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사람의 만남이 아름다운 도시로,
열린시대 새 지방자치를 만들어갑니다.
취재 및 글 : 조효경(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협동처장) 이번 가을호 회원인터뷰의 주인공은 따끈따끈한 신입 이재현 회원이다. 그를 만나기 위해 향한 곳은 충남대학교 앞 궁동, 젊음의 공간이었다. 회원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가장 매력적인 일은 회원의 공간, 그것은 우리단체 회원이 살고 있는 마을이기도 하였고, 이번과 같이 자신의 열정을 펼치는 직장이기도 한, 바로 회원들이 발딛고 있는 공간으로 찾아가는 일인 것 같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풋풋한 대학생들이 활기차게 행보하는, 어찌보면 이 아줌마와는 어울리지 않을 법한 장소를 방문한 이유는 바로 이재현 회원이 대학생들에게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는 젊은 정치학자이기 때문이다. Q. 셀프소개를 먼저 부탁드릴까요? A. 충남대학교에서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올해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요. 나이는 만으로는 서른여덟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만....올해 마흔이 되었습니다. 가정에서는 네 살 딸과 두 살 아들을 둔, 육아에 시달리는 아빠이기도 합니다. 와! 네 살, 두 살 두 아이를 키우는 상황이 누구보다도 짐작이 가는 필자로써 학업과 육아를 동시에 경험했을 이재현 회원에게 격려와 응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Q. 오늘날, 특히 젋은 아빠들은 육아에도 많이 참여를 하는데, 논문과 병행하기에 많이 힘들었겠네요. A. 아내가 충남연구원에서 연구직 근무를 하고 있는 워킹맘이라 아무래도 아빠인 제가 많이 도와줘야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두 살 터울 남매를 키우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거든요. 그래도 저는 아내의 도움으로 공부를 계속 할 수 있었는데, 아내는 학위과정을 육아 때문에 미루게 되었습니다. 올해 제가 박사졸업을 한 후에야 아내의 공부를 이어갈 수 있었지요. 그동안 고맙고 미안했으니, 이제는 제가 아내가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이재현 회원은 충남연구원에서 8년간 보조연구원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그리고 바로 이 곳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아내는 여가연구에 관심이 많은 관광학 전공이다. Q. 우리단체에 가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아무래도 정치학을 연구하다보니 평소에도 시민단체에 대한 관심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가입을 하여 활동하게 되지는 않더군요. 학생들에게 정치과정에서 시민사회의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 가르치면서도, 막상 저 자신은 어느 단체에도 가입하여 활동하지 않는 모습이 부끄럽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시민단체를 외부에서 관찰하는 연구대상으로 여기고 있다가, 학교 선배님의 권유로 가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회원이라는 한 구성원으로 접하게 될 참여의 모습이 기대가 됩니다. 이어서 이재현 회원의 양심고백이 이어졌다. 가입 전에는 우리단체가 서울참여연대의 지점(?)이라고 생각했다고... 사실 필자 주위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재현 회원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기도 하였다. Q. 오늘날 시민운동에 대한 회원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A. 시민사회 영역은 국가로부터 자율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시민운동 또한 정부로부터의 자율성 확보를 가장 중요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재에는 ‘비영리민단단체지원법’에 따라 많은 시민단체들이 정부보조금을 통해 사업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재정적 자립이 열악한 시민단체들의 경우에는 이러한 정부지원을 통해서라도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자 하는 바램이 있는 것도 이해가 되지만, 원칙적으로 시민사회의 제기능을 위해서는 이러한 정부지원은 지극히 제한되어야 하고, 시민단체의 경우에도 관변단체라는 오명을 받지 않도록 정부로부터의 독자성 구현이라는 태생적 가치를 지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과의 직접적인 접촉의 기회를 늘려 시민에게 직접 단체에 대해 홍보하고 지원을 요청하는 과정이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어서 현안에 따라 움직이는 모니터링 식 시민운동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긴 안목을 가지고 체계적인 계획과 준비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시민운동이 더욱 요구되는 시대라는 의견도 잊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 방식들에 대한 집착도 과감히 버려야 한다는 것이 이재현 회원의 생각이다. Q. 정치학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아버지가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으세요. 그래서 어릴 적부터 아버지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자라게 되었고, 고등학교때에는 선생님의 영향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레 대학에서는 정치학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연구원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대학에서 배운 정치학을 실용적으로 적용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정치학을 기초학문으로서만 다루기보다는 보다 현실적용 가능한, 즉 정책을 입안하고 만들어내는 문제해결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연구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대학원에서 계속 공부하게 되었던 거지요. Q. 현재 관심있는 연구분야는 무엇인가요? A. 학위논문의 주제는 환경정치, 정치경제학 분야이지만, 지방연구원의 경험 때문에 그러한지, 지방분권, 지방자치에 관심이 많습니다. 현재 지역주의에 관한 연구논문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충청지역 지역주의 정당의 성장과 쇠퇴의 흐름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연구내용을 간략히 말씀드리면 충청 지역주의 정당의 활동과 그 성과가 활발했던 시기에는 정당의 리더가 높은 전국적 인지도를 가질 때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충청지역주의 정당의 소멸은 결국 김종필과 같은 전국적 인지도의 리더가 부재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입니다. ‘지역주의’에 대한 연구가 지역주의의 폐단을 많이 경험한 한국의 현실에서 젊은 학자로서 다소 부담있는 주제가 있는 아니냐는 질문에, 지난 총선때 이정현, 김부겸 현상으로 지역주의의 퇴조를 조심스레 주장하는 분들도 있지만 정치인으로서 지역주의라는 매력을 끊기 힘든 것이 바로 현실정치라는 것이 이정현 회원의 생각이다. Q. 명세기 독서의 계절 가을입니다. 우리단체 회원들에게 소개해 주실 책이 있으신가요? A. 이안 앵거스의 <기후정의>라는 책입니다. 최근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기후변화문제가 국가와 정부만이 해결의 주체가 아닌 시민사회가 주체가 되는 적극적인 행동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그리고 반자본주의를 지향하고 거대권력에 대한 저항을 책속에서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시민운동에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 싶어 소개드리고 싶습니다. 자본주의에 대한 문제의식과 공정한 배분을 향한 정의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은 분이 있다면 한번 권해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이렇게 어려운(?) 책 소개를 하면서 자연스레 자신의 학위논문을 테이블에 꺼내놓았다. 주제가 “온실가스 배출의 정치경제학적 요인에 관한 연구” 이다. 이재현회원의 노력의 결실을 한권 받아 안은 채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더니 제대로 된 ‘통장’을 해보는 게 꿈이란다. 동네에서 통지서만 돌리는 통장이 아닌, 가장 작은 단위의 정치, 행정단위에서 주민들과 함께 마을과 지역의 정책에 대해 논하는 통장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어릴적 대통령 꿈에서는 너무 많이 추락한 꿈이지만 어찌보면 주민들에게는 대통령보다 더 필요한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으로 대전 토박이로서 우리 지역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함께 참여하겠다는 각오도 잊지 않고 듣게 되었다. 앞으로 우리 단체에서 활약할 젊은 회원으로서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