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사람의 만남이 아름다운 도시로,

열린시대 새 지방자치를 만들어갑니다.

회원사업

오정골 통신 ③ 사이비 언론
  • 178

전성우(회원, 한남대학교 홍보팀장, 전 한국일보 기자) 공개적으로 쓰는 글에서 얼마나 솔직해질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평소 가슴 아프게 느껴온 이야기를 한번 꺼내보려고 한다. 주제는 사이비 기자이다. 사이비(似而非)는 ‘그럴 듯하게 포장된 가짜’라는 뜻이다. “나는 사이비한 자를 미워한다(孔子曰惡似而非者)”는 공자의 말에서 유래하였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언론의 중요성이 큰 만큼 사이비 언론의 해악 또한 크다. 언론은 국민과 독자의 편에서 권력을 감시하는 사회정의의 불침번이어야 하는데, 그 정신을 잃고 돈과 권력을 탐하며 공갈꾼처럼 타락한 것이 사이비 언론이다. 신문, 방송으로 대표되는 언론시장은 이미 포화상태가 된지 오래인데,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언론사들은 애당초 ‘사이비 비즈니스’를 염두에 두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언론사와 기자의 난립은 이미 사회적 필요를 초과해서 사회적 잉여 상태이고, 이런 환경에서 사이비가 난무하게 된다. 필자가 기자 시절 사이비 언론의 존재를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홍보 업무를 담당하고 보니 그 존재감과 문제점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기자는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사람이다. 하지만 사이비 기자에게 이는 부업이고 주업은 ‘영업’이다. 신문들이 수익의 대부분을 광고에 의존하는 만큼 이들의 영업은 광고 따내기에 집중된다. 여기서 홍보 담당자와의 갈등과 마찰이 생기고, 이 와중에 은근한 공갈과 협박을 가하는 사이비의 실체가 드러난다. 인터넷에 뜬 사이비 기자 감별법을 보니, 그 첫 번째가 ‘소속 언론사가 공인된 언론기관 회원사인지 확인하라’는 것이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필자가 20년 가까이 기자 생활을 하면서 듣도 보도 못했던 언론사들을 홍보업무를 맡으면서 많이 알게 되었다. 이들 가운데 사이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중에도 건전한 언론과 기자들이 적지 않으니 이름을 못 들어봤다고 해서 모두 사이비 취급을 하면 안 된다. 오히려 간과해서 안 될 부분은 이름깨나 알려진 언론사들의 ‘사이비화’이다. 이들 언론사는 기자들을 영업 전선으로 몰아세운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데도 회사의 강압으로 사이비의 경계까지 내몰리는 기자들이 있다. 기자도 한 언론사의 소속원인만큼 애사심을 바탕으로 경영에 협조하고 회사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노력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언론사와 언론인이 마땅히 지녀야 할 공적 의무와 품위를 저버릴 정도로 영업에 치중한다면 그건 탈선이다. 사이비 언론을 떠올릴 때 더욱 마음이 아픈 것은 언론인의 꿈을 키우고 있는 학생들 때문이다. 필자는 대학으로 이직한 뒤 ‘언론사 취업동아리’를 만들어서 학생들의 공부를 돕고 있는데, 이들이 존경받는 언론인으로 성장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행여나 학생들이 멋모르고 들어간 언론사에서 언론의 길이 아니라 사이비의 길에 내몰릴까 걱정이다. 언론사에 취업해 기뻐했더니, 얼마 안 가서 광고영업을 하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얼마나 씁쓸할까. 그래서 사이비와는 타협하지 않고 싸워야 한다. 사이비 언론이 학생들의 잘못된 일자리가 되어서 그들의 언론인의 꿈을 잡아먹는 일이 없어야 한다. 지역의 뜻있는 언론인과 시민단체가 사이비 언론과 언론의 사이비화를 견제하는 노력에 적극 나서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