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사람의 만남이 아름다운 도시로,
열린시대 새 지방자치를 만들어갑니다.
전성우(회원, 한남대학교 홍보팀장, 전 한국일보 기자) 김재수 신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인사청문회가 끝난 뒤 “지방대 출신 흙수저이기 때문에 당했다”며 언론 등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모교 동문 밴드에 글을 올려 파장을 일으켰다. 그의 모교는 경북대이다. 경북대가 수준 낮은 대학인가? 지역거점 국립대학 중에서도 상위권 대학이다. 하지만 김재수 장관에게는 한낱 ‘지방대’였던 것 같다. 짐작컨대, 그는 오랜 세월 출신대학에 대한 열등감에 시달린 듯하다. 입시철이다. 고3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어느 대학에 원서를 내야 할까 번민하면서 속이 까맣게 타들어간다. 얼마 뒤면 당락이 발표되고 환호와 눈물이 교차할 것이다. 그러나 합격이 된다 해도 그 기쁨은 잠시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대학의 간판이 양에 차지 않아서 또다시 갈등하는 이들이 넘칠 것이다. 반수와 편입시험에 몰리는 대학생들을 보면 알 수 있다. 특히, 서울로 대학을 가지 못해 의기소침할 ‘지방의 청춘들’이 눈에 선하다. 학벌공화국이면서 서울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학생들에게 ‘인서울’이 목표가 된 것은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이런 사회적 프레임 속에서, 장관으로 출세한 자도 자신이 지방대 출신이라서 깔보임을 당했다는 피해의식을 드러내는 세태이다. 인서울 보다 훨씬 더 듣기 싫고 불쾌한 말이 ‘지잡대’이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인서울’이라고 부르는 반면, 지역거점 국립대(지거국)를 제외한 지방 소재 대학들을 ‘지방의 잡다한 대학’이란 뜻으로 지잡대로 싸잡아 폄하한다. 우리나라 대학생의 70% 이상을 지잡대생으로 조롱하고 비하하는 이 어이없는 풍조라니! 인서울과 지잡대라는 조어야말로 우리 사회의 병리 현상인 서울공화국과 학벌공화국의 결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말이다. 중년 이상은 기억하지만, 과거에는 지역을 대표하는 명문 국립대와 사립대학이 있었다. 서울의 중하위권 대학에 가느니 이런 탄탄한 지역 대학을 선택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많았다. (물론 대학 진학률도 지금보다 훨씬 낮았지만.) 그리고 지역 대학 출신들이 지역사회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지방과 지방대학의 위상은 한없이 동반추락하고 있다. 인서울과 지잡대 프레임에 갇혀 있는 미래세대인 10대, 20대들에게 과연 지역의 미래는 희망적일 수 있을까? 지역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지역은 지역 대학과 상생한다. 사람이 지역의 힘이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좋은 인재가 길러져서 그 지역을 위해 일하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해야 한다. 지구촌의 건강한 도시들을 봐도 그렇다. 그런데 지역의 인재들은 인서울을 꿈꾸고, 지역대학은 지잡대 취급을 받는다면 지역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지역대학을 키울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서울은 일류이고, 지역은 이류라고 비하하고 조롱하는 국가적 프레임을 깨뜨리지 않고 더 이상 패배주의에 절어서는 안 된다. 물론 퇴출시켜야 할 지방의 대학 같지 않은 학교들은 과감히 없애야 한다. 그와 동시에 괜찮은 지역 대학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적 어젠더와 정책 우선순위가 지방분권, 교육균형에 맞춰줘야 할 것이다. 과거에 그런 노력이 몇 차례 시도됐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이제 다시 신발끈을 고쳐 매고 출발해야 할 때이다. 수많은 지역 학생들과 주민들을 열등감의 굴레 속으로 밀어 넣는 학벌공화국, 서울공화국을 깨야 비로소 대한민국이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