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의 현황과 문제점
박 진도(충남대학교 경제무역학부 교수)
Ⅰ. FTA의 개념 및 현황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 경제통합(Economic Integration)의 한 형태로 당사국간의 상품 및 서비스 교역에 있어 관세와 기 무역장벽들을 제거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하는 협정.
◇ 투자협정:
(1)양자간 투자협정(Bilateral Investment Treaty: BIT)
오늘날 세계무역의 약 절반은 초국적 기업 내부 거래이다. 초국적 기업은 자신들이나 자회사의 투자를 보호하기 위한 보호수단으로서 초국적 기업의 정부와 투자대상 정부간에 양자간 투자협정을 맺어왔다. 현재 지구상에는 약 1,600개의 양자간 투자협정이 존재하는데, 거의 대부분(4/5)은 미국-유럽-일본을 잇는 삼각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2)다자간 투자협정((Multilateral Agreement on Investment: MAI)
생산과 금융의 세계화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양자간 투자협정만으로는 초국적 자본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할 수 없다. 1995년 미국의 주도하에 개발도상국은 배제하고 OECD 내부에서 다자간 투자협정이 논의되고 1998년 4월에 조인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97년 1월에 다자간 투자협정 협상안이 공포되면서 인권 및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격렬한 반대운동이 전개되고 98년 10월 프랑스가 협상 참여를 거부함으로써 일단 무산되었다.
그러나 다자간 투자협정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고, 언제 다시 협상이 재개되고 타결되지 알 수 없다. 다자간 투자협정은 단순히 투자자의 보호를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고, 투자자가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투자할 수 있게끔 투자자의 권한을 무제한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WTO DDA 협상
WTO(World Trade Organization)은 GATT를 대체하여 1995년 1월1일부터 발효. 2003.4.4 현재 146개국 가입
2001년 11월 카타르의 도하에서 열린 제4차 각료회의에서 WTO 협정을 개정하기 위한 새로운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함. 농업을 포함해, 서비스, 비농산물을 위한 시장접근, 지적재산권, 무역과 투자, 무역과 경쟁정책, 정부조달 투명성, 무역과 환경 등 18개 분야에 대해 2004년 12월31일까지 협상을 완료할 것을 목표로 함.
그러나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제5차 각료회의(2003. 9.11-14)가 결렬됨에 따라 DDA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다가 금년 8월 1일에 기본골격에 합의하고, WTO 각료회의를 내년 12월에 홍콩에서 특별각료회의가 개최될 예정. 기본골격에는 합의하였으나 농업협상의 경우 구체적 쟁점에서는 여전히 수입국과 수출국의 견해 차이가 크기 때문에 협상 전망은 불투명.
=> WTO의 뉴라운드나 MAI와 같은 다자간 협정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하는 상태에서 선진국들은 지역간․양자간 자유무역 및 투자협정에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자유무역이 투자협정을 포함하는 포괄적 성격을 띠면서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음. 2004년 5월1일 현재 WTO에 통보된 FTA 수는 208개인데, 그 가운데 약 7할이 1995년 이후 통보된 것.
동아시아는 세계의 다른 지역에 비해서 FTA 움직임이 둔한 편이나, 최근 일본과 중국을 비롯해 FTA가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음.
Ⅱ. 우리나라의 FTA의 현황과 문제점
1. 현황
우리나라는 현재 한-칠레 FTA가 2004년2월16일 국회비준을 받아 4월1일부터 발효되었음. 그리고 한-일FTA가 2003년 10월에 한일 산관학공동연구회(정부가 협의의 전단계)가 완료되어 12월22일에 정부가 첫모임을 갖고 2005년 말에 체결을 목표로 협의 중에 있고, 동시에 한-싱가포르 FTA도 2003년 10월 산관학공동연구회 완료하고 정부간 협의를 시작하였음.
현재 ASEAN과 FTA가 논의가 시작될 것이며, 정부는 가까운 시일 내에 멕시코, 캐나다, 인디아, 메르코수어 등과 장기적으로는 중국, 미국, EU 등과 FTA를 체결할 준비를 하고 있음.
(1) 한-칠레 FTA의 문제점
➀한-칠레 FTA(자유무역협정)는 한마디로 잘못 시작된 FTA로 태생적으로 문제가 있다. 정부가 칠레를 FTA의 첫 대상으로 잡은 것은 다른 나라들과 FTA 체결을 위해 가벼운 마음으로 연습 상대로 잡았다고 하는데, 막상 시작해보니 우리의 실익은 작고 농업부문에 대한 피해는 예상보다 크다는 것이 밝혀졌다. 칠레에 대한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은 4.5억 달러로 전체 수출액 1625억 달러의 0.3%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칠레는 이미 다국적 기업의 무한경쟁시장으로 우리의 공산품 수출이 늘어날 여지도 많지 않다. 반면에 정부의 당초 예상과는 달리 칠레는 농업강국으로 FTA가 체결되면 과수 뿐 아니라 축산, 시설원예 분야에 커다란 피해가 발생할 것이 알려지면서 농민들이 반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➁한칠레 FTA 체결에 대한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사과와 배는 협상 대상에서 제외하고 민감 품목에 대해 개방 시기를 늦추고, FTA 이행특별법 등 농가 지원대책을 수립하였지만 농민들의 거센 반발을 무마하는데 실패하였다. 이해 당사자를 배제한 밀실협상을 하고 문제가 생기면 사후적으로 대책을 수립하는 밀어붙이기식 정책의 대표적 사례이다. 또한 한 칠레 FTA 비준이 농민들의 반발로 연기될 때마다 농민들에 대한 지원금을 늘리는 방식으로 농민들의 반발을 무마하려고 한 것은 원칙 없는 정책의 대표적 사례이다.
➂엄밀히 말하면 정부나 재계도 한 칠레 FTA가 우리경제에 별 도움이 안 될 것을 알고 있고, FTA 첫 상대로 칠레를 잡은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이것이 체결되지 않는 경우 앞으로 다른 나라하고도 FTA를 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무리하게 밀어붙인 것이다. 한 칠레 FTA의 체결 과정의 잘못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➃한 칠레 FTA 처리 과정에서 보수언론과 정치인, 정부와 재계가 한 목소리로 마치 한 칠레 FTA가 처리되지 않으면 한국경제가 망할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여 국민 여론을 호도함으로써 FTA에 반대하는 사람을 왕따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FTA는 국익증대에 기여하고, FTA에 반대하는 것은 집단이기주의라는 식의 잘못된 이데올로기가 형성되었다.
⑤ 한칠레 FTA 체결의 효과: 대칠레 무역적자 FTA후 급증. 4월1일 이후 5개월새 5억불2,800만달러 . 작년 1년치 규모(5억4,100만 달러). 그러나 차, 휴대폰, 칼러 TV의 시장점유율은 증가.
(2) 한일 FTA
* 작년 12월부터 정부간 공식협상에 착수하여 2004년 6월에 4차 협상을 마치고 상품, 서비스 등 7개 분야의 협상그룹을 구성하고 협정초안문을 양국간 교환 심의 중.
* 일본측은 공산품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반면 농산물에 대해서는 명백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음.
* 정부는 단기적으로는 대일 무역수지 적자가 증대하겠지만, 장기적이고 동태적으로는 각종 비관세조치의 철폐라든지 자본의 형성이라든지 생산성 향상을 감안할 경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 전망.
*원자재․부품․소재산업, 특히 자동차, 전자, 석유화학, 기계 등에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 그러나 섬유와 농수산업에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
Ⅲ. FTA의 평가
(1) FTA를 맺지 않으면 과연 우리는 왕따가 되는가.
① FTA는 WTO 등 다자간 무역협상에 의한 자유무역이 암초에 부딪치면서 그 돌파구로 활용되고 있다. FTA는 초국적 자본과 기업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하나의 표현이다.
② 신자유주의자들은 신자유주의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TINA: There is no alternative)는 강한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FTA를 추진하는 사람들은 FTA를 하나도 체결하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고, 따라서 FTA를 체결하지 않으면 마치 우리나라가 국제 사회에서 왕따가 되고 우리나라 경제가 망할 것처럼 주장한다.
③ 선진국과 초국적 자본이 주도하는 WTO와 FTA는 세계 도처에서 반발에 부딪치고 있다. 예를 들면, 1999년 시애틀 제3차 WTO 각료회의와 칸쿤의 제 5차 각료회의가 개도국과 시민 사회 단체의 반대로 결렬되었고, 올 1월 중순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에는 약 10만 명의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FTA 반대 시위를 벌렸다.
④ 미국이 주도한 미주자유무역지대(FTAA)의 창설을 위한 각료회의가 실패로 끝났다. 이는 브라질과 기타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회원국들이 투자, 지적재산, 정부조달, 서비스, 경쟁정책 등에 참여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시에 미국도 농업자유화 부문 협상에 참여하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즉 포괄적 자유무역협정에서 후퇴하여 각 정부가 특정 분야의 자유화를 협상에서 제외할 수 있는 자유를 주는 형태로 협상이 끝났다.
(2) FTA는 과연 국익증대에 기여하는가
① 자유무역론자들은 계량경제모형(예, CGE 모형)을 사용하여 FTA는 경제성장, 물가안정, 국민후생의 증가 등 국익을 증대시킨다고 주장한다. 단, FTA는 경제전체적으로는 이익이지만, 농업 등 개별 부문에는 타결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그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보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②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국익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FTA는 기본적으로 강자의 논리이다. FTA는 국제경쟁력을 가진 초국적 대기업(예, 삼성전자, 현대 자동차 등)의 이익은 극대화하는데 확실히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국제경쟁력을 갖진 못한 부문(중소기업이나 농업부문)에는 심각한 타격을 준다. 그렇지만 FTA에는 이익과 비용의 배분이나 부담에서 공정성을 보장할 메커니즘을 갖고 있지 않다. 이익과 비용이 특정 산업이나 계급에 집중되어 사회적 불평등을 악화시킨다.
③ FTA는 무역의 자유화 뿐 아니라 관세 및 비관세장벽, 서비스 시장의 개방, 투자, 정부조달, 지적재산권 등 포괄적 분야에서의 협정으로 그 영향은 경제적 측면 뿐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환경적 측면 등 사회의 모든 측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야 한다.
④ FTA를 체결하면 자유무역론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반드시 거시 경제지표의 총량적 개선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설사 FTA가 경제성장에 기여한다 해도, ‘국민의 삶’의 관점에서 볼 때, 국민경제의 안정적 지속적 성장, 국민 생활의 질의 향상에 반드시 기여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동아시아 및 남미의 경제금융위기에서 보듯이 무분별한 개방과 자유화는 초국적 자본금융자본에 의한 종속 심화와 국민경제의 불안정성의 증대를 가져오고, 노동자의 권리, 인권, 환경 등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쳐 국민의 생활의 질이 악화될 수도 있다.
(3) FTA는 WTO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① WTO에 비판적인 NGO들은 WTO 체제가 국가주권과 민주주의의 침해, 노동권의 침해, 환경파괴, 인권침해, 식량안보 및 식품안전의 위협, 문화적 생물적 사회적 다양성의 파괴 등 이간 생활 전반에 피괴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② 이러한 입장에서 보면 FTA 문제는 보다 심각하다. WTO는 자유무역을 기본이념으로 하면서도 GATT의 실용주의를 계승하여 자유무역에 대해서 나름대로 유연성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경제조건이나 발전수준이 상이한 나라들을 WTO라는 하나의 rule로 묵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자유무역협정은 국경조치의 철폐나 투자의 자유화 등 WTO에 비해서 훨씬 과격한 내용을 담고 있다.
③ FTA는 공정한 세계무역체제를 지향한다는 WTO의 목적과도 일치하지 않는다. WTO는 기본적으로 무차별자유무역을 지향하지만, FTA는 기본적으로 다른 나라에 대한 차별을 전제로 한다. FTA 지지자들은 FTA에 의한 무역창출효과가 무역전환효과보다 크기 때문에 FTA 역내에서의 경제후생이 증대한다고 하지만, 전 세계적인 관점에서 보면 무역전환효과가 대단히 크기 때문에 세계적인 경제후생이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4) FTA는 농업,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① FTA는 농업 뿐 아니라 공산품, 서비스의 개방 뿐 아니라 자본(투자)의 개방 등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한 칠레 FTA의 경우 칠레가 우리보다 후진국이면서 농업부문의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농업부문이 부각된 것일 뿐이다.
2005년 이전에 체결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일 FTA의 경우 대일 무역적자가 크게 늘어나고 우리나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많은 기업이 도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자유무역협정에 따른 자본(투자) 자유화 조치로 노동권의 침해, 환경 파괴 등이 우려되고 있다.
② 농업, 농촌의 붕괴는 우리사회에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것임. 특히 심각한 도시문제 뿐 아니라 식량안보 등 농업, 농촌의 다원적 기능의 해체는 국민 전체의 불행이다. 그러나 FTA를 추진하는 사람들의 계량모델에는 이러한 비시장적 가치는 포함되지 않는다.
③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참여정부의 국정목표와 FTA는 상호 모순 된다. 참여정부는 박정희 시대의 수출지상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5) FTA와 같은 신자유주의 정책으로는 한국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오히려 악화될 뿐이다.
① 우리가 IMF 경제위기 이후 아직도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우선 IMF 경제위기 자체가 우리 실력에 맞지 않게 OECD 가입을 무리하게 서두르고 자본시장 등을 너무 급속하게 개방한 것 때문에 온 것 아닌가. 그리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해 개방과 국제경쟁력만이 살길이라고 정책을 펴온 것이 지금과 경제적 어려움을 가져온 것 아닌가. 개방과 경쟁력을 중심으로 경제 운용을 하는 한, 성장의 성과는 소수의 국제경쟁력이 있는 대재벌에게 돌아가는 반면에 일반 국민이나 내수는 어려움을 벗어날 수 없다.
② 우리나라의 수출은 작년 말 1943억불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였고, 일인당 GNI(국민소득)도 IMF 이전 수준인 1만 달러를 회복하였다. 그런데 이것은 환율이 1996년에 804원에서 2003년에 1191원으로 하락한 점을 고려하면 일인당 GNI는 1996년 환율로 환산하면 약 1.5배 증대한 것이고, 수출은 무려 2.2배 증가한 것이다. 과연 국민들의 생활이 나아졌는가. 농민들이 빚더미에서 허덕이고, 빈부 격차가 심해지고, 신용불량자가 400만을 넘어서고, 실업자가 증대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 아닌가. 이른바 시장원리에 기초한 신자유주의 개방 정책으로는 우리의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단순한 경제성장이 아니라 고용증대와 분배구조 개선이 수반되지 않으면 국민의 삶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은 실업의 증대와 빈부격차의 확대라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