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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심은 무척 ‘매력’적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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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원(회원, 월간 토마토 편집국장) 월간 토마토를 창간한 것이 2007년이었고 대전 중구 대흥동으로 사무실을 옮긴 것은 2008년 2월이었다. 원도심이 지닌 의미와 가치 등을 생각해 이전을 결심한 것은 아니었다. 중구 부사동 작은 2층 집에 첫 둥지를 틀었다가 현재 북카페 이데를 취재하면서 비어 있던 2층에 마음이 갔다. 옥상에는 온갖 쓰레기 더미가 1m 가량을 쌓여 있고 오랫동안 비어 있던 2층에는 특유의 공허함이 가득해 쓸쓸함마저 일었지만 그래도 옮기고 싶었다. 그렇게 원도심 살이가 시작되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로부터 이 꼭지에 원고 청탁을 받으며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원도심’은 지난 몇 년간 지역에서 뜨거운 이슈였고, 선거 때만 되면 누구라도 공약을 제시해야 하는 중요한 공간이 되어버렸다. 더군다나, 충청남도 도청이 이전하면서 충청남도청사와 관사촌 등 남은 공간 활용을 놓고 많은 이야기가 오간다. 그런데 정작, ‘원도심’이라는 낱말이 주는 분명한 함의에도 불구하고 관련 내용을 이야기하려면 무척 모호한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슨 이야기를 써야 할지 난감하다.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은 글자 그대로 ‘원도심 살이’다. 이제 7년 차에 접어드는 ‘원도심 살이’를 통해 드는 생각을 담담하게, 때로는 울분을 섞어 쏟아 내볼 참이다. 우선, 이 꼭지에서 이야기할 원도심 구역에 관한 정의부터 해야겠다. 공공성을 띤 논의가 많이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원도심은 상황에 따라 그 범위가 무척 다르다. 넓게는 대덕구 중구 동구 유성구를 비롯해 서구 일대까지 원도심으로 칭하기도 한다. 네모 반듯 높디높은 아파트로 대표하는 현대 주거 형태를 띠지 않는 대부분을 원도심으로 보는 것이다. 이보다 조금 줄여 대전역을 중심으로 동구와 중구 일대를 원도심으로 보는 경향이 짙다. 이 꼭지에서는 대전역과 옛 충남도청 사이에 놓인 중앙로 1.1km 구간을 중심으로 그 좌우에 블록화 되어 있는 은행동 대흥동 선화동을 면으로 놓고 옛 충남도청 관사촌이 있고 옛 테미도서관이 있는 지점과 철도 관사촌이 남아 있는 소제동, 중앙시장과 원동시장 등을 점으로 보며 원도심을 이야기할 참이다. 최근 ‘원도심’을 이야기 하면 뒤따르는 열쇳말이 ‘문화, 예술’이다. 이런 관점에서 원도심을 정의하면 앞서 이야기한 구역으로 범위를 설정할 수 있다. 능동적 구역 설정이라기보다는 행정력과 재정 등 공공재가 투입되는 구역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인 구분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위에서 말한 공간을 대상으로 막대한 예산과 행정력 등 공공재를 쏟아 넣고 있다. 사업이나 정책에 관한 다양한 평가가 이루어지지만 공공재를 투여하는 것 자체에 반론을 제기하는 경우는 쉽게 볼 수 없다. 무관심일 수도 있고 암묵적 합의일 수도 있지만 보여지는 모습은 무관심에 바탕을 둔 암묵적 합의다. 과학적인 조사를 벌인 것은 아니지만 이런 ‘합의’에는 일종의 부채의식 같은 것이 있어 보인다. 보편적 정서일 수도 있다. 우리는 지난 시간, 토목 국가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를 할 정도로 ‘개발’을 시대 사명처럼 떠받들며 살아왔다. 택지개발도 마찬가지다. 둔산과 노은, 도안 신도시까지 택지개발이 왕성하게 이루어지면서 원도심은 외견상 ‘쇠락’해 버렸다. 주요 공공기관이 이전하면서 금융기관 등이 덩달아 이전했고 원도심은 예전과 같은 활기를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곳으로 전락한 것이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 ‘원도심 활성화’는 시대적 화두로 떠올랐다. 이제는 고유명사처럼 쓰인다. 활성화 시키지 못하면 큰 잘못이라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어가는 분위기다. 이건 ‘부채의식’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도시를 팽창시키며 만들어낸 ‘공허’를 그 주체가 해결해야 한다는 소명의식까지 느껴진다. 이미 유행처럼 큰 흐름이 되어 이를 거스르는 주장을 쉽게 펼치기도 어렵다. 그런데 최근 원도심과 관련한 논란의 대부분은 바로 이 ‘활성화’를 바라보는 시각차가 너무 뚜렷하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행정기관에서는 대부분 활성화를 ‘경제 영역’에 집중해서 바라본다. 쉽게 말하면 상권 활성화다. 사람이 더 많이 모여서 지갑을 열고 돈을 펑펑 써주기를 바란다. 다른 측에서는 기존 도시와는 다른 가치를 지닌 이곳 원도심의 ‘매력’에 집중하며 이것을 훼손하지 않고 보존하며 특징 있는 도심으로 남겨 두기를 희망한다. 이렇듯 출발지점이 명확하게 다르다. 그럼에도 아이러니한 것은 양쪽 모두 ‘문화, 예술’을 열쇳말로 삼는 것에는 유사점이 있다. 이것이 상황을 별일 없이 보이도록 만들면서 내면적으로 꼬이는 단초를 제시한다. 나는 후자다. ‘상권활성화’라는 측면에서 원도심활성화를 이야기하며 이곳에 공공재를 투입하는 것은 기대한 성과도 거두지 못할 뿐더러 신경 써 망치는 결과를 초대할 것이라 확신한다. 앞으로 이곳에 펼쳐 놓을 원도심 살이 이야기는 이런 관점에서 풀어갈 것이다. ‘원도심’은 무척 매력적인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