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사람의 만남이 아름다운 도시로,
열린시대 새 지방자치를 만들어갑니다.
이용원(회원, 월간 토마토 편집국장) 대흥동을 중심으로 한 원도심이 당기는 힘에 이끌려 이 공간을 찾는 사람이 조금씩 늘어나는 듯합니다. 뚜렷한 근거는 없습니다. 7년 여 이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 눈에 밟히는 모습이 그렇습니다. 이 사람들은 무엇에 이끌려 이곳에 올까? 라고 생각하면 처음 우리가 이 공간에 사무실을 낼 때가 떠오릅니다. 그냥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풍광입니다. 화려하고 아름답고 신기한 어떤 요소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곳곳에 묻어나는 오랜 시간의 더께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풍광이 좋았습니다. 골목길을 걷다 문득 만나기도 하고 내 나이보다 훨씬 더 오래 전부터 그곳에 서 있었을 나무를 발견할 때도 그랬습니다. 그 공간을 느리게 걸으며 복잡한 머릿속도 정리하고 답답한 마음에 신선한 기운을 불어넣기도 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가 이곳에 관심을 기울이면 기울일수록 이런 풍광이 하나 둘 사라진다는 사실입니다. 신기합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의 배를 조금씩 가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매력적인 풍광은 어떤 특정 요소 하나로 자아낼 수 없습니다.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요소가 하나 둘 빠져나가면서 풍광이 소리 없이 허물어져갑니다. 지지할 기반이 없어 연쇄적으로 무너져 내리면 복원하기 불가능합니다. 그 공간을 다른 것으로 채워보지만 마뜩찮습니다. 그렇게 대흥동 일대에서 사라지는 요소 중 가장 인상 깊게 잔상을 남기는 것은 건축물입니다. 대부분 주택이지요. 주택이 사라진 공간에는 거의 다세대 주택이 들어섭니다. 조금씩 그 형태가 다르기는 하지만 네모난 그 공간이 풍기는 기운은 매우 흡사합니다. 차갑게 딱딱하고 우울하고 피곤합니다. 사유재산을 매각하고 그것을 매입해 법적 절차를 거쳐 다세대 공동 주택을 짓는 것을 문제 삼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대흥동과 원도심 일대가 지니는 가치를 인식한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라지는 그 주택 중 일부는 전체 풍광에 미치는 영향이 큰 요소이거나 이 공간에서 삶을 풀어나갔던 한 세대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이런 곳을 선별해 적극적으로 매입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이라도 활발하게 벌여 민간 차원에서 아쉬운 소리 안 하고 매입하면 좋겠지만 쉬운 일은 아닌 듯합니다. 공적 공간 수요가 많은 기관에서 새롭게 건물을 짓는 대신 기존 건물 중 보존 가치가 있는 건물을 적극적으로 매입해 공적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했으면 좋겠습니다. 공공기관에서 펼치는 원도심활성화 정책에는 ‘문화, 예술’을 중심 열쇳말로 삼아 내용을 만듭니다. 결론적으로 이 정책 방향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다음에 다시 이 부분에 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문제는 추진 방향입니다. ‘문화 예술’이라는 열쇳말에 동의하는 것은 그 기저에 깔려 있는 ‘사람’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 추진하고 있는 정책의 바닥에는 ‘돈, 소비, 경제논리’ 등등이 깔려있습니다. 지난번에 거론했던 ‘스카이로드’가 대표적 사례겠지요. 이 시설물을 굳이 분류하자면 문화예술 시설에 속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이 시설물을 설치한 것에는 절대로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정책 중심 열쇳말에는 동의하면서 그 추진 방향에는 동의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옛 연정국악회관(옛 시민회관) 자리에 위풍당당하게 올라가는 예술인회관을 바라보면 씁쓸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보존가치가 충분한 건물로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보강하는 공사를 시행하고 건축물을 그대로 놓아두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것뿐만 아니라 예술인회관에 모아두려 계획하는 그 모든 공간을 대흥동을 비롯한 원도심 일대에 있는 공간을 활용하기를 희망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보존 가치가 있는 기존 건축물을 매입해 활용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대부분이 사유재산인 기존 건축물을 보존하고 이것들이 모여 발산하는 원도심의 매력을 유지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많이 늦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원도심 한쪽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거나 한쪽이 힘없이 무너져 내리는 현장을 봅니다. 오랜 시간이 쌓여 만들어낸 원도심의 경관적 측면을 인식하고 이와 관련한 조사와 보존, 활용방안을 수립해야 합니다.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르기 전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