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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것 말고, ’원도심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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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원(회원, 월간 토마토 편집국장) 요즘, 원도심에서는 정말 많은 공연이 열린다. 작은 카페에서 열리기도 하고 중교로 길을 막고 무대를 만들기도 한다. 아예 공연하라고 만들어 둔 우리들공원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이렇게 공연이 열릴 때마다 시간이 허락하면 꼭 들른다. 우리 동네에서 벌어지는 일이니 나 몰라라 할 수는 없고 간혹 그곳에서 감성이 통하는 뮤지션이라도 만나면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 가까이 기분이 좋다. 근데, 펼쳐지는 공연을 보고 있으면 간혹 아쉬울 때가 많다. 무엇보다 관객이다. 준비한 시간과 공간에 비해 관객이 너무 적다보니 민망할 때가 많다. 물론, 공연을 찰 치렀는지를 관객수로 평가하는 유치한 기준을 제시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천편일률적인 ‘기획’이 조금 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한다. 평가 과정에서 적은 관객수는 늘 ‘홍보 부족’이라는 뻔한 원인을 대동하고 나타난다. 그런데 이건 ‘함정’일지도 모른다. 문화 예술은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겠지만 지닌 속성 중 가장 유혹적인 측면은 ‘일탈’이라고 생각한다. 이 ‘일탈’은 뻔하게 흘러가는 모든 흐름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이 에너지원을 기반으로 우리는 새로운 상상을 하고 지난 모든 것들에 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유와 관대함을 갖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문화 예술을 ‘즐긴다’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어쩌면 100년 넘게 가혹한 세월을 살아왔던 우리에게 문화 예술은 그 자체로, 아무런 군더더기가 붙지 않아도 ‘일탈’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더는 그렇지 않다. 워낙 많은 매체와 기회를 통해 문화 예술을 즐기고 여기에 상업적 마케팅 전략까지 덧띄워지면서 무차별적인 폭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무대와 객석에 뮤지션과 스태프라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구성 요소만으로 충분했던 시절은 아쉽지만 끝났다. ‘일탈’이라는 자체 속성에 기대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최근 대흥동을 중심으로 한 원도심에서 벌어지는 대부분 문화 예술 공연과 행사가 이 도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지나가는 시민 발걸음을 쉽게 붙잡지 못한다. 아쉬운 부분이다. 더군다나, ‘일탈’이라는 속성을 공간 안에서 구현하기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대흥동 일대 원도심이라면 더 아쉬움이 크다. 우리들공원은 애초에 설계를 잘못해 내년에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간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졌다. 그 무대와 공간을 그대로 활용하는 것은 진즉에 때려쳐도 상관없다. 애써 차가 다니지 못하도록 막아 놓은 곳에 수시로 이동하기만 불편할 뿐 또 다른 구조물에 지나지 않는 것들을 세워 두고 걸리적거리게 만들 필요도 없다. 모든 단위 행사가 더 작아졌으면 좋겠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수많은 공연팀을 무대 위에 세우고 딱딱한 플라스틱 의자를 깔아둔 채 ‘앉아서 보든지….’라는 말걸기는 진부하다. 두 시간 가까이 영화를 보는 것도 때로는 불편하고 지루한데, 참 고역이다. 대흥동과 주변 원도심에서 벌어지는 공연은 더 작고 아기자기하며 뮤지션과 관객이 가까이에서 충분히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이었으면 좋겠다. 아니, 규모가 큰 대형 프로젝트일지라도 기존 방식에 내용만 바꿔 얹는 것이 아니라 정말 ‘기획’을 가미해 새로운 형태로 시민에게 ‘일탈’의 시간을 제공해 주었으면 좋겠다. 대형 프로젝트라는 것이 양적으로 더 큰 것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 몇몇 길거리 버스킹 팀을 제외하고는 공적 자금을 투여해서 그런지 몰라도 요즘 이곳에서 만나는 공연이나 문화행사에서 ‘장인 정신’을 느낄 수가 없다. 매번 그냥 뻔하다. 이렇듯 시간과 돈을 소비해버리고 마는 듯 한 공연을 보면 애써 느꼈던 감성의 소통이 주는 여운이 반감된다. 이번 가을에는 여운이 강하게 남는 원도심 스타일을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