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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골 통신 ④ 비즈니스 프렌들리 상아탑의 끝은 어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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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우(회원, 한남대학교 홍보팀장, 전 한국일보 기자)   \'이것도 있어야 하고, 저것도 있어야 한다.\'는 말은 다양성을 뜻하지만 자칫 방만한 상태로 오해된다. 반면 \'선택과 집중\'이란 말은 명쾌하고 힘이 있어 보인다. 요즈음 한국 대학들의 모습에도 이런 갈등과 모순이 어느 때보다 첨예하다. 한국대학신문 보도에 따르면,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7월 8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제는 대학이 폴리텍의 교육과정을 받아들일 때가 됐다.\"고 말했다. 황 부총리는 그 배경으로 \"(사회 수요가) 폴리텍과 같은 (직업)교육기관과 과정을 더 많이 만들어 달라 하고, 대학은 문을 닫으라고들 한다.\"는 여론(?)을 전했다. 결코 폴리텍을 폄훼하는 것이 아니라, 폴리텍은 일반 대학과는 설립목적이 달리 직업기술교육에 초점이 맞춰진 산업인력 배출기관으로 과거의 기능대학이다. 그렇다면, 황 부총리의 뜻과 정부의 대학교육 철학은 분명해진다.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이른바 산업일꾼을 대학이 교육하고 배출하라는 것이다. 사실 이명박 정부의 이주호 장관 시절부터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대학에 갖다 붙이는 것이 노골화했다. 이후 취업률이 대학평가의 중요 잣대가 되고, 산학협력을 대학의 가장 중요한 임무처럼 말하고, 실제로 그런 채찍과 당근 정책을 수없이 진행해왔다. 대학과 구성원들도 이제는 취업과 산학협력이란 말이 매우 중요한 단어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여기서 꼭 구별하고 넘어가자. 취업이나 산학협력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이를 설립목적으로 하거나 이 분야를 특성화하는 대학들도 분명 필요하고 잘 성장해야 한다. 다만 모든 대학이 ‘폴리텍’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원래 대학은 학문의 다양성을 바탕으로 존재한다. 개별 대학뿐만 아니다. 수많은 대학들로 구성된 고등교육 생태계 또한 다양성이 그 본질이다. 무릇 모든 생태계가 그렇지 아니한가. 하나 더 지적할 것은 ‘선택과 집중’을 말하는 교육당국의 정책 안목이 너무 짧고 줏대 없이 변화무쌍하다는 점이다. 가까운 예로, 국립 한밭대의 역사를 한번 보자. 이 또한 특정대학을 폄훼하는 의도는 전혀 아니다. 공립전수학교로 시작한 한밭대는 공업고등학교, 공업전문대학, 개방대학, 대전공업대학, 대전산업대를 거쳐 2012년 일반대학으로 전환되었다. 개방대와 산업대 제도는 바로 요즘 정부가 힘줘 말하는 취업, 산학협력, 산업역량강화를 위한 재교육 등을 위해 기획된 것이었다. 그러나 슬그머니 사라지거나 유명무실해졌다. 많은 산업대들의 일반대 전환을 교육부가 승인했다. 그래놓고 이제 일반대학들에게 폴리텍 교육을 벤치마킹하라는 것은 무슨 모순인가. 대학 관련 국책사업이 LINK, CK, ACE, IPP, BK21 등등 일반인들은 뜻도 모를 정도로 엄청 늘어났다. 올해 하반기에는 또 하나의 메이저 사업으로 불리는 PRIME(산업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육성사업)이 시행될 예정이다. 이는 대학을 이공계 중심으로 구조조정하려는 정책 수단이다. 이 배를 탈 것인가, 말 것인가. 상아탑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