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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수 회원(회사원, 늘푸른축구단 총무) “매주 토요일은 축구하기 좋은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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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및 글 : 김상기(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시민참여국 간사) 1. 자기소개 및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요? 원칙은 제가 존경하는 분의 정치철학이기도 했고 저의 생활신조이기도 합니다. 원칙은 내 것과 다른 사람 것이 다르지 않다는 점이 가장 매력이죠. 부자나 서민이나 대통령이나 농부에게 모두 적용되는 게 원칙이니까요. 축구도 그렇습니다. 원칙의 스포츠죠. 전사처럼 투혼을 불사르면서도 그 본능의 일탈을 통제하는 이성적 규칙이 지배하는 게임입니다. 이것이 어떻게든 상대에 대한 반칙과 흠집 내기로 권력을 장악하려는 정치와 다른 점이기도 하고요. 게다가 ‘보편성’까지 갖추었습니다. 종교와 피부색, 체제와 문화 등 모든 ‘차이’를 넘어 하나의 룰과 규칙, 동일한 조건에서 기량과 전술을 펼치고 열광하며 동질감을 느끼는 스포츠니까요. 우연한 기회에 2010년도부터 늘푸른축구단과 게임을 하다가 당시 총무인 오마이뉴스 장재완 기자의 강권과 회원들의 추천으로 연이 닿게 된 곳이 이곳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의 늘푸른축구단입니다. 선수로 뛰면서 총무 역할도 겸하고 있지요. 충북 제천 출신이구요, 미혼입니다. 한때 정의당 대전광역시당 청년위원장직을 수행했었는데 정치현장에서 너무 많은 반칙들이 횡행하는 걸 목격하고 그만두고, 지금은 건설업계 회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2. 최근 3개 축구팀이 늘푸른축구단으로 통합되었다고 들었습니다 매주 토요일마다 정의당 축구동호회, ADT캡스, 늘푸른축구단, 3팀이 함께 시합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로 친분을 쌓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2013년, 3팀이 총회를 열어 통합을 결정하게 된 것입니다. 통합이 예상보다 수월하게 마무리된 것은 세 팀원들 모두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의 가치를 이해하고 동의하였기 때문입니다. 우리사회의 진짜 문제는 주권의식 충만한 참여시민의 부재에 있고, 따라서 그것은 ‘나’의 문제이기도 하며, 내가 참여하지 않고 잠시만 고개를 돌리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점점 줄어드는 것이 민주주의입니다. 자치의 근본도 외부에서 어떤 것을 끌어오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내재해 있는 능력과 개성을 특화시키고 자원을 개화시키는 것입니다. 우리사회의 위기는 시대착오적인 정치인들 때문이 아니라 ‘선량한 보통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공간 속에서 행해지는 비민주적 관습들이 아직 청산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걸 되돌려놓는 실핏줄이 바로 참여와 자치라고 생각합니다. 진짜 민주주의는 아주 소소한 우리 생활 속에서부터 출발합니다. 굵직굵직한 문제에 대해 분노하고 반대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먼저 우리 주변의 작은 참여를 실천하는 게 우선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제 개인적으로 ‘참여’와 ‘자치’라는 시대적 모토에 매료되었던 기억을 다른 팀 사람들에게 얘기해 주었고,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와 늘푸른축구단이 그 작은 참여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득하였고, 모두 동의하였습니다. 저와 늘푸른축구단은 참여와 자치를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3. 늘푸른축구단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활동내역보다는 생활체육의 가치에 대해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생계가 막막했던 시절엔 의식주 해결이 사회적으로 가장 가치 있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여가의 시대입니다. 여가는 일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발적으로 자유롭게 즐거움을 얻는 활동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게 생활체육입니다. 물론 여가활동을 반드시 스포츠로 해야만 하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도 사람들은 여가가 생기면 우선적으로 스포츠를 즐겼습니다. 스포츠가 여가의 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생활체육은 노는 것이기 때문에 즐겁습니다. 일이 아니기 때문에 부담 없고 자유롭습니다. 그리고 기본적 욕구 외에 어울리고 싶어 하는 욕구,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 더 나아가 자기실현 욕구를 효과적으로 채워줍니다. 늘푸른축구단도 생활체육의 일환으로 2001년에 창단되었습니다. 2009년 대전시 민관협의체 친선 축구대회, 2010년 대전경실련 창립 20주년 기념 친선축구대회에서 우승한 전력도 있습니다. 2005년에는 오마이뉴스 주최 전국시민사회단체 축구대회에서도 우승했습니다. 늘푸른축구단으로 통합된 후부터는 회원도 늘어 매주 3일씩 축구를 즐깁니다. 주말에 참여하기 힘든 회원들이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7시에 따로 모이게 된 것입니다. 공식경기는 토요일 오후 4시, 도안숲어린이풋살구장에서 펼쳐집니다. 비록 나이, 성격, 직업, 정치성향 등은 모두 다르지만 이렇게 우리는 어느덧 축구를 통해 작은 공동체가 되었습니다. 바로 이점이 늘푸른축구단의 가장 큰 활동인 것 같습니다. 축구는 골 넣는 선수에게만 환호하는 게 아니라 빛을 보기 어려운 포지션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한 나머지 선수들을 더 치켜세워야 팀이 사는 공동체입니다. 4. 늘푸른축구단 운영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조금 과장하자면, 운영원칙은 조선시대 ‘향약’과 유사합니다. 아시다시피 향약은 각 지방의 자치규범이었고, 기본덕목은 덕업상권, 과실상규, 예속상교, 환난상휼이었습니다. 좋은 일은 서로 권하고, 나쁜 행동은 서로 경계하고, 서로 예의로 사귀고, 어려울 땐 서로 돕자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과 부대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사회에 적용해도 지극히 상식적 규범에 속합니다. 두 번째 질문 답변과 연관하여 배경설명을 좀 더 드리자면, 조광조가 향약을 각 지방에 정착시키자고 한 목적은 개혁을 위한 하나의 포석으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중앙정치가 썩을 대로 썩은 상태에서 지방자치를 통해 힘을 기르고 개혁의 목적을 이루겠다는 의지였지요. 이런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향약을 지방자치의 시작점으로 보는 이들이 많습니다. 스스로의 규범을 통해 잘못된 것은 지적하고 좋은 것은 서로 권하면서 작은 공동체의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어 보자는 이념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 늘푸른축구단이 추구하는 것도 그러합니다. 월 만원의 회비는 축구장 사용료와 유니폼 구입, 식사비 등에 기본적으로 쓰이지만, 저희가 경기장으로 사용하는 곳은 월단위로 요금을 지불하기에 보다 많은 분들이 언제든 참여하여 축구를 즐길 수 있습니다. 서로 정보도 공유하고 고민도 나누고 친분도 쌓을 수 있도록 항상 열려 있습니다. 최근엔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창립 20주년에 맞추어 금강일보 주최 직장대항 축구대회에 참가하기로 총회에서 결의했습니다. 물론 목표는 우승입니다. 5.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에 바라는 점은 무엇입니까? 대부분의 시민단체가 공통으로 안고 있는 문제점이겠습니다만, 무엇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는가도 중요합니다. 첫째, 내부의 소통 강화 문제입니다. 활동가와 활동가, 활동가와 회원, 단체와 단체 간의 소통이 좀 더 활성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잘한 것만 공개하지 말고 못한 것도 공개할 때 회원들의 신뢰는 한층 더 강화될 것입니다. 둘째, 중요한 의사결정은 모든 회원들이 참여토록 했으면 좋겠네요. 의사결정과 집행은 활동가들이 하고 회원은 회비만 내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시민운동의 추진력은 결정자의 수에 정비례합니다. 중요의제는 사업의 세부내역까지 모든 회원이 참여하는 직접민주주의 방식으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반대의견과의 소통도 필요합니다. 반대의견도 자세히 듣는 자세와 목표에 동의하지만 방법론이 다른 소수의견도 소통하고 설득하려는 의지가 중요합니다. 끝으로 제 꿈과 연관하여 하나 더 부탁드리자면, 축구 외의 더 많은 공동체가 탄생할 수 있도록 밑거름 역할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제 꿈은 해비타트(Habitat) 운동의 선구자 ‘밀러드 풀러’처럼 저의 전공을 기부하여 어려운 사람들에게 목재건축물을 지어주고 그걸 통해 더불어 사는 마을공동체를 만들어보는 것입니다. 너무 커다란 이슈, 중앙 이슈에만 매몰되기보다는 이런 생활 속의 작은 문제들부터 고민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