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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 되어버린 건축물에 숨을 불어 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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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원(회원, 월간 토마토 편집국장) 너무 오랫동안 한자리에 서 있으면 주변 풍경에 스며들어 뭉개진다. 익숙함은 그토록 잔인하다. 풍경에 스며들기 전에 쏠렸던 관심도 부스스 흩어져버린다. 지난 호에 원도심이 지닌 경관 차별성과 매력에 관해 언급하며 이것에 영향을 미칠 건축물에 관한 매입 보존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건축물 자체가 지닌 조형성이나 역사성이 보존 유무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기준이겠지만 때로는 건물이 있는 공간 맥락도 무척 중요하다. 대흥동을 중심으로 한 원도심 일대를 돌아보면, 많은 사람이 도시로 떠나 폐가가 넘치는 시골마을도 아닌데 비어 있거나 건축을 하다 만 공간이 제법 눈에 들어온다. 이 공간을 볼 때마다 마음 한 구석에서 욕심이 스멀스멀 피어난다. 그 중 대표적인 두 개의 건축물을 소개한다. 이 공간을 공적으로 인수해 ‘청소년 관련 문화 시설’로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하나는, 대흥공원은 대흥동네거리와 으능정이네거리 사이쯤에 있다. 풍경에 스며들어 뭉개진 건물 한 채가 그곳에 있다. 2층 건물이다. 한 부동산 중개인은 “그 건물이 놓여 있는 땅은 공유지에요. 공원용지일 거예요. 그 위에 건물을 지은건데. 예전에 대전지역 일간지 지국이 있었어요. 그러다 그곳이 나가고 그냥 저렇게 방치되어 있는 거지요.”라고 설명했다. 건축물 등기부등본으로 실마리를 찾아보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해당 도로명 주소와 건물번호를 확인했지만 해당 건축물 관련정보를 찾을 수 없다는 메시지만 떴다. 확인한 정보만 놓고 볼 때, 무주공산일 가능성도 농후했다. 이 건물을 지어 놓은 대흥공원에는 커다란 히말라야 시다가 자라고 비교적 관리를 잘 하는 공중 화장실도 있다. 볕이 잘 들고 조용해 제법 적잖은 사람이 이용한다. 대흥공원에 콘테이너 도서관을 들여놓고 이 2층 건물은 청소년 아지트로 활용하면 좋겠다. 이 대흥공원에서 대각선으로 또 다른 건물이 풍경에 뭉개져있다. 맛나식당 맞은편이다. 공사가 꽤 진척되었는데 어떤 연유로 중단한 채 풍경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각이 진 상층부를 제외하고는 5층 건물이다. 내부를 확인하지 못해 정확히 구조를 알 수는 없지만 중앙부분이 뚫려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H빔의 붉은 빛깔이 여전히 선명하다. 콘크리트 부분에는 빗물자국이 있긴 하지만 튼튼해 보인다. 오히려 건물 외곽을 둘러싼 펜스에 녹이 많이 슬었다. 건물에 얽힌 내막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었다. 소유주가 대전에 없고 개인이 아니며, 높은 호가때문에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건물이 아니라는 이야기만 들렸다. 이 건축물이 놓인 블록으로 보면 ‘대흥동 문화예술의 거리’와 ‘으능정이 문화의 거리’에 모두 접해 있다. 각 거리에서 동쪽과 남쪽에 이 건물이 놓여 있다. 일반적으로 관에서 매입을 추진하면 호가가 높아지면서 매입에 어려움이 있다곤 하지만 이 공간 역시 욕심난다. 위치로 볼 때, 이 건물 공사를 마무리해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모시키면 주변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지다. 더군다나 대흥동 문화예술의 거리와 으능정이 문화의 거리에 이 블록을 연결한다면 하나의 축을 구성할 수 있고 옛 대전극장 골목에도 영향이 닿을 것으로 보인다. 점이 선으로 연결되고 이는 곧 면으로 확장할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다. 앞에 소개한 대흥공원과 정체불명의 2층 건물, 대흥동노인회관 등 자원과 연계해 10대를 위한 다양한 상상도 풀어놓을 수 있다. 이곳과 가까운 대종로 큰 길가에 면해서는 아신극장 1관과 마당 소극장 등 연극전용 소극장 두 곳도 자리했다. 으능정이네거리와 대흥동네거리를 연결하는 6차선 넓은 도로가 마음에 걸리지만 심리적 문제일뿐 실제 거리는 멀지 않다. 으능정이 거리에 몰려드는 10대들에게 소비가 아닌 다른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도 어른들 몫이다. 버려지다시피 한 건축물에 어떤 기능을 부여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풍경이 되어버린 건축물을 다시 풍경 밖으로 꺼내는 것에 더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저런 건물을 새롭게 신축하는 것은 원도심에 어울리지 않는다. 곳곳에 숨어 있는, 낡았지만 소박하고 정감 있는 건축물에 필요한 기능을 부여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