국민연금의 8대 비밀\' 문건으로 촉발된 작금의 국민연금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논란은 문제의 형태 및 내용, 문제를 제기한 집단의 유형 및 집단의 규모 면에서 그 이전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수급권제한, 유족연금의 수급에 있어서의 남녀차등대우, 보험료 체납에 대한 압류조치의 정당성,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간 형평성 등 지금까지 사회적 관심을 끌지못했던 구체적이고 미시적인 문제들이 사회적 쟁점으로 등장하였던 것이며, 또한 이 과정을 주도하는 집단들이 소수의 전문가 집단이 아니라 온라인상의 수많은 익명의 네티즌들이었다는 점이다. 네티즌 참여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 어떤 사회복지제도이든 그것이 제도 고유의 목적에 부합하고 사회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그 정책이 적용됨으로써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집단들이 자신들의 욕구 내지 이해를 표출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반영해 주도록 요구하는 과정이 수반된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이에 비추어 볼때 최근 네티즌들이 정책의 대상자로서의 피동적인 자세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연금제도의 내용 및 관리운영의 관행에 대해 다양한 측면에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한 것은 시민참여의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하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적이 염려스럽고 우려되는 바는 상당수 네티즌들의 논의가 문제 해결적이고 생산적이며 사회통합적인 방향보다는, 감정적이고 시대역행적이며 사회계층간 분열을 조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고령사회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대량의 노후빈곤을 초래할 수 있는 국민연금제도의 폐지를 외치고, 그에는 미치지 못할지라도 사회보험제도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강제가입을 임의가입으로 전환하여 가입 자체를 개인의 선택에 맡겨버리자는 주장들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주장들이 나오게된 데에는 국민연금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 정부당국 및 연금공단의 관리운영상의 과오 등에서 주요 요인을 찾을 수 있지만,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도 그 하나일 것이다. 국민연금제도, 왜 강제가입인가 국민연금제도는 전세계적으로 160여개 이상의 국가에서 실시되고 있고 이중 138개 국가에서 우리나라와 같이 사회보험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국가들에서 한결같이 국민연금을 강제가입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첫째, 대부분의 사람들은 먼 미래의 노후를 대비하여 저축하는 고통을 감수하기보다는 현재의 소비를 통해 즐거움을 추구하려고 하기 때문에 미래를 대비한 저축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노후에 이르거나 임박해서 경제적 곤란에 처하게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후회하지만, 그 땐 이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너무 늦은 셈이 된다. 이러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거의 모든 국가들은 근로자로 하여금 근로 중에 획득하는 소득의 일정 부분을 저축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가구주 가운데 35%는 노후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그나마 노후준비를 하고 있다는 한 가구주 중 28.4%포인트는 공적연금을 노후준비수단으로 답하였다. 노후준비수단에서 공적연금을 제외한다면 약 54%가 노후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조만간 대량의 노후빈곤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국가는 개인의 자유에 맡겨두고 수수방관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인가? 일부 신보수주의 학자들은 \'자유를 신봉하는 사람은 개인들이 실수할 자유도 신봉해야 한다\'라고 하여 국민연금 폐지를 주장한다. 그들은 개인들이 현재의 소비를 보다 선호한다면 오늘의 소비생활을 즐기도록 국가가 내버려두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노후빈곤에 처하여 굶어죽는 상황이 발생될 때 그것도 개인 선택의 결과이니 존중해야 한다 말인가? 성실한 노후준비자에 대한 보호 둘째,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강제가입은 비단 가입자의 노후생활을 보장한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불성실한 자들로부터 미래를 대비하는 성실한 자들을 보호하는 효과도 있다. 일반적으로 문명화된 사회는 그들의 구성원들에 대한 최저수준의 소비를 설정하고 이를 충족시켜주려고 한다. 그래서 비록 불성실한 자라고 하더라도 노후에 굶어주는 일이 없도록 국가는 최저수준의 생계를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일반적인 책무이다. 그런데 국가에 의해 최저수준의 생계가 보장이 된다면 사람들 중에는 굳이 미래를 대비해 애써 저축하기 보다는 현재 소득의 대부분을 현재의 소비에 써버리려는 태도를 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성실한 사람들은 자신의 노후를 대비함은 물론 불성실한 타인의 노후비용을 위해서도 지불해야 하는 이중의 부담을 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불공평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노후보장에 대한 비용부담이 성실 여부에 관계없이 사회전체적으로 공평하게 배분될 수 있도록 소득이 있는 자에 대해서는 일정 비율의 부담을 강제적으로 부담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보겠다. 소득재분배의 기능 셋째,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득은 근로자가 소유한 자본과 노동과 같은 생산요소에 의해 결정되는데, 그 때 소득 분배에 지나친 불평등이 있거나 시장에서 획득한 소득이 너무 낮아 빈곤에 빠지는 자들이 상당수에 이른다면 사회정의에서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유지라는 차원에서도 시장에서의 소득분배를 시정할 필요가 있는데, 이와 같은 소득재분배 기능을 발휘하는데 국민연금은 매우 유효적절한 수단 중의 하나인 것이다. 혹자는 소득재분배는 조세체계를 통해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에 사회보험제도는 보험 기능에 보다 충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조세제도와 사회보험제도 공히 소득재분배적 성격을 갖고있다고 하더라도, 조세행정은 구체적인 급여를 제공하는 급부행정은 아니어서 저소득층의 생계를 직접적으로 보장해 줄 수 있는 수단이 갖고있지 않음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최근 불거진 국민연금에 대한 불만중 가장 많은 불만이 강제가입 규정이다. 이런 불만은 내 노후는 내가 알아서 하는데 왜 국가가 강제로 가입시키느냐 하느냐는 것이다. 이러한 부류의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국민연금이 노후보장을 위해 그렇게도 좋은 제도라면 강제가입시키기 보다는 민영연금과 같이 가입과 탈퇴를 자유롭게 해서 경쟁하면 보다 좋지 않겠느냐고 주장한다. 일견 이러한 주장은 국민연금 폐지 주장보다는 덜 과격해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국민연금제도 폐지와 다를 바 없다. 왜냐하면 국민연금제도는 기본적으로 강제가입에 기반하지 않으면 사회보험제도로서 존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일 국민연금제도가 강제가입이 아니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해 보자. 강제가입 안하면 연금 존립 자체 어려워져 우선 국민연금 가입이 개인의 자발성에 기초한다면, 소득재분배로 인해 손해를 보게되는 고소득집단은 대체로 민간보험으로 빠져나가게 되고 국민연금에는 보호의 필요성이 가장 큰 저소득집단만 주로 남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저소득계층에게 적절한 급여를 제공하는데 필요한 재원 확보가 어렵게 되어 보험료율을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러면 다시 저소득집단 내에서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계층이 빠져나가는 등의 악순환이 이어짐으로써 국민연금제도는 더 이상 존립할 수 없는 현상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가입자의 선택에 의해 평균 위험보다 높은 위험집단이 순차적으로 남게되는 현상을 역선택이라고 하는데, 소득재분배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한 국민연금 가입이 자발적이라면 심각한 역선택의 문제에 직면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또한 국민연금 가입이 자발적이라면 민영연금은 건강이 나쁜 사람, 위험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 도덕성이 낮은 사람 등을 사전에 자격적부심사(Underwriting이라 함)를 통해 걸러내거나 또는 높은 보험료를 지불하여 보험을 구매하게 하는 등의 절차를 통해 보험사고 발생 가능성이 낮은 개인들을 주로 적용대상으로 하는 반면, 사회보험인 국민연금제도에서는 사전자격적부심사를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여 주로 보험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개인들이 국민연금을 집중적으로 구매함으로써 급격한 연금지출증가에 직면하여 결국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되는 것이다. 소득파악체계가 쉽지않고, 그로 인해 국민연금 보험료부과징수체계에 있어서 불합리한 부분이 있고, 국민연금급여 수급자격에 대한 불만이 있을지라도, 이는 제도의 개선 또는 구조 변화를 통해 완화하고 해결해 나갈 성질의 것이지 그것들을 이유로 국민연금을 폐지하거나 임의가입으로 돌리는 것은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는 것이 된다. 국민연금제도는 조만간 도래될 고령사회의 대량 노후빈곤사태를 방지하여 고령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제도인 것이다. [국민연금 특별기획-3] 급여수준 과연 높은가 낮은가? 연금급여를 놓고 벌이는 \'진실게임\' 권문일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2004-06-18    국민연금,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풀 것인가 정부는 2003년에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핵심논거 중의 하나로서 든 것이 현행 국민연금제도는 부담은 적은 반면 상대적으로 급여는 높은 편이어서 장기적으로 재정불안정 문제를 초래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정부는 현행 제도의 급여수준은 선진 외국과 비교하더라도 높은 편이고 대부분의 가입자가 성실하게 소득을 신고해 준다면 최저생계비를 훨씬 상회할 정도의 급여수준을 보장할 수 있다고 하였다. 한편 이러한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최근 인터넷상에 네티즌들이 올린 글들을 보면 그 중에는 국가가 막무가내로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라고 해서 어려운 가계형편에도 불구하고 납부하였더니 정작 지급되는 연금급여액은 터무니없이 적다고 한다든지, 공무원이나 군인들이 받는 연금액과 비교할 때 일반국민들이 받는 국민연금액은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날 정도로 미미하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한다. 누가 진실을 이야기 하고 있는가? 이처럼 한 쪽에서는 국민연금 급여액이 높다고 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낮다고들 하니 도대체 어느 말에 귀 기울여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들도 꽤나 있을 법 하다. 과연 누가 진실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일까? 국민연금 급여수준이 높은지 또는 낮은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것은 미리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단순하지도 명약관화하지도 않다. 다양한 관점이 있을 수 있고 그 관점을 지지하기 위해서 각기 다른 수많은 통계지표들이 동원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높다 또는 낮다 라고 단언을 내리기에는 매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은 그 질문에 담겨진 의도와 그 질문에 답하는데 사용되는 각종 사실들에 대한 해석에 따라 좌우된다고 보는 것이 아마도 정직한 답변일 것이다. 국민연금 급여수준이 높다는 관점은 주로 정부와 2003년 국민연금법 개정안의 국회통과를 지지할 목적으로 결성된 ■국민연금 살리기 운동본부■의 경제(재정)학 전공자들을 주축으로 한 일군의 학자들이 취하는 것으로서 이들은 대체로 연금의 장기적 재정안정을 위해서 급여수준의 부분적인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그 내에서도 급여수준이 높다 라고 할 때 판단하는 기준들은 다소 상이한 것 같다. 첫째, 총 보험료납부액(보험료원금에 이자를 포함)대비 총 급여총액으로 측정되는 수익비에 의거한 주장이다. 즉, 현재 가입계층의 수익비는 평균소득자를 기준으로 할 때 약 2배로서 그러한 수익비를 계속 유지하려면 보험료율을 2배로 인상하거나 소득 대체율을 절반 수준으로 삭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익비가 1을 넘는다면(이론상 민영연금에서는 수익비가 1을 넘을 수 없음) 다른 누군가가, 즉 미래세대가 1을 넘는 초과분을 대신 부담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수익비가 2에 이른다는 것은 부담에 비해 급여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 이런 주장의 요체이다. 국민연금 급여수준이 높다는 관점 그런데 이러한 주장은 타당성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공적연금으로서의 국민연금의 역사적 발달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단선적 판단일 수 있다. 공적연금을 실시한 대부분 국가들의 경험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제도 도입 초기에 가입한 세대에게는 거의 예외 없이 완전연금 수령에 필요한 가입기간의 단축, 상대적으로 낮은 보험료율 적용 등과 같이 일반적으로 특수한 혜택들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일부 학자들이 주장하듯이 선심 행정의 대표적 표본이라거나 설계상의 구조적 결함에서 비롯된 성격을 갖기보다는 제도 도입 당시 이미 고령에 임박해 충분한 가입기간을 가질 수 없고 또한 자신의 노부모와 자신의 노후도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이중부담을 가진 초기가입세대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세대간 상호원조와 노후의 생존권 보장의 원리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선택되어진 한시적 성격의 급여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체로 특정 세대에 대한 예외적 혜택의 규모와 수여기간은 그 이후 세대에게도 그대로 계속 주어지지는 않고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차 줄어드는 것이다. 따라서 제도 도입 초기의 수익비를 가지고 국민연금 급여수준이 높다라는 지표로 삼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 같다. 수익비는 그보다는 오히려 서로 다른 시기에 태어난 세대들간 보험료에 대한 수익의 형평성을 상호 비교하는 지표로서 더 어울릴 듯싶다. 둘째, 국민연금의 급여수준을 소득대체율 측면에서 외국 연금제도와 비교함으로써 높다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과거소득에 대비한 연금급여의 비율로 표시되는 소득대체율 면에서 현행 국민연금 급여수준은 40년 가입한 평균소득자를 기준으로 할 때 1소득자 부부에게 과거소득의 60%의 대체율을 보장해 주는 수준이다. 반면 미국은 60%, 영국 52%, 캐나다 55%, 일본 56%, 독일 43.6% 등으로서 미국을 제외하면 대체로 우리보다 대체율이 낮다고 할 수 있는데 이를 근거로 우리의 국민연금 급여수준이 국제기준을 상회할 정도로 높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소득대체율에 대한 단순 비교만으로 우리의 국민연금이 급여수준면에서 다른 국가들보다 높다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국민연금의 경우 수십년후 제도가 성숙기에 들어갔을 때조차 전체가입자 평균가입기간이 40년에 훨씬 못 미치는 21.7년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실제 소득대체율은 약 33%로서 40년 가입시 60% 소득대체율의 겨우 절반을 상회하는 선에 그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반면 앞서 언급한 선진국들의 경우에는 실제 대체율 면에서 미국 49%, 영국 37.6%, 캐나다 44.6%, 일본 44.8%, 독일 29.3%로서 독일은 제외하고는 모두 실제 대체율 면에서 우리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국민연금 급여수준이 높지 않다는 관점 국민연금 급여수준이 높지 않다는 관점은 연금수급자 내지 일반 가입자를 중심으로 한 일반 국민들이 체감적으로 느끼는 것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크게 두 가지 논거로 대별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국민연금은 개인연금에 비해 수익률이 훨씬 높다고 정부 및 연금공단이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데 정작 지급되는 국민연금 급여액을 보면 기대에 못 미칠 정도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현재 국민연금으로부터 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은 2004년 현재 약 118만명이며, 이중 노령연금 수급자는 약 93만명으로서 월평균 약 17만원의 급여액을 지급받고 있다. 그래서 단지 이러한 절대금액 기준으로 보면 국민들이 낮다고 여길 법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판단은 다분히 주관적인 판단의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국민연금액의 국민연금 노령연금액은 가입기간 즉, 보험료 납부기간에 비례하여 증가하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현재 연금을 수급하고 있는 거의 대부분은 이미 제도도입 당시 장년 내지 고령에 이르러 보험료 납입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에 비례하여 완전연금 급여액에 삭감되기 때문이다. 만일 민간의 개인연금상품이었더라면 그나마 현재 지급받고 있는 국민연금액의 절반에도 훨신 못 미치는 금액을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가입기간이 짧은데서 비롯된 급여수준 문제는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차 국민들의 가입기간이 길어질 것이기 때문에 차츰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과 공무원, 사립학교연금 비교 둘째, 국민연금 급여수준이 낮다고 할 때, 그 판단을 공무원연금이나 사립학교교직원연금의 지급액과 비교하는 것이다. 앞서 국민연금액의 월평균지급액은 17만원인데 반해 현재 공무원연금액의 월평균연금액은 154만원, 사립학교교직원연금액은 179만원이다. 이 비교에 따르면 국민연금액은 공무원연금이나 사립학교교직원연금의 9분의 1내지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단순비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왜냐하면 공무원이나 사립학교교직원들은 국민연금과 퇴직금을 별도로 지급받는 일반근로자들과 달리 퇴직연금만을 받기 때문이다. 즉, 연금 급여속에 퇴직금적 성격의 급여가 함께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들은 일반 근로자와는 달리 중간 이직이 드문, 대부분 장기근속자들이어서 연금을 수령할 때까지 수십 년간 퇴직금에 해당하는 것을 중도에 찾아 쓴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퇴직금제도가 이들에게도 별도로 적용된다면 수십년 근속에 해당하는 상당히 높은 퇴직금을 지급받았을 것이다. 또한 공무원이나 사립학교교직원들은 일반근로자에 비해 현재 월등히 높은 17%의 보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 이런 일반 국민과의 차이를 고려하면 공무원이나 사학연금급여액이 국민연금액보다 단순히 높다라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높은 정도가 공무원이나 사립학교교직원들의 직업상의 특수성을 고려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라면 즉 특혜성에 해당하는 것이 있다면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일반 국민들 중 상당수는 그러한 특혜가 주어지고 있다고 믿는 것 같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하지 말고 이런 기회에 특혜가 있는지 없는지를 면밀히 분석해서 밝히고 만일 특혜가 있다면 일반 국민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그리고 국가권력의 행사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라도 과감히 그런 부분을 제거해야 할 것이다. 연금으로 과거 만큼의 생활이 가능할까 이상과 같이 국민연금 급여수준이 높은 지 낮은 지에 대해서는 질문의 의도와 어떤 사실에 대한 해석의 차이에 따라서 전혀 다른 해답이 나올 수 있다. 그래서 어떤 해답을 내리기 전에 우선적으로 명확히 해야 할 것은 그러한 질문이 행해진 맥락들을, 예컨대 연금급여 재원을 담당하는 근로세대의 소득에 비해 노인들에게 지급되는 연금급여 수준이 높지는 않은지 또는 연금수급권 자격을 갖추고 있더라도 여전히 빈곤하거나 빈곤선 근처의 수급자들에게는 급여수준이 너무 낮은 것은 아닌지 등등 질문의 맥락을 명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하에서는 국민연금의 급여수준의 적절성을 과거생활수준의 유지 내지 빈곤방지 효과라는 차원에서 평가하고자 한다. 첫째, 공적연금의 목적 중에는 과거생활수준 유지가 주요 목적중의 하나인데 이러한 목적은 특히 유럽 국가들에서 강조된다.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에서 공적연금은 퇴직 이전에 누리는 생활수준을 퇴직 이후에도 지속할 수 있도록 과거소득에 비례하는 형태의 연금 즉, 소득비례연금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공적연금지출은 국민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를 훌쩍 넘어설 정도로 매우 크고 또한 소득대체율 면에서도 매우 높은 연금급여를 지급하고 있는데 이탈리아 80%, 프랑스 70%, 오스트리아 80%인 것이다. 이들 국가들의 공적연금의 급여수준에 비추어 보면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급여수준은 소득대체율면에서 60%이고, 더욱이 연공서열형태의 임금구조를 가지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퇴직자들의 평균소득은 전체가입자 평균소득보다 높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음을 감안하면 소득재분배 효과로 인해 60%에 미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유럽대륙 국가들에 비해 급여수준면에서 낮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전통적으로 공적연금의 목적으로서 보다 강조되는 것이 빈곤방지기능이다. 공적연금의 역사가 오래된 서구국가들에서 노인들의 빈곤율은 비노인층의 빈곤율보다 오히려 낮은 경우가 많은데 이는 대부분 공적연금의 효과로 인한 것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연금의 목적은 빈곤 방지 기능 공적연금의 급여수준이 가입기간에 비례하도록 되어있어서 사회보장세를 내지 않는 기간에 대해서는 수급권이 전혀 부여되지 않으며 또한 최저연금도 실시하지 않음으로써 유럽 국가들에 비해 빈곤방지 기능이 떨어지는 미국의 공적연금 조차 연금수급자중 빈곤자가 7-8%에 그칠 정도로 빈곤방지 효과는 높은 편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국민연금제도는 노인들의 빈곤율을 방지하는데 어느 정도 기여할 것인가? 현재 국민연금은 역사가 일천하여 빈곤율 제거효과를 측정하기에는 이르지만 적어도 현행의 구조가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그 효과는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왜냐하면 국민연금은 소득과 가입기간에 비례하여 결정되는 구조로 되어 있어서 현재와 같이 납부예외자 및 보험료체납자, 미가입자가 대규모로 상존하고 있는 한 상당수의 사람들은 연금수급권을 획득하지 못하거나 획득하더라도 적은 액의 연금수급권만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행 국민연금제도는 성숙화 단계에 진입하더라도 정규직-장기가입 근로자에게만 적절한 수준 이상의 급여를 제공해 줄 수 있을 뿐 임시직-일용직-시간제 근로자 등과 같이 저임금인 동시에 노동시장 입퇴출이 빈번한 비정규직근로자, 여성 근로자들에게는 최저생계를 영위할 수 있는 수준의 급여조차 보장해 주지 못한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들에게 있어서 40년 가입 평균소득자를 전체가입자를 대표하는 전형적인 인물로 내세워 60%의 소득대체율을 보장한다는 국민연금의 약속은 신기루에 지나지 않는 허상이라고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국민연금 특별기획-4] 미래세대의 가혹한 부담인가? 미래세대가 우리보다 연금을 더 많이 내야하는 이유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2004-06-22 국민연금,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풀 것인가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는 ■나라야마 부시코■라는 일본 영화를 기억할 것이다. 영화에서는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마을에서 70세가 되면 노인 스스로 ■사회적 죽임■을 받아들인다. 젊은 세대의 생존을 위해 부족한 식량을 소비하는 ■입■ 하나를 스스로 제거하는 것이다. 칠순이 되어가는 할머니 ■오린■은 스스로 돌절구에 이를 부딪쳐 얼굴을 피투성이로 만들기도 한다. 쇠약해져 어차피 죽을 것이니 살아있는 노인을 죽이는데 도덕적 부담을 갖지 말라는 것이다. 칠순이 되는 해에 할머니 ■오린■은 아들 ■다츠헤이■의 등에 업혀 눈내리는 ■나라야마■ 정상에 오른다. ■다츠헤이■는 ■고려장■을 당해 인골이 나뒹구는 ■나라야마■ 정상에서 얼어 죽는 것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칠순의 노모를 내려놓고 묵묵히 내려온다. 이 영화에서는 노동력을 상실한 노인에 대한 사회적 처우라는 잔인하지만 피할 수 없는 인간공동체의 원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국민연금은 이러한 원초적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인간공동체가 만들어낸 역사적 산물중의 하나이다. 국민연금은 인간공동체가 만들어낸 역사적 산물 국민연금은 일단 가입해서 보험료를 내고, 연금을 받기 시작하여 평균수명까지 살면 납부한 보험료 총액의 평균 2배 정도의 연금을 받도록 설계되어 있다. 물론 평균수명보다 오래 살면 받아가는 연금총액은 더 많아진다. 필자가 아는 어떤 분은 65세가 안된 99년 4월에 국민연금에 가입하여 2004년 3월까지 5년동안 약 300만원의 연금보험료를 납부하였다. 올해 4월부터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한 이 분이 5년 생존할 경우 받는 연금총액은 약 530만원이고, 10년 생존할 경우 약 1천만원, 20년을 생존할 경우 2004년의 화폐가치로 2천 1백만원을 받게 된다. 물론 20년 이상 생존하면 10배 정도의 연금을 받게된다. 납부한 보험료에 이자정도를 되돌려 받는 사보험의 원리에 비추어보면 국민연금은 완전한 ■사기■에 해당된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사기■가 아니다. 인간공동체가 노인을 부양하는 자연스러운 하나의 방식이다. 그 이유를 보자. 국민연금의 세대간 부양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편의상 지금의 영유아와 10대, 20대를 ■012세대■, 이미 노동시장에 진입하여 연금보험료를 납부하는 30대~50대를 ■345세대■, 그리고 은퇴했지만 연금을 못 받고 있는 60대~80대를 ■678세대■로 부르고(물론 678세대의 일부는 앞에서 본 것처럼 국민연금을 받고 있다) 국민연금에서 세대별 부담이 어떻게 나타나는가를 보자. 국민연금이 가지고 있는 세대간 노인부양의 공평성 문제 약 500만명 정도되는 한국의 678세대 중 국민연금을 받는 인구는 약 100만명이다. 나머지 400만명은 한국이 이 정도 먹고사는데 기여했지만 막상 국민연금 한푼도 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연금을 받는 일부 678세대는 국민연금을 통해 엄청난 ■특혜■를 받는 것이다. 연금을 받는 678세대보다는 못하지만 345세대 역시 곧 국민연금을 받게 될 것이며, 이들 역시 납부한 보험료보다 훨씬 많은 연금을 받는 ■특혜■를 누리게 된다. 특히 345세대는 국민연금 초기에 가입해서 자기소득의 1.5%에서 4.5% 정도의 낮은 보험료를 부담했기 때문에 앞으로 받게될 연금총액을 비교하면 상당한 이득을 보는 것이다. 국민연금기금이 고갈되는 이유는 기금투자를 잘못해서 원금을 ■날려버렸기■ 때문이 아니라 모든 가입자가 자기가 낸 보험료보다 많은 훨씬 많은 연금을 타가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012세대는 345세대 만큼의 특혜를 받지 않을 것이다. 012세대는 노동시장에 들어오자 마자 최소한 4.5%의 보험료를 내고, 이들이 345세대로 진입하는 시기에는 최대한 자기 소득의 10%까지 연금보험료를 납부하게 될 것이다. 즉 345세대의 높은 연금수준을 보장하기 위해 012세대는 345세대보다 훨씬 많은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여기서 세대간 연금부담(노인부양)의 공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실제로 345세대에게 지금처럼 평생소득의 60%를 연금으로 주려면 012세대의 본인 부담 보험료는 단계적으로 올라 2030년부터 자기 소득의 10%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 연금액을 50% 수준으로 내려도 012세대는 자기소득의 약 8%를 부담해야 한다. 미래세대가 우리보다 연금을 더 많이 내야하는 이유 국민연금의 이러한 세대간 부담의 불공평성에 대해 일부 학자들은 345세대의 높은 연금을 위해 012세대에게 높은 보험료를 강요하는 345세대의 ■집단적 도둑질■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이들에 의하면 345세대는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012세대의 돈을 미리 ■갈취■하는 부도덕한 집단이다. 그럴듯해 보이는 이 주장의 결론은 후세대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현세대의 연금을 50%, 심지어는 40%로 낮추어 012세대가 갈취당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후세대의 과중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345세대들이 연금을 덜 받고, 보험료를 더 내야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연금급여를 60%에서 50%로 인하하고, 본인 부담 보험료를 4.5%에서 8%로 단계적으로 늘리는 국민연금법을 개정안을 제출한 것도 결국 후세대의 부담이 과중하다는 논리에 기반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후세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345세대들이 ■더 내고 덜 받는■ 정부의 연금법 개정안을 수용해야 하는 것일까 ? 그렇치는 않다. 012세대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세대들이 345세대와 678세대보다 많은 연금보험료를 부담해야 하는 정당한 역사적 근거가 있다. 한국의 345세대는 노인부양의 역사적 관점에서 볼 때 ■이중부담■(double- payment) 이라는 독특한 딜레마를 갖고 있다. 345세대는 스스로 노후를 준비할 수 없었던 678세대를 사적으로 부양해야 하고, 동시에 자신의 노후도 준비해야 한다. 한번 생각해보자.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평균 소득은 1백44만원인데 40대 남성이 4.5%의 연금 보험료를 내면 대략 6만5천원이다. 이 사람이 부모에게 생활비로 매달 10만원을 보낸다면 이는 6.9%의 보험료에 해당한다. 결국 이 사람은 4.5%가 아닌 소득의 11.4%(4.5%+6.9%)를 부모와 자신의 노후준비를 위해 부담하는 것이다. 그러나 012세대는 자신들의 부모 세대인 345세대가 연금을 받게 되므로 ■이중부담■ 없이 자신의 노후만 부담하면 된다. 따라서 345세대의 과중한 이중 부담을 012세대가 덜어줄 필요가 있으며 이런 의미에서 012세대의 보험료 부담은 정당한 것이다. 미래세대의 연금 부담은 노인부양의 세대간 부담원리에 따른 역사적 부채 98년도 국민연금법을 개정하여 연금급여를 70%에서 60%로 낮추었는데, 이는 후세대의 보험료를 4%-5%정도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또한 국민연금기금 1백 20조원 가운데 현세대가 낸 보험료를 투자하여 얻은 수익금이 40조원에 달하고 있다. 현세대가 낸 보험료로 벌어들인 이 막대한 돈은 012세대가 부담해야 할 보험료를 그만큼 낮춰주는 것이다. 012세대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세대가 345세대가 이룩한 경제성장의 혜택을 누리게 된다면 과연 연금 보험료의 추가적 부담이 그토록 원망스러운 것일까? 결국 현행 국민연금제도가 678세대와 345세대 등 초기가입자에게 상당한 특혜를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은 노인부양의 세대간 부담에서 볼 때 그런 대우를 받을만한 역사적 정당성이 있으며, 이것이 후세대를 ■갈취■하는 성격은 아니라는 것이다. 012세대의 추가적 보험료 부담은 먹을 것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나라야마 부시코■의 상황이 나타나지 않은 이상 노인부양의 세대간 부담 원리에 따라 그들이 짊어져야 할 ■역사적 부채■인 것이다. 국민연금이 노인부양의 세대간 분담 원리에 따라 설계된 정당한 제도라 하더라도 한 가지 딜레마가 존재한다. 국민연금은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보험료 납부 기간이 동일해도 평균수명이 긴 사람이 더욱 많은 연금을 타가게 된다. 만약 가난한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부자보다 길다면 국민연금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이 더 혜택을 보게 되며 반대인 경우는 부자가 더 혜택을 보게 된다. 부자들의 평균수명이 가난한 사람보다 길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추론해 볼수 있고, 이런 현상을 보고한 연구들도 있다. 반면 대체로 소득이 낮은 한국의 농촌 노인들의 평균수명이 도시노인보다 훨씬 더 길다는 확실한 증거도 있다. 국민연금은 후세대에게 가혹한 부담을 주는 제도가 아니다 노후빈곤의 방지를 사회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연금제도의 목적과 계층간 평균수명의 차이로 부자들이 혜택을 보는 상황이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것은 공적연금제도 뿐만 아니라 민간보험에서도 나타나는 문제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국민연금제도는 나름대로의 훌륭한 방어 장치를 갖고 있다. 국민연금은 저소득층일수록 연금액의 소득대체율이 높고, 고소득층일수록 낮아서 부자들보다 가난한 사람들이 훨씬 많은 혜택을 받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먹는 문제에서 해방된 문명화된 현대사회에서 노인들을 ■나라야마■ 정상으로 몰아넣어 ■사회적 죽임■을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노인들을 미래세대의 행복을 위협하는 집단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향유하고 있는 그리고 미래세대가 향유할 물질적 부의 기초를 놓는데 노력하고 희생한 사람으로 생각한다면 국민연금에서의 세대간 부담 문제를 우리의 미래세대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현행 국민연금제도는 후세대에게 가혹한 부담을 주는 제도가 결코 아니다. 인류가 생긴 이래로 노인들은 젊은 세대가 생산한 부의 일부를 소비하며 노후를 살아왔다. 국민연금에서 노인들이 차지하는 몫은 후세대의 삶을 결정적으로 위협할 정도로 결코 크지 않다. 다가오는 노령화사회에서 노인세대와 젊은세대가 어떻게 같이 공존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진지하고 솔직한 토론이 있어야 한다. 인간사회에서 장수는 ■사회적 재앙■이 아닌 ■축복■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국민연금 특별기획-5] 왜 미납자가 그렇게 많은가 국세청이 연금 보험료를 징수하라 김연명(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2004-06-27 이 기사에 대한 의견 8 건    국민연금,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풀 것인가 국민연금은 최소한 10년간 보험료를 납부해야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보험료 납부기간이 10년을 초과할수록 더 많은 연금을 받게 되며, 60세까지 10년을 채우지 못하면 원금에 이자를 더해 보험료를 돌려받는다. 따라서 최저 가입기간 10년을 채우지 못해 연금을 못 받는 사람들이 바로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라 할 수 있다. 보통 20대 중후반에 직장에 들어가 40대 중반에 직장을 그만두고, 60세 전후까지 자영업을 한다면 소득 활동에 종사하는 기간은 30년이 약간 넘을 것이다. 물론 중간에 실직을 한다던가 혹은 사업에 실패하면 ■무소득■ 기간이 길어진다. 이런 점을 감안해도 은퇴하기까지 약 30년이 넘는 기간 중에 10년간 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하여 연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600만명은 연금 받지 못할수도 있다 2003년말로 국민연금 가입자는 약 1718만명인데, 이중 직장가입자가 696만명, 도시지역 가입자가 790만명, 그리고 농어촌지역 가입자가 206만명 정도 된다. 직장가입자는 연금 보험료를 ■원천징수■당하기 때문에 원하지 않아도(!) 보험료를 내게 되고 대부분 10년의 최저가입기간을 채울 수 있다. 따라서 직장가입자는 거의 연금을 받게 된다. 반면 지역가입자 996만명 중 아예 소득이 없어서 보험료를 낼 수 없다고 신고한 사람들이 460만명이다(소위 납부예외자). 소득이 있다고 신고한 536만명 중에도 사정이 어려워 보험료를 못내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대략 134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따라서 최저 가입기간 10년을 채우지 못해 연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사각지대에 빠진 사람들이 약 6백만명으로 전체 연금가입자의 35%가 된다. 물론 600만명 중에 상당수가 앞으로 연금 보험료를 내고 최저가입기간 10년을 채울 가능성이 있다면 이들은 연금혜택을 받게 되고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로 부를 수 없다. 그러나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 있고, 소득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 보험료를 내지 않는 사람들이 앞으로 자발적으로 보험료를 낼 것이라는 전망은 극히 비관적이다. 따라서 이 상태가 계속 지속되면 노인인구의 1/3은 연금을 못 받게 되며 이들 대부분이 노후빈곤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사각지대 해소 안되면, 연금제도가 빈익빈 부익부 확대재생산 더욱 심각한 문제는 대규모의 사각지대가 해소되지 않으면 국민연금제도를 통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확대 재생산된다는 점이다. 현재 국민연금에 가입되어 할 수 없이(!) 보험료를 납부하는 사람들은 보험료를 원천징수 당하는 직장인, 그리고 국세청에 사업자 등록을 한 자영자 중에 어느 정도의 소득이 있는 사람들로 그래도 우리 사회에서는 비교적 안정된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반면에 사각지대에 놓여져 있는 사람들은 정부를 불신하여 고의로 연금을 회피하는 일부 ■숨은 부자■들을 제외하면 소득이 매우 낮거나 불안정한 비정규직근로자, 일용직 근로자, 영세사업장 근로자나 생계형 자영업자들이다. 가령 비정규직근로자의 80%정도는 임금근로자임에도 직장가입자에서 제외되어 있다. 한마디로 웬만큼 먹고 살수 있는 계층은 연금에 가입되어 있고, 서민계층은 대부분 연금에서 제외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제4회 기고문(■미래세대가 연금을 더 많이 내야하는 이유■)에서 설명했듯이 국민연금은 평균적으로 납부한 보험료 총액의 2배에 달하는 연금을 받게 되는데, 이는 후세대의 보험료로 충당되며 이를 ■미래세대의 보조금■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국민연금에 가입되어 있는 먹고 살만한 계층들은 나중에 연금을 받으므로 미래세대의 보조금을 받게 된다는 것이며, 반대로 연금의 사각지대에 놓여져 있는 사람들은 연금을 못 받게 되므로 미래세대의 보조금을 받을 기회마저 원천적으로 박탈당하는 것이다. 국민연금, 자칫 ■있는 사람들의 노후 보장 제도■로 고착될수도 먹고 살기 힘들어 보험료를 못내 10년의 최저가입기간을 채울 수 없는 계층에게는 참으로 불공평한 것이다. 즉, 현재처럼 사각지대가 대규모로 존재하는 한 국민연금은 ■있는 사람■들의 노후를 보장해주는 제도로 고착화되어 제도가 존재해야 하는 ■도덕적 정당성■에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각지대 문제가 납득할만한 수준으로 해소되지 않으면 국민연금은 복지를 증진시키기 보다는 ■빈익빈 부익부■를 부추키는 제도라는 오명을 피할 길이 없다. 그렇다면 왜 대규모의 사각지대가 해소되지 않는가? 일부 국민들은 보험료를 납부할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금제도를 근본적으로 불신하여 가입을 회피하거나, 일부는 불신에 더하여 보험료를 낼 능력이 없거나, 또 일부는 몇 십년 후에 받을 연금이 지금 무슨 소용이 있냐는 의문 때문에 안 낼 수도 있다. 즉 정부와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불신, 정부의 홍보 미흡, 기금고갈에 대한 언론의 부정확하고 선정적인 보도, 정부의 소득파악 능력과 제도 설계의 결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대규모 사각지대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대기업 사업장 근로자부터 먼저 적용하여 단계적으로 중소기업으로 확대하는 정책을 취했다. 근로자는 소득이 정확히 드러나고 원천징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5인이상 사업장에 근로자에게까지 국민연금을 쉽게 적용할 수 있었으나 문제는 그 다음 이었다. 사업주를 빼고 근로자가 1명 혹은 2-3명에 불과한 소규모 사업장들은 임금대장이 작성되지도 않고 워낙 직장이동이 빈번하여 연금 가입대상자 여부를 판단하기도 힘들고, 보험료를 징수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이들은 당연히 직장가입자로 편입시켜야 마땅하나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지역가입자로 편입시켜 버렸다. 즉 지역가입자로 불리는 약 996만명 중에는 순수한 의미의 자영사업자와 농어민 외에 수백만명의 영세사업장 근로자, 비정규직, 일용직 근로자들이 뒤섞이게 되었다. 지역가입자의 임금노동자를 직장가입자로 전환시켜야 지역가입자에 포함되어 있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소득파악이 어렵다는 것이다. 영세사업장 근로자, 일용직근로자들은 조세행정을 개혁하지 않으면 공단이 아무리 노력해도 보험료를 매길 객관적 소득자료를 확보할 수가 없다. 때문에 이 집단에게서 끊임없는 보험료 관련 분쟁이 발생되며, 여기에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겹쳐지면서 사각지대가 줄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가입자에 속해 있는 임금근로자를 하루 빨리 직장가입자로 편입시켜야 대규모의 사각지대가 해소될 수 있다. 이들이 직장가입자로 편입되면 사업주가 보험료의 50%를 내주기 때문에 보험료 납부의 경제적 부담이 상당히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 직장가입자로 편입되어야 마땅할 일용직이나 비정규직을 제외하면 순수하게 지역가입자로 남아야 할 사람들은 약 380만명으로 추산되는 자영사업자들이다. 그런데 국세청에 의해 소득이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자영자가 약 180만명 정도인데, 이 사람들의 소득 내역이 실제 소득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나머지 200만명 정도의 영세자영자들은 연간소득금액이 소득공제액에 미달하여 소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연금관리공단이 보험료를 부과하는데 상당한 무리를 하여 국민들의 불만을 사거나 아니면 소득이 없는 납부예외자로 분류되어 사각지대로 편입되는 것이다. 따라서 자영자 소득파악이 개선되지 않으면 사각지대 규모를 축소하는데 근본적인 한계에 부딪치게 된다. 자영자들의 소득발생과 보험료 부과시점의 시차문제 자영자들의 소득발생 시점과 보험료 부과시점의 시차 때문에도 국민들의 불만이 많이 발생된다. 예를 들어 종로에서 중국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이 사람이 2003년에 중국식당을 운영하면서 6개월에 한번씩 연간 2번 부가가치세를 납부하고 2004년 5월에 국세청에 종합소득세를 신고하여 소득이 확정된다. 이 자료는 2004년 10월에 공단으로 넘어가고, 공단은 2개월의 소득조정을 거쳐 2005년 3월경에 보험료 부과자료로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소득발생 시점과 보험료 부과시점이 1년 6개월에서 2년 이상의 차이가 발생한다. 따라서 2004년 3월에 폐업을 하거나, 혹은 경기가 나빠 소득이 줄어들어도 공단에서는 보험료를 조정하기가 힘들고 여기서 다양한 형태의 국민적 불만이 제기된다.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역가입자로 편입되어 있는 일용직, 비정규직을 직장가입자로 최대한 전환시키는 것이며, 자영자의 소득파악을 강화해야 한다. 이 업무는 조세행정을 개선해야 하는 문제와 연결되므로 국세청이 담당하는 것이 효율적이며, 효과적이다. 이미 영국, 미국, 스웨덴 등에서는 국세청이 연금보험료 징수를 담당하고 있다. 물론 이렇게 한다 하더라도 보험료 부담 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계층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 국가에서 지원을 해주어 연금을 받게 하는 것 외에는 별 다른 방법이 없다. [국민연금 특별기획-6] 민주적인 연금운용위원회 상설화 시급 국민연금기금, 제대로 관리되고 있나 엄규숙 (경희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2004-07-08 이 기사에 대한 의견 3 건    국민연금,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풀 것인가 국민연금제도가 논란거리가 될 때마다 해묵은 의심이 매번 수면위로 떠오른다. 정부가 그동안 기금을 적립한다고 했지만 사실은 몰래 다른데 썼기 때문에 기금이 고갈된다는 의심 말이다. 이 의심은 사실과 반드시 부합되는 것은 아니지만 막대한 규모의 국민연금기금이 관리되고 운용되는 방식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이라 하기도 어렵다. 많은 일간신문들이 연금기금 고갈을 정부의 중대한 관리실책인 것처럼 보도해 왔지만, 이는 우리 연금의 재원조달방식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기사를 써왔기 때문이다. 연금의 재원을 마련하고 이를 근거로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기금 고갈되면, 연금 못 받는 것 아닌가? 하나는 부과방식으로 지금 현재 거둬들인 보험료로 지금 현재 연금생활자의 급여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으로 재원을 조달하면 막대한 기금을 적립하거나 그 돈을 굴릴 필요가 없다. 다른 하나는 적립방식인데, 이는 가입자가 보험료를 납부하여 기금을 조성하고 나중에 그 기금에서 연금을 받게 되는 방식을 말한다. 완전적립방식의 경우 가입자에게 지급할 연금 부채 전액이 기금으로 적립되어 있어야 하고, 특정 시점에서 연금제도를 폐지할 경우 모아 둔 기금으로 가입자 전원에게 연금을 지급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연금제도의 재원조달방식은 부분적립방식 또는 수정적립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적립해 둔 기금을 연금급여 지급에 소진되는 시점에서 부과방식으로 전환한다는 것, 즉 고갈 시점부터는 피보험자의 보험료를 걷어서 은퇴한 연금생활자의 급여를 위한 재원을 조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항간에서 떠도는 불신 중 한 가지, 즉 기금고갈이 되면 연금을 못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은 부분적립방식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국민연금제도를 도입하던 당시 대부분 선진국이 취하는 부과방식 대신 부분적립방식을 택한 이유는 보험료율의 상승을 완화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유자금을 기금으로 적립하고 운용하여 여기서 발생한 수익을 연금급여에 활용하면 인구구조의 고령화로 인한 보험료율의 상승을 일정 정도 둔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걱정해야 할 것 연금기금에 대해 국민들이 진정으로 걱정해야 하는 사안은 기금고갈이 아니라 기금 적립의 속도와 규모이다. 국민연금은 2008년이 되어야 정상적인 노령연금 수급자가 생겨나기 때문에 연금기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불어나는 돈을 굴릴 곳이 마땅치 않다는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 기금고갈을 걱정하기 앞서 적립되는 기금을 제대로 운용하고 관리하기 위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기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했는데, 과연 어느 정도일까? 국민연금 시행 첫해인 1988년에 보험료 수입이 5069억원이었고, 이중 연금급여로 3억원을 지출했으며, 운용수익 212억원이 더해져 적립기금은 5279억원이었다. 88년 이후 연금 가입자가 증가하고 운용수익금도 늘어나 2004년 5월말 현재 총 141조원의 기금이 조성되었다. 141조원 중 약 20조원이 연금 지급에 사용되었고, 남아있는 적립금은 121조원으로 우리 나라 GDP의 16%에 달하고 있다. 현재 적립되어 있는 121조원 중 약 41조원은 국민들이 낸 보험료를 투자해서 올린 투자수익금이다. 항간의 소문과는 달리 꾸준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