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사람의 만남이 아름다운 도시로,
열린시대 새 지방자치를 만들어갑니다.
한일수(회원, 두리한의원 원장) 사회를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제도 중 하나가 교육이다. 그리고 우리는 정규 교육에서 인간은 진선미하게 살아야 한다고 배운다. 배운 대로 행하는 것이 기본 아닌가. 해서 우리는 각자의 신념에 따라 진선미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좆게 된다. 정규 교육을 잘 이수하셨으리라 짐작되는 참여 독자분께 몯노니, 시민운동은 선한 것입니까? 이 뚱딴지같은 질문은 사실 필자의 절박한 마음이고, 내 마음이 절박해진 까닭은 저번 대선 패배가 원인이다. 다른 현명하신 분들과 달리 나는 저번 대선에서 꼭 이길 것을 믿었다. 한 번도 의심해보지 않았다. 그래서 패배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이른바 많은 분들이 겪었다는 멘붕을 나 역시 겪었다. 그리고 한 달이 훌쩍 지난 지금, 우리는 왜 졌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는 중이다. 구체적인 각론은 제시할 실력이 안 된다. 오십대의 안정 희구 경향 때문에 졌다, 집값 부양(안정 포함)을 바라는 사람들이 많아서 졌다, 이정희 때문에 졌다, 안철수가 열심히 안 도와서 졌다 등등 수많은 각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나는 다들 일리가 있는 생각이라고 본다. 하지만 내가 생각에는 우리가 질만 했고, 심지어 지는 게 당연한 게임이었다. 우리는 더 이상 민주-반민주 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고, 그 변화에 순응하는 자는 살고 거스르는 자는 죽는다(順天者興, 逆天者亡). 새누리당은 변화했고, 우리는 변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 세상을 선악의 개념으로 파악했고, 저들은 시장과 비즈니스로 접근했다. 도덕군자와 장사꾼이 싸우면 누가 이길 것인가. 집권을 해야만 세상을 바꿀 수가 있다. 집권하지 못하는 정치집단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존재다. 과일전의 모과이거나 어물전의 꼴뚜기 짝이다. 모과나 꼴뚜기가 왜 쓸모가 없겠냐만, 정당이나 다른 정치세력이 자신의 존재이유를 찾으려면, 집권을 해서 세상을 바꿔야만 한다. 만년 야당이 무슨 정치를 하겠다는 것인가. 내가 지나친 결과주의에 빠진 것인지를 모르겠지만, 이명박과 박근혜에게 거푸 지면서 이것은 아니다 싶은 것이다. 이러자고 참여를 하고 환경연합을 하고 민언련을 하는 게 아니지 않았나 말이다. 시민운동을 할 때 우리는 세상을 바꾸자고, 사회적 약자들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 보자고 했던 것 아니었나? 그렇다면 시민운동은 하나의 정치집단인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법률이 바뀌고 조직의 수장이 바뀌고 그래서 구체적인 구조(시스템)가 바뀌어야만 조금 방향을 트는 것 아닌가? 노장의 관점이라면 나는 배덕자일 것이다. 하지만 나도 여러분처럼 일찍이 겪지 못한 상실감에 시달린 뒤에, 진지하게 자문하고 있다. 시민운동은 정당한가? 시민운동은 선한가? 이 질문의 속내는 이것이다. 시민운동만으로 충분한가? 시민운동을 한다고 스스로를 기만하는 것은 아닌가? 우리는 좀 더 껍질을 깨고 바깥으로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닌가? 참여에 쓰는 첫 글이 너무 딱딱하고 폼 잡는 것이어서 송구하다. 앞으로 일 년 동안 지면으로라도 만나 뵙게 되어 기쁘고, 부족한 글을 실어준 참여 식구들에게 고마운 인사드린다. 늘 평안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