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사람의 만남이 아름다운 도시로,
열린시대 새 지방자치를 만들어갑니다.
전성우(회원, 한남대학교 홍보팀장, 전 한국일보 기자) 일부 미디어 전문가들은 2020년을 전후해서 종이신문이 지구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이 급속도로 우리의 삶에 파고드는 것을 보면 이 주장이 현실화하는 것인가 하는 ‘불안감’이 들기도 한다. 물론 TV가 발명된 뒤에도 라디오가 멸종되지 않은 것처럼, 종이신문도 생존에 성공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대학에서는 종이신문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확인할 수 없으나 2012년 대구의 한 대학이 종이 대학신문(학보)을 없애고 인터넷신문으로 전환한 것을 시작으로 이를 뒤쫓는 학교들이 늘고 있다. 대전지역에서도 종이신문을 인터넷신문으로 바꾼 대학이 있다. 대학생 기자들은 학교측이 인쇄비 절감을 위해 종이신문 발행을 중단했다며 반발하지만, 학교측은 미디어 소비 트렌드에 따라 전자신문으로 대체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필자는 종이신문 옹호론자이다. 종이책이 전자책으로 대체되길 원치 않는 것처럼, 신문도 종이매체로 남아주길 바란다면 시대에 뒤떨어진 구습으로 치부될까. 그렇지 않다. 종이신문은 오래됐지만 여전히 유익하고 뛰어난 매체이기 때문이다. 종이신문은 인터넷신문과는 차별적인 ‘편집’을 통해 단순한 정보전달을 넘어서 뉴스의 가치판단과 우선순위를 독자들에게 서비스한다. 물론 인터넷신문도 나름의 편집을 한다. 그러나 단언컨대, 정보 너머의 정보를 담는 종이신문의 고도화된 편집과는 비교할 수 없다. 더 중요한 점은 온라인에 탑재한 글과 종이에 인쇄된 글을 읽는 데에서 오는 차이다. 좀 과격하게 표현하면, 온라인 글은 보는(see 視) 것이고, 종이 글은 읽는(read 讀) 것이다. 화면(畵面) 앞에서는 잠시의 느림도 참지 못하고 분주하게 클릭하고, 터치하고, 스크롤 하는 가운데 무슨 깊이 있는 사유가 생기겠는가. 영국 시티대학 네일 트루만 교수는 종이신문과 온라인신문은 아예 다른 방식으로 소비되는 미디어라면서 “어떤 사람은 하루에 30분씩 신문을 읽는 대신 1분 30초 정도 온라인으로 뉴스를 보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필자는 이런 관점에서 포털사이트 등 인터넷뉴스는 ‘패스트신문’으로, 종이신문은 ‘슬로신문’으로 이름 붙이고 싶다. 패스트푸드가 슬로푸드를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듯, 슬로미디어의 자리도 계속 남아 있을 것으로 믿는다. 다시 ‘지성의 전당’ 대학으로 돌아가자. 우리나라의 종이신문 구독률이 20% 정도로 추락한 현실이지만, 지성을 연마하는 대학에서 사회보다 먼저 종이신문을 포기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신문은 민주주의와 언론을 배우는 중요한 교재라는 사실을 상기하면 좋겠다. 새봄을 맞아 반가운 소식도 들렸다. 1957년 창간한 한남대신문이 3월에 지령 1,000호를 발행한다는 것이다. 내가 책을 안 읽는다고 종이책이 필요 없다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신문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가뜩이나 종이신문을 외면하는 20대인데, 신문 없는 대학에서 생활하다가 사회에 나오면 더더욱 신문을 외면할 것이 아닌가. 대학에서 신문이 사라지는 날, 세상에서 신문이 사라지는 불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학보를 지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