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사람의 만남이 아름다운 도시로,
열린시대 새 지방자치를 만들어갑니다.
김준구 (회원, 대전이주외국인종합복지관 사무국장) 회원연재 「그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의 지난 호는 결혼이주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확대가 당사자들의 인권향상과 다문화가족의 안정적인 미래, 한국의 안정적인 다문화사회 정착을 위해 꼭 해결해야할 과제라는 인식을 나누었습니다. 이번 호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들이 우리와 동등한 시민이자 유권자로서 당당히 서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해볼까 합니다. 최근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결혼이민자와 귀화자는 28만1295명, 그 자녀는 19만1328명입니다. 그 배우자를 합친다면 전체 다문화가족은 80만 명에 육박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들을 ‘이방인’입니다. 결혼이주여성들은 외국인노동자, 유학생 등과 달리 한국에 정주할 수 있으며, 국적을 취득해 국민으로서의 의무와 권리를 부여받습니다. 국민의 기본권인 선거권과 피선거권도 가지게 됩니다. 이들의 정치참여는 당사자 문제를 당사자 스스로의 목소리로 해결해나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하지만 정치참여에 대한 정보와 교육 부재로 아직까지 주체로 나서는 일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현재까지는 이자스민 국회의원, 이라 경기도 의원 정도가 그 첫걸음을 내딛은 정도입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정한 다문화사회로의 정착을 위해 이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지방의원 등 주체로 진입하는 사례가 늘어나야 할 것입니다. 결혼이주여성들은 국내 160만 이주외국인들을 대표해 국내정착과정에서 겪는 각종 고충과 문제점 등의 해결방안모색과 제도개선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정부와 지자체의 다문화정책수립과 실행에 도움이 되고, 사회통합에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최근 한국이주여성유권자연맹이란 단체가 창립식을 가졌습니다. 이 단체는 2008년과 2013년 한국여성정치연구소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행한 결혼이주여성 정치교육에 참여한 이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했습니다. 회장인 왕지연 씨는 한국에 온지 12년 된 중국(한족)출신 결혼이주여성으로 “결혼이주여성들이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이 되려면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람과 똑같이 권리와 의무를 행사해야죠. 한국의 다문화 관련 프로그램이 대부분 한국어 교육이나 요리 교실 같은 초기의 이주자들을 위한 것들이 많은데, 저처럼 정착해서 오래된 사람들은 사회에 대해 알고 싶은 게 많거든요. 다른 이주여성들도 한국의 사회와 정치에 대해 알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단체를 만들게 됐습니다. 이주여성들은 선거권이 있다는 것조차 몰라서 투표를 못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아도 영주권이 있으면 된다(※논자 부연설명-영주권자도 취득 후 3년이 경과한 후 지방선거 선거권 가짐)는 걸 몰라요. 그리고 누구한테 표를 줘야할 지도 모르죠. 선거홍보물을 보고 얼굴이 착하게 생긴 사람을 찍는 경우도 많고요.”라며 언론인터뷰를 통해 설립배경을 밝혔습니다. 이 단체는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들과 같은 결혼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유권자 교육 등의 활동을 할 계획입니다. 대전외국인복지관도 작년 한 해 우리 지역에 거주한 지 5년 이상 된 국적(영주권)취득을 한 결혼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정치학교를 실시했습니다. 다문화정책 당사자 전문가 양성과 장기적으로 이들의 지방의원 진출을 통해 지방정부의 현장 중심적 다문화정책 수립과 정책의 통일성, 합리성, 예산의 효율성 등에 기여하기 위함입니다. 이를 위해 현직지방의원을 비롯해 이자스민 국회의원, 이라 경기도의원 등 현직 결혼이주여성 의원들과 다문화관련 정부, 민간기관 전문가들을 모셔 전문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참여한 결혼이주여성들은 수료식을 통해 ‘당사자인 우리가 더 열심히 공부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다문화정책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단 것을 깨달았다’는 소감들을 밝혔습니다. 우리 지역에서도 언젠가는 결혼이주여성 지방의원이 배출되어 이주외국인들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날이 올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투표권을 가진 이들이 다문화정책의 당사자로 후보들의 다문화정책을 비교하고 소중한 한 표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당당한 유권자로 설 것입니다. 꼭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더 많은 이웃들과 시민사회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