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사람의 만남이 아름다운 도시로,
열린시대 새 지방자치를 만들어갑니다.
(토머스 고든著, 양철북) 길지 않은 내 삶이지만, 그 중에서 가장 중요했던 시기로 꼽을 수 있는 세 번의 때가 있다. 대학에 들어와 사회과학서적을 읽고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친구들을 만났을 때, 연애를 하면서 뒤늦은 사춘기를 겪었을 때, 그리고 엄마가 되었을 때. 그 중에서 엄마가 되었을 때는 앞의 두 번과는 질적으로 다른 상황이 닥쳤다. 무엇보다 내 한 몸 건사하는 것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었기에. 제대로 말도 통하지도 않으면서, 나에게 거의 모든 것을 의존하고, 게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땡강’과 고집으로 응수하는 녀석들을, 그것도 둘씩이나 제대로 키워내야 한다는 책임감까지 더하게 되었으니... “부모역할훈련”은 그 녀석들을 키우며 주변에서 단편적으로 얻어들은 ‘육아법’이라는 것에 허기를 느끼고 뭔가 제대로 알아야 좋은 엄마가 될 수 있겠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던 시점, 즉 13개월 터울로 연이어 얻은 딸들이 조금씩 자라 스스로의 의지와 자아를 나에게 보란듯이 증명(!)하기 시작하던 시기에 만난 책이었다. 하루 종일 씨름하던 4살과 3살의 딸들을 신랑에게 간신히 맡기고 도망치듯 내달은 서점에서 “2002년 8월 사망할 때까지 40여년 동안 상대적 약자의 편에 서서 강자를 훈련시켜 왔고, 그 공로로 세 번이나 노벨평화상 후보자로 지명되기도 하였다”라는 저자의 소개에 끌려 책장을 넘겼고, 그렇게 이 책을 처음 집어들었던 그 해, 한 두 달의 시간 안에 가족과 친구, 이웃들에게 선물한 것이 10여권. 그리고 지금까지 나와 내 아이들, 그리고 아이 아빠와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 튼튼한 기초를 제공해 준 정말 고맙고 애착이 가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토머스 고든은 미국의 상담 전문가로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혹은 상담이나 심리 등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씩은 들어보았을 ‘적극적 듣기’와 ‘나-메세지 전달법’, 그리고 ‘무패방법’이라는 의사소통 기술을 바탕으로, 상담사례와 자신이 개발한 훈련프로그램을 엮어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부모역할훈련(Parents Effectiveness Traininag)방안을 창시했다고 한다. 고든이 말하는 부모의 역할이란 ‘아이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우선 비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들을 수 있는 기술과 동시에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정확하게 자녀에게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이 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를, 그것도 자신의 아이를 평가하고 비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과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은 단순한 기술이 아닐 것이다. 아이를 존중하는 마음가짐, 부모 스스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긍정하는 힘이 필요한 일이며, 이는 부모의 내적인 성숙과 더불어 그의 삶의 철학을 다시 한 번 재점검하는 일을 요구하는 것이다. 상명하달의 군사문화가 아직도 뿌리 깊은 우리 사회, 대학생 자녀의 성적을 부모가 대신해 교수에게 따지는 것은 물론 결혼해서 한 가정을 꾸린 자녀도 품안의 자식처럼 보살피는(?) 것이 일반적인 우리 사회에서 아이를 존중하고 아이의 문제해결 능력을 믿고, 아이와 부모의 문제를 구별하라는 그의 이야기는 40여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절실하게 들린다. 글 | 조학원 해뜰마을어린이도서관 관장 * 참여자치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0-03-17 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