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사람의 만남이 아름다운 도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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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우(회원, 한남대학교 홍보팀장, 전 한국일보 기자) 2015학년도가 저물었다. 2월이면 대학마다 많은 학생들이 졸업장을 받고 사회로 나간다. 그리고 3월이 되면 더 젊은(?) 새내기들이 다시 그 자리를 채울 것이다. 반복되는 대학의 일상이다. 이 즈음이면 드는 질문이 있다. 과연 졸업생들은 대학 생활을 통해서 무엇을 얻었을까 하는 것이다. 원하는 일자리를 얻어서 축하 받으며 졸업하는 학생은 대학 생활에 성공한 것일까? 반대로 취업 시험에 낙방한 친구는 비싼 등록금만 낭비한 것이고? 주위를 둘러보면 이렇게 취업을 기준 삼아서 대학 생활의 성패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100% 틀렸다고 할 수 없지만, 정답은 아니다. 대학이 직업훈련기관은 아니니까. 학점이라는 기준도 있다. 그러나 학점 역시 한 사람의 대학 생활을 제대로 평가하는 척도가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최근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EBS TV의 교육특집 다큐프로그램 ‘서울대 A+의 조건’은 시험과 학점이 얼마나 부질없는 평가인지 극명히 드러냈다. 전문가들의 연구조사 결과, A+ 학점을 받는 학생들의 비결은 의외로 단순했다. 교수 강의의 녹취록 요약본을 만들고, 통째로 외워서 적어내면 A+를 받았다. 반대로 교수의 강의 내용에 대한 반론이나 비판적인 의견을 제기하는 학생은 낮은 학점을 받았다. 실제로 강의 때마다 독창적인 질문을 던지면 주목을 끈 학생이 있었지만 학점은 바닥이었다. 이 학생은 A+ 학점을 받는 학생들을 흉내 내어 교수 강의내용을 그대로 적어낸 뒤 학점이 놀랄 정도로 상승했다. 결국 강의실에서 톡톡 튀는 질문은 사라지고, 답안지에서 비판적인 의견은 찾아보기 힘들게 되는 부작용이 정착되고 말았다. 학점은 기어코 고득점을 하고야 말겠다는 강력한(?) 의지, 학문적 호기심을 버리는 타협, 그리고 적절한 요령을 결합해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꽃 피는 봄에 입학했던 풋풋한 새내기와 4년 이상의 시간을 대학에서 보내고 떠나는 졸업생은 같은 사람이라도 다른 사람일 것이다. 학생들의 지성과 인성이 대학에서 어느 정도 성장했을 것으로 믿고 싶다. 설사 전공이나 교양을 외면하고, 취업 공부에만 매진했을지언정 말이다. 그래서 새내기와 졸업생, 그 둘 사이에 어느 정도의 성장과 변화가 생겼는지가 늘 궁금하다. 또한 대학은 학생의 이런 성장에 얼마만큼 기여했는지 알고 싶다. 평가를 좋아하지 않지만, 굳이 한다면 학생 평가도, 대학 평가도 이런 방향으로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물론 측정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입학할 때 ‘이랬던’ 학생이 졸업할 때 ‘이렇게’ 성장했다고 소위 정성적으로 말할 수 있지만 이 또한 객관화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업률의 숫자나 학점의 알파벳으로 평가하기 보다는 이런 식으로 학생을, 대학을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왜냐면 그래야 대학이 바뀌고, 학생도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은 학생들을 더 깊이 알도록 노력해야 한다. 교수도, 직원도 학생들을 자주 만나고 상담하고, 대화하고 도와주고 할 때 그 학생의 변화와 성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소수의 연구 중심이 아닌 대다수의 교육 중심 학교들은 이래야 할 것 같다. 이름을 밝히긴 어렵지만 그런 대학들도 있다. “대학 생활이 의미 있었나요?”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질문을 던질 때, 무지개처럼 다채로운 답변을 듣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