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사람의 만남이 아름다운 도시로,
열린시대 새 지방자치를 만들어갑니다.
이진희(회원, 사회복지사) ‘요즘 세상이 조용한 것 같아요.’ 티타임 중 한 직원이 그런다. 나는 ‘어허 요즘 눈 감고 귀 막고 사는 모양이네’ 하고 대꾸하며 웃었다. 이 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안다는 듯 모두들 씁쓸한 표정으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찜찜해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이어갔다. 역사학자들과 다수의 국민들이 반대하는 국정교과서, 노동자들이 반대하는 노동법 개정,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사경을 헤매는 농민, 아직도 공중에서 항의하며 내려오지 못하는 노동자들, 썩어가는 강물과 파헤쳐지는 자연, 비통함과 깊은 슬픔과 분노만 남긴 세월호 청문회, 도무지 누구하나 책임을 지지 않고, 무엇 하나 명쾌한 해답을 주지 못하는 사건들이 끝도 없이 출현한다. 기업은 노동자의 의견을 입장을 살피지 않고 국회는 국민의 의중은 안중에도 없다. 권력은 약자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 우리는 매 순간 이러한 엄청난 권력의 폭력들을 경험한다. ‘왜 멀쩡한 사람이 맞고 사는지 모르겠어?’ 매 맞는 아내, 폭력적인 배우자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사람들의 반응이다. 나는 가정폭력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상시적인 폭력 앞에서 피해자는 정상적인 기능을 전혀 할 수가 없다. 그것은 피해자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자존감을 철저하게 짓밟는다. 지금이 어쩌면 이와 같은 상황이 아닐까? 어쩌면 우리는 권력의 폭력에 둔감해진 것 같다. 처음에는 분노하고 아파하고 함께 눈물 흘리다가 그러려니 하고 체념한다. 원래 그런가보다 한다. 한 해가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처음에는 분노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루해 하고 그저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 버리고 마는 이런 시간이 지속될까 두렵다. 혹시라도 사회복지현장도 이런 현상에 물들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우리는 잘 듣고 있는지, 약자의 의견을 그들의 입장을 잘 살피고 있는지, 사회복지정책이 잘 실현되고 집행되도록 노력하고는 있는지 돌아 볼 일이다. 사회에 발생하는 문제들이 내 문제가 아니라고 도외시하고 나만을, 우리 기관만을, 우리 영역만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 일이다. 최근 들어 사회보장제도의 정비라는 빌미로 복지를 축소하고 지방정부 복지행정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려고 하고 있다. 이것이 지금 당장 내 문제가 아니라 하여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아무리 암울하고 퇴보하는 상황이라도 희망을 갖고 뭔가를 할 수 있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 문득 드는 생각이 두 가지 있다. 먼저, 부지런해야 하겠구나 하는 것이다. 누가 진실을 알려주지 않는 요즘이다. 적극적으로 진실을 찾아가지 않으면 이러다 진실이 아닌 거짓을 진실인양 믿으며 나의 삶을 허비할 수도 있겠구나 싶다. 그리고 사회복지사가 시민의 복지운동을 활성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동안 왜 사회복지계가 사회복지 관련 정책이나 논의에 소극적이었고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을까? 일상 업무의 분주함 속에서 정책에 관심을 둘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고, 수급자에 대한 즉각적인 지원의 필요성, 사회복지실천은 헌신과 봉사라는 전통적 관념 때문에 어쩌면 복지의 증진이나 개혁을 위한 정치적, 사회적 행동에 소극적이 되지는 않았나 싶다. 이제 우리 사회복지사 스스로가 사회적 약자를 보살피는데 그치지 않고 그들을 대변하는 적극적 옹호자임을 확인하고 욕구나 문제를 공론화하고 일반시민들에게 알리는 일을 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복지사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것을 실현시킬 공론의 장이나 단체가 절실히 필요하다. 새해에는 그런 장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꿈꿔 본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벌새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안데스 산에 불이 나고 모두 자기 살 길을 찾아 떠날 때 그 작은 부리로 물 한 방울씩을 물어다 나르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라며, 회피하지 않고 무뎌지지 않기 위해서 지금 내가 할 일은 이 작은 벌새처럼 열심히 작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물을 뿌리는 것이다. 지금은 희망이 없어 보여도 언젠가 희망의 빛이 보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