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사람의 만남이 아름다운 도시로,
열린시대 새 지방자치를 만들어갑니다.
고두환(회원, 청년사회적기업(주)공감만세 대표)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트 언덕, 걷다 보면 노래가 들리고 화가를 만나며 사랑에 빠질 것 같은 그곳에는 우리가 만나보면 좋은 사람 한 명이 살고 있다. 파스칼 브레윙(53세), 25년 전 몽마르트 언덕에서 빵집을 시작했던 한 청년은 어느새 인자한 얼굴을 한 아저씨가 되어 있었다. 조그마한 빵집, 다섯 명만 들어와도 꽉 차는 빵집 앞에는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다. 빵집을 찾는 손님은 하루에 1,000명을 훌쩍 넘는다. \"프랑스에는 35,000개 가량의 빵집이 있습니다, 파리에만도 1,200개의 빵집이 존재하지요. 우리는 하루 세 번 빵집에서 같은 사람을 만나곤 하지요. 빵집은 사람들과 함께 나이를 먹고, 추억을 쌓아가는 공간입니다. 프랑스의 조그마한 마을에서 찾아보기 쉬운 정육점, 구멍가게와 같이 빵집은 마을 공동체에 있어서 사람과 사회를 이어주는 중요한 소통의 통로이자 만남의 장소입니다\" 여러 대회에서 우승하고, 엘리제궁(프랑스 대통령 궁)에 납품하게 되면서 아저씨의 빵집은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다. 당연히 빵집의 규모도 커졌어야 했지만, 아저씨의 생각은 단호했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빵을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인구가 늘어나고 그만큼의 수요가 있으니 당연히 생기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어떤 원료를 쓰느냐에 따라서 건강과 직결되거나, 어떤 제빵법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서 맛이 결정되지요. 몇 사람이 수십만 명이 먹는 빵을 생산하는 곳과 매일매일 먹는 사람의 건강과 맛을 생각하며 빵을 구워내는 빵집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빵집은 프랑스의 사회 시스템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었다. 가령 사회 취약계층의 경우 관공서에서 보호대상으로 일종의 번호를 부여한 뒤, 빵집 같은 매일 사람이 가야만 하는 곳에게 그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다. 그 사람이 매일 와서 빵집에서 대화함으로써, 그 사람의 상태를 파악하고 캐어하는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갑자기 그 사람이 발길을 끊는다면 빵집은 바로 관공서에 연락을 취하게 되고, 아무도 돌보지 못하는 사각지대에서 그들을 돌보는 역할을 빵집이 하게 되는 것이다. \"단순한 장사가 아니지요, 빵집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대입니다. 맞벌이를 하는 부부의 집의 경우 아무리 바쁘더라도, 다만 바게트 하나라도 아이가 혼자 돌아다니는 것이 위험할 수 있으니 반드시 배달을 해줍니다. 사람들은 집 열쇠나 귀중품도 빵집에 맡기게 되고, 여러 가지 번잡스러운 일들을 빵집에서 처리하곤 합니다. 바캉스 시즌에도 빵집이 문을 닫으면 안 되니, 인근에 있는 빵집들과 연대하여 돌아가면서 바캉스를 가게 됩니다.\" 프랑스에는 동네상권이 단순히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지표를 위해서만 지켜야하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사회에서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동반자였고, 매일 만나며 관계를 맺는 가족과도 같은 존재였다. 추상적인 시스템적 이해 없이 삶에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있는 이들의 사고를 빵집 주인 파스칼 아저씨를 통해 만났다. 씹을수록 고소한 바게트를 만나면서 생각했다. 그들의 자부심의 밑바탕은 결국 사람과 사회를 잊는 통로로서의 정체성에 기인한다고. -------------------------------------------------------------------------------------------- 위의 글은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회보 \'참여와 자치\' 5+6월호 회원연재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