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사람의 만남이 아름다운 도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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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염대형(우리단체 시민참여팀장) 최은진이 밉다. 그녀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는데도, 안지 얼마 안됐는데도 밉다. 아주 밉다. 도대체 무엇을 하다 이제야 등장했는지 모르겠다. 내 무지를 탓하기보다는 그녀를 탓하고 싶다. 최은진을 미워하게 된 이유는 순전히 『풍각쟁이 은진 : 최은진이 새로 부른 근대 가요』 때문이다. 『풍각쟁이 은진 : 최은진이 새로 부른 근대 가요 13곡』이라는 앨범을 발매소식을 듣고 상상의 그림을 그렸다. 현실에서 상상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최은진의 노래는 예상대로였다. 할 말이 없다. 오줌을 지릴 정도로 기가 막히다. 앨범 크레디트를 장신하는 김해송, 박시춘, 이난영, 여기에 최승희까지 정신이 없다. 애상과 발랄 속에 우리의 근대 생활사가 최은진을 통해 80년 만에 재현됐다. 최은진의 노래는 “노래를 부른다”는 개념과는 전혀 별개다. 바로 최은진이 노래고, 노래가 최은진이다. 가수와 노래의 합일은 보기 드문데, 최은진은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해냈다. 그 공력에 감탄이 일어난다. 더 나아가 듣는 청자까지 노래에 끌어들인다. 『풍각쟁이 은진 : 최은진이 새로 부른 근대 가요 13곡』같은 앨범은 노약자와 임산부에게는 금물이다. 사람의 영혼을 자극하는 이런 작품, 얼마만인가. 노래를 통해 세상이 들어온다. 최은진을 넋 놓고 들으니 지금껏 음악의 끈을 놓지 않고 이어왔다는 게 눈물 날만큼 대견하다. 음반 모으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노래를 듣기 위해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음반 구입에 사명감이 무슨 소용이냐는 자조까지도 사라진다. 최은진의 작업과 유사했던 한영애의 2003년작 『Behind Time 1925-1955 A Memory Left An Alley』가 한영애 개인의 아우라를 최대로 발현했다면, 최은진의 『풍각쟁이 은진 : 최은진이 새로 부른 근대 가요 13곡』은 가수가 아닌 노래의 당위성을 증명한다. 너무도 미운 최은진, 그녀 덕분에 일상의 매너리즘과 증오를 넘어서본다. 이런 게 바로 노래의 힘이다. 최은진에게 백만 번의 축복과 감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