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사람의 만남이 아름다운 도시로,

열린시대 새 지방자치를 만들어갑니다.

회원사업

윤상은 되는데 왜 이문세는 안 되나
  • 173

첨부파일

글 : 염대형(우리단체 시민참여팀장) 윤상 박스세트가 2월에 나온다. 데뷔 20주년 기념으로 정규작 7장, 스페셜 2장, 기타 모음집 1장 등 총 10장으로 구성된다. 윤상의 앨범을 모두 갖고 있지만 박스세트를 다시 사고 싶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뮤지션이다. 윤상의 박스세트 소식을 들으니 이문세가 생각났다. 지금 재발매해야 할 1순위를 뽑는다면 여과 없이 이문세다. 이문세는 80년대, 영미 팝이 한국을 지배했을 때, 팝의 우월성을 상쇄시켰고 가요시장이 팝시장을 넘어서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웠다. 무엇보다 그의 노래는 여전히 통용되고 있으며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보편성을 증명했다. 그러나 1990년대 이전 뮤지션들의 재발매가 어려운 이유는 그들에게 귀속되지 않은 판권과 녹음원본인 마스터테이프의 상실 때문이다. 이문세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의 초기작인 『1집』, 『2집』은 물론 명반이라 일컫는 『3집』, 『4집』은 아예 CD로 발매되지 않았다. 현재로써는 이문세의 전성기를 음반으로 듣는 건 쉽지 않다. 재발매 또한 이문세의 의지나 특정 음반사에게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못된다. 레코드 매장에 들려 엘비스 프레슬리나 레드 제플린, 아바의 재발매 앨범을 볼 때면 부럽기도 하고, 자괴감도 든다. 그네들 건 있는데, 우리 고전은 없다. 2008년 경향신문과 가슴네트워크에서 발표한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들조차도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건 절반밖에는 안 된다. 그나마 2년 세 몇몇 뮤지션들의 음반이 재발매 돼서 그 수가 늘었다. 음반이 상품이고, 음악시장이 자본주의 산업 구조의 한축이란 건 인정한다. 그러나 한류를 홍보하는 한국 대중음악판에서 과연 과거의 유산은 가치가 없는 것인가. 개인이 음반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서 음악사를 정리할 수 없다. 결국 아이돌 앞세워 대중음악을 한류라고 열심히 홍보하는 정부에서 우리 음악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우리 대중음악의 모든 걸 담아낼 유형의 공간을 만들고, 자료를 축적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2009년 유인촌은 SM의 노래방에서 한국 음악 산업 진흥을 위해 1275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 중 10%만 (가칭)한국대중음악박물관에 투자해도 가능하다. 이문세 때문에 레코드 값이 올랐던 적이 있었다. 1980년대 그의 영향력은 대단했고, 대중에게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이문세 마저도 기록과 유산으로 정리가 안 된다면 다른 가수들을 말해 무엇 하겠는가. 윤상의 박스세트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윤상 이전의 대중음악이 보존되지 못하는 현실이 답답하다. 윤상의 박스세트 발매는 한국음반산업 폐행과는 다르게 개인과 음반사의 노력이겠지만 다 윤상 같을 수는 없다. 우리 대중음악은 반드시 보존돼야 하며 공적 영역 차원에서 정부가 나서야 한다. 21세기를 문화의 시대라고 말하면서 4대강은 되고, 대중음악은 안 되는 이유가 무언가. 당면한 카라만 떠들 게 아니라 방치되고 있는 우리 대중음악에 대한 이야기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