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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우(회원, 한남대학교 홍보팀장, 전 한국일보 기자) 세계적으로 대학 순위 평가의 춘추전국시대이다. 원조는 미국의 <유에스 뉴스 & 월드 리포트>이다. 이 언론사의 홈페이지에 가보면 최상단을 비롯해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는 주요 뉴스가 아니라 ‘대학정보’ 안내문이 걸려 있다. 클릭했더니, 1년간 대학정보를 이용하는데 31달러라고 한다. 1983년 이 언론사가 대학 순위를 처음 발표한 이후 여러 미디어들로 이 사업이 확산되었고, 국내에서도 일부 언론사가 대학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그 평가가 교육의 본질을 외면한 채 매우 표피적이고, 상업적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최근 읽은 글을 소개하고 싶다. 미국 메인 대학교 로버트 우드버리 전 총장이 쓴 ‘<유에스 뉴스 & 월드 리포트>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대학의 정직성을 잃는 법’이라는 글의 한 토막이다. “<소비자 보고서>는 자동차들을 서로 비교하고 순위를 매기기 위해 성능이나 안전성, 신뢰성, 가치 등과 같은 항목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산출량(output)’, 즉 그 자동차가 해내고 있는 것을 측정하려고 한다. 반면 <유에스 뉴스>는 학생들이 등록한 이후 그들을 위해 대학이 실제로 무엇을 해주었는가를 평가하기보다는 대부분 ‘투입량(input)\', 즉 지출 규모나 수업규모, 학생들의 입학시험 성적이나 교수진의 학위를 본다. 만약 <소비자 보고서>가 <유에스 뉴스>와 같은 방식을 사용한다면, 그것은 자동차를 만드는 데 사용된 강철 및 플라스틱의 양, 고객의 운전기술, 영업사원 중 MBA 소지자의 비율, 그리고 자동차의 가격에 따라 자동차의 순위를 매길 것이다.” 우드버리 전 총장의 주장에 동의한다. 평가가 교육의 본질과 교육기관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학생들이 그 교육기관에 입학해서 졸업할 때까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들여다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거칠게 말해서, 소위 일류대학이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모아 교육하는 것과 지역사립대가 상대적으로 성적이 낮은 학생들을 교육하는 것은 분명히 ‘다른 일’이다. 1등들을 모아서 1등으로 내보내는 것과 하위권 또는 중위권 학생들을 잘 가르쳐서 훌쩍 성장시키는 것을 어찌 같은 잣대로 평가할 수 있겠는가. 그 교육기관이 지향하는 가치를 제대로 실현하고 있는지, 그 속에서 학생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잘못된 평가는 부작용만 키운다. 이 때문에 언론사의 대학순위 평가를 아예 거부하는 대학들도 있다. 몇 년 전에는 유럽 850개 대학 총장 모임(EUA)이 대학 순위 평가의 폐해를 개선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대학 순위는 매년 발표되고 있다. 평가는 필요하다. 현재를 점검하고 더 나은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학생들과 학교들을 덧셈과 곱셈에 따라 서열화하는 것은 교육의 본령에서 벗어난 경영관리 도구일 뿐이다. 불필요한 순위 경쟁을 유발하기 보다는 이제라도 ‘진짜’ 교육성과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돋보기를 찾고 개발하는데 우리의 관심과 연구가 집중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