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사람의 만남이 아름다운 도시로,
열린시대 새 지방자치를 만들어갑니다.
- 김정도 우리단체 연대기획팀장 마닐라 공항을 나오자마자 겨울이 아닌 여름이 느껴진다. 높은 습도와 뜨거운 햇살이 한여름 장마철에 잠깐 개인 날인 것 같다. 2월 23일부터 27일까지 대전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에서 주관 및 후원으로 소속 단체 1인씩 4박 5일간 필리핀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2008년 우리단체 연수에 이어 두 번째 오는 필리핀입니다. 우리나라 70년대를 연상케하는 낡은 건물이 외국이라는 느낌보다는 과거로 여행을 온 느낌입니다. 1시 마닐라 공항을 나서자 아시안브릿지 성혁수 국장이 일행을 반겨줍니다.(아시안브릿지는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2003년 필리핀에 아시아NGO센터를 설립한 이후 아시아를 경험할 수 있는 다리역할을 해온 단체입니다. 이후 아시아 및 지구촌 시민들과 다양한 문화를 함께 나누며,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의 삶과 함께 하는 지구촌 공동체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1시 10분 우선 렌트카를 타고 숙소로 이동합니다. 필리핀서 차를 타면 일단 놀라운 경험을 합니다. 심한 교통체증 속에서 방향지시등도 쓰지않고 끼어들기를 하는 운전실력(?)에 대해서도 놀라지만 경적을 울리는 일이 거의 없고 서로 알아서 양보한다는 것에 대해 더욱 놀랍니다. 우리나라에선 바로 차를 세우고 멱살을 잡는 사태가 벌어지겠지만 이곳에선 당연하다는 듯이 양보하고 화를 내는 일조차 없습니다. 횡단보도나 신호등도 거의 없습니다. 위험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우리나라에 비하면 교통사고율이나 사망사고율은 훨씬 낮다고 합니다. 나름 선진국이라 떠들고 수많은 교통신호 속에서 사는 우리나라가 교통사고율, 사망사고율 1위라는 것이 부끄럽습니다. 3시 첫 번째 방문지인 깔리까산(KALIKASAN)에 도착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환경운동연합과 비슷한 조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차이점은 회원들이 우리나라처럼 개인이 아닌 다른 단체들의 연합이라는 것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느 나라나 환경문제는 심각한 것 같습니다. 특히 천연자원의 보고였던 필리핀의 경우는 더욱 심합니다. 외국계 회사의 무분별한 벌묵과 광산개발로 토지는황폐화되고 미군기지로 인한 오염도 심하다고 합니다. 또한 하천오염도 심각하여 마닐라의 4대하천(?)은 거의 회생불가수준으로 오염이 되었다고 합니다. 마닐라의 하천을 보니 4대강 사업이 떠올라 씁쓸합니다. 6시 첫날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옵니다. 필리핀 전통음식을 한국인 입맛에 맞게 만든 저녁은 다이어트 생각을 멀리 날려보냅니다.(필리핀 오기전에 3주째 절식으로 3kg 가까이 뺀 상태였는데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과식의 결과 귀국해보니 5kg나 쪘더군요. 외국갔다가 살쪄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데..;;) 둘째날 7시 기상. 두 번째 방문지인 바야무나(bayan muna)에 도착합니다. 이곳은 필리핀 파티리스트 정당 중에 하나입니다. 파티리스트는 직능(계층)별 정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성, 청년, 노동자, 공무원, 교사, 어린이, 원주민 당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비례대표 형식으로 파티리스트끼리 따로 투표를 해서 하원의원을 선출합니다. 250명의 하원의원중 20%를 파티리스트에서 뽑습니다. 1개당에 3명이 최대인원이라고 합니다. 필리핀의 정당은 대부분 보수정당이고 진보정당은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또한 가문중심의 정치이다보니(조선시대 권문세족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진보세력의 진출의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바야무나(bayan muna)는 필리핀의 대표적 진보정당으로 진보, 민주, 독립, 사회정의, 평화․인권,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개발, 시민의 자각과 행동역량강화를 목표로 활동합니다. 12시 점심은 이곳 대형마트 식당에서 필리핀 음식을 먹습니다. 필리핀식 패스트푸드입니다. 밥이 좀 푸석푸석하지만 그래도 충분히 맛있습니다.(필리핀에 너무 잘 적응해서 이 곳에서 살라는 말 많이 들었습니다...) 1시에는 CMFR(center for media freedom and responsibility:언론자유와 책임을 위한 센터)를 방문했습니다. 이곳은 언론운동을 하는 곳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민언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필리핀의 주요방송은 이미 권력에 포섭되어 있고 권력자의 눈에 벗어난 기사를 쓴 기자들의 생명이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작년에도 50여명의 기자가 테러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특히 수도인 마닐라를 벗어난 지방의 경우일수록 더욱 심하다고 합니다. 정부를 비판한 언론에 대해서는 소송을 제기한다고 합니다. 어디서 많이 본 풍경입니다. 민주주의 후진국에서 언론통제는 필수조건인가 봅니다. 단체방문 일정을 마치고 여러 가지 생각이 밀려옵니다. 이곳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그나마 진보운동하기 좋은곳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이곳의 현재가 우리의 과거와 별 차이가 없다는 것과 어떻게 보면 우리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권력의 언론장악, 토호세력의 득세, 극심한 빈부격차. 보수일색의 정당 우리의 오래된 미래가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 속에도 꿋꿋히 활동하는 많은 분들이 있기에 미래는 바뀔 수 있지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특히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어디든지 생활공동체를 우선 만드는 모습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항상 여유롭고 웃으며 생활하는 이 곳 사람들의 모습과 늘 무언가 쫓기듯 바쁘고 찌뿌린 얼굴로 살아가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모습이 교차됩니다. 그나라의 소득수준이 국민의 행복지수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통계자료처럼 어렵더라도 현재에서 즐거움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이번 연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