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사람의 만남이 아름다운 도시로,
열린시대 새 지방자치를 만들어갑니다.
전성우(회원, 한남대학교 홍보팀장, 전 한국일보 기자) #1. 아픔 출근길 라디오에서 ‘생동성 시험(생물학적동등성시험) 알바’라는 단어를 난생 처음 들었다. 병원에 입원해서 투약과 혈액검사를 반복적으로 받는 임상시험 아르바이트를 말한다. 이 알바 경험이 있는 청년의 인터뷰에 따르면 병원에서 시험 약을 먹고 1시간 간격으로 계속 피를 뽑아서 검사를 한다. 그래서 속칭 ‘마루타 알바’로 불린다. 더 마음 아픈 것은 2주 정도의 짧은 기간에 수십만 원을 벌 수 있어서 모집공고 하루, 이틀 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는 사실이다. <허삼관 매혈기>가 떠올랐다. 영화에서는 돈이 없어서 피를 팔다가 육체도, 영혼도 망가진 사람들이 나온다. 의사에게 피를 더 자주, 더 많이 뽑게 해달라고 매달리기도 한다. 이렇게 피를 팔아야 했던 과거가 있었다!는 말로 끝나야 하는데, 21세기 정보화 사회에 마루타 알바라니! 병원에 누워 1시간마다 피를 뽑는 가난한 청년들에게 2015년은 과연 살만한 세상일까. 맨날 떠드는 경제성장과 GDP 곡선이 얼마나 더 상승해야 이런 알바가 사라질까. 오늘도 대학가에는, 그리고 거리에는 좀비처럼 흐느적거리는 아픈 청춘들이 즐비하다. #2. 어긋남 청년 취업을 이야기할 때마다 따라붙는 말이 있다. 구인난과 구직난이 공존하는 ‘미스 매치’를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기득권층은 친절히 해답(?)도 제공한다. 취업의 눈높이를 낮추라고!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으로 사회생활을 씩씩하게 출발하라고! 그리고 단계적으로 더 좋은 곳으로 옮기라고! 나쁜 말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 그런 튼튼하고 큰 사다리가 있는가? 정규직은 줄이고 비정규직만 늘리면서 무슨! 똑같은 일을 하면 똑같은 임금을 줘야지, 왜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절반도 안주는가? 잘못된 배의 방향타를 수정하려고 하지 않고, 그냥 현실에 순응하면서 따라오라고만 한다. 진짜 미스 매치는 바로 이것이다. 우리의 시각차! 방향의 어긋남! 이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3. 꿈 경기 성남시가 최근 ‘청년 배당’ 정책을 발표했다. 성남시에 거주하는 19~24세 청년들에게 연간 1백만 원씩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시행 첫해인 2016년에는 24세인 1만1천300명이 배당을 받게 된다. 소요 예산은 113억 원이다. 기본소득의 개념을 반영한 정책이다. 가난한 사람이든, 부자든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무조건 지급하는 것이 기본소득이다. 누구나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성을 침해받지 않고 생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지원금’, ‘활동비’, ‘수당’ 등의 표현 대신에 ‘배당’이라고 한 것은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라는 뜻일 게다. 기본소득은 도입에 진통과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바른 방향이다. 무상급식도 그랬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했던 노령 기초연금도 노인기본소득 내지는 노인배당으로 부를 수 있다. 지금은 소득 수준을 고려한 선별적 연금으로 후퇴했지만. 이재명 성남시장도 말했지만, 생애주기별로 볼 때 청년 세대의 복지가 가장 미흡하다. 그는 “노인 연금이 사회에 기여한 세대에 대한 후배당이라면 청년 배당은 선투자”라고 말했다. 더구나 청년은 고령사회의 노인 연금을 떠안아야 할 어깨가 무거운 세대이다. 청년에게 피를 뽑게 할 게 아니라 꿈과 희망을 주어하지 않겠는가. ‘청년 배당’은 꿈꾸는 씨앗이다. 성남의 청년뿐만 아니라 이 땅의 모든 청년들이 배당 받을 권리가 있다. 대한민국의 주주로서 말이다. 그날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