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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우(회원, 한남대학교 홍보팀장, 전 한국일보 기자) 박근혜 정부는 신자유주의 정부다. 자유와 자율, 탈규제를 외친다. 국가의 시장 개입에 비판적이다. 그러나 요즘 대학은 여기서 예외다.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라, 교육부의 손바닥에 대한민국 대학들이 꼭 붙들려 있다. 이는 국립뿐만 아니라 사립대학도 마찬가지다. 아이러니가 아닌가? 대학은 역사 속에서 자유의 상징이었는데, 신자유주의 정부에서 관료들의 규제에 포위당했다. 교육부는 최근 전국 21개 대학을 프라임(PRIME, 산업연계교육활성화선도대학) 사업 지원대상으로 선정했다. 이 사업은 한 대학 당 연 50억~150억 원을 3년간 지원하는 교육 분야의 최대 국책사업이다. 사업내용은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수요가 늘어나는 산업 분야로 대학의 정원을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프라임 사업에 선정된 대학의 전체 조정 정원은 5,351명이다. 이중 정원이 감소한 전공분야는 인문사회가 49%(2,626명)로 절반을 차지한다. 또한 자연과학 계열의 정원이 27.6%(1,479명) 줄었다. 반면 정원이 증가한 분야는 공학계열이 90.7%(4,856명)로 압도적이다. 쉽게 말해 기초학문인 인문사회 및 자연 계열의 정원을 공학 계열로 대폭 이동시키는 사업이 프라임이다. 그동안 대학의 전공별 정원은 의대와 간호학과 등의 보건계열이나 사범대학, 로스쿨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관리해왔다. 각 대학은 설립정신과 특성화전략, 교육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공학과와 학생정원을 관리해왔다. 이때 교육 수요는 크게 두 가지 측면이 있을 것이다. 하나는 신입생들이 공부하고 싶어 선택하는 전공분야의 수요이다. 다른 하나는 졸업생들을 채용하는 기업이나 기관이 원하는 전공분야별 수요일 것이다(물론 이런 수요와는 상관없이 기초학문의 육성이란 대학의 존재이유도 있지만 일단 여기서는 교육 수요에 집중해보자). 그동안 대학과 학문시장에 맡겨오던 전공분야의 인력수급 조정을 교육당국이 갑자기 밀어붙인 근거는 정부 산하 연구기관에서 내놓은 미래의 산업인력 수요 예측이다. 즉, 인문사회와 자연 계열 인력은 일자리에 비해 초과되고, 공학 계열은 반대로 인력이 부족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예측이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기업들은 오래 전부터 인문계열 출신을 별로 선호하지 않았다. 따라서 취업을 최우선한 학부모와 학생들은 문과 출신이라도 인문 계열보다 경영학과로 대표되는 경상계열을 선택했다. 이런 트렌드(?)를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받아들여 전공 및 정원을 꾸준히 재편해온 것도 사실이다. 많은 비난에도 철학과 등을 폐과한 것이 실례이다. 그런데 교육 당국이 갑자기 이런 구조조정을 밀어붙여야 할 급박성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정원 감축과는 다른 문제이다. 때문에 많은 대학 구성원들이 이에 대해 불만과 의구심, 불안감 등을 품고 있다. 교육 당국은 대학들이 자발적으로 프라임 사업을 신청한 것이지 강제한 것이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재정이 어려운 대학들에게 수십억에서 수백억의 당근을 꺼내 놓은 것이 결코 자율적인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 미래는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직업 수요도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런 교육 당국의 학문분야 구조조정에 많은 사람들이 비판적이다. 대학이 교육부의 가이드를 따라가다가 도착한 곳에서 \"어, 여기가 아닌데? 잘못 온 것 같다\"고 외칠 수 있다. 대학은 오랜 역사 속에서 스스로 길을 찾아왔다. 대학이 정부와 사회의 길을 찾아주는 나침반이 되어야지 반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