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사람의 만남이 아름다운 도시로,
열린시대 새 지방자치를 만들어갑니다.
이용원(회원, 월간 토마토 편집국장) ‘중교로’에 매달 한 번씩 차가 다닐 수 없단다. 하루 종일은 아니지만 잠깐이라도 자동차에게 빼앗긴 공간을 사람이 되찾아온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이 공간에서 다양한 문화, 예술 행사를 펼칠 모양이다. 사업은 중구에서 주최하지만 들어가는 콘텐츠의 대부분은 대전문화재단에서 벌인 원도심활성화 시민공모사업 등을 통해 선정한 사업이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든 저렇든 한 달에 한 번 마음 놓고 걸을 수 없었던 공간에서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를 즐기며 펄쩍 펄쩍 뛰어다닐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 사업을 펼치는 근간에도 역시 원도심 활성화라는 정책적 관심이 녹아 있다. 이 과정에서 ‘원도심 활성화’라는 표현에 관해 거부감을 표시하는 원도심 주민이 의외로 많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단순하게 모든 건에 발목을 붙잡고 일 삼아 문제제기 하는 사람들이라 치부하는 것은 위험하다. ‘활성화’라는 낱말이 갖고 있는 소비적인 흥청거림에 관한 거부감일 수도 있고 자연스러운 흐름에 역행하는 인위적인 모든 것에 관한 거부감일 수도 있다. 차량 통행을 차단하고 일정 시간 많은 사람이 모여 흥겹게 놀아 제끼고 그 과정에서 주변 상가 매출이 쭉쭉 올라가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으나, 이런 조건부 활성화에 의존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추억 말고는 남는 것도 별로 없다. 행정력과 공공재정이 투입이 중단되면 모든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거나 더 큰 상대적 박탈감만이 찾아올 뿐이다. 이런 측면에서 ‘활성화’라는 낱말에 거부감을 표하는 주민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중교로 차없는 거리 행사’를 시행하면서 원도심 도로 교통 정책에 관한 깊이 있는 논의를 다시 진행하면 좋겠다. 원도심이라는 공간이 지닌 매력과 가치에 어울리는 도로 교통 정책의 변화는 현재 이벤트성으로 벌이는 수많은 사업보다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굳이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아도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걸어다니며 쌩쌩 달리는 자동차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환경 조성은 원도심이 지닌 매력을 한층 높여줄 것이라 믿는다. 차량보다 사람의 이동권에 더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원도심 활성화를 고민하는 방향에 부합한다. 이에 관한 전문가 집단의 연구가 이루어지고 시민은 차없는 거리 행사에 참여하면서 흥겹고 즐겁게 경험하며 함께 논의하는 과정을 거쳐 중지를 모아낸다면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지금과는 다른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중구가 시행하는 ‘차없는 거리 행사’에 이런 목적이 녹아난다면 이벤트성 사업보다는 한층 풍성한 내용을 담을 것이다. 지난해 시행한 ‘문화가 흐르는 중교로 사업’을 통해 도로 환경 일부가 개선되기는 했다. 이 구간이 이번 ‘차없는 거리 행사’를 펼치는 구간이다. 이 구간의 인도와 차도 턱을 없애고 인도 폭을 넓히고 인도와 차도에 사용한 블록을 같은 재질로 선택해 차량 빠르기를 조절하려 했다. 시도는 환영할만 하지만 인도에 촘촘하게 설치한 분수 시설은 이런 효과를 반감시키기에 충분하고 단속 시간만 끝나면 늘어나는 불법 주정차는 차와 사람 모두 통행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버렸다. 정책을 결정하면서 예측을 잘못하고 정책 방향에 관한 근간을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결과라고 본다. 다시 이런 오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원도심 일대 도로 교통 정책에 관한 근본적인 검토와 정책 생산이 필요하다. 공교롭게도 대전광역시에서 원도심 활성화 정책을 주요 시정 현안으로 받아 안으면서 원도심 차량 통행량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을 체감한다. 그냥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에 사람과 함께 차량 방문이 늘어나니 온통 주차 전쟁이다. 만약 대전시가 원하는 방향으로 원도심 활성화 정책이 성과를 거둔다면 차량 문제는 심각한 지경에 이를 것이 불보듯 뻔하다. 늦기 전에 원도심 도로 교통 정책을 고민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민선 4기 논의가 한참 진행하다가 슬그머니 가라앉아버린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transit mall) 조성 사업도 다시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주요 정책 이슈로 끄집어내야 한다. 중앙로를 중심으로 그 이면, 간선 도로에 관한 종합적인 밑그림을 그리고 민선 6기에서 시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