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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 이야기 ⑧ 사회복지사여 분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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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희(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집행위원장, 사회복지사)    한참 더운 지난 여름날 학생 한 명이 찾아왔다. 사회복지를 전공하는 학생인데 2년 동안 스페인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내다 돌아온 지 1주일 되었단다. 이제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두었다는데, 말이 진로상담(?)이지 그저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몰랐다. 처음 만난 사이가 맞나 싶게 궁금한 것도 질문도 대답도 편안하고 흥겨웠다. 공부를 하고 싶기도 하고 현장으로 간다면 어느 분야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지 불안하다고 털어 놓았지만, 스페인에 푹 빠져 있는 이 젊은이가 자유롭게 세상을 날아다니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지난날을 떠올리며 한 젊은이의 고민과 웃음을 마주하면서 이 학생의 미래를 꿈꿔 보았다. 문득 이 학생이 불의한 세상에 저항하고 분노하는 한 사람의 사회복지사가 되어서 사회복지사의 사회적 역할을 감당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자신의 권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의 편에서 힘써 주었으면 좋겠다. 공평하고 정의로운 세상,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뛰어다녔으면 좋겠다. 내가 속한 현장만이 아닌 우리 사회 전반을 무대로 말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사회에서 공감이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그 이유를 밝히자는 것도 먹혀들지 않고, 세월호 청문회에 대한 논의도 보도하지 않는다. 어느 매체에서도 이러한 현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평생의 굴욕적 삶이 몇 푼의 돈으로 마무리 되려 한다.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밀양, 성주, 강정지역의 할머니들이 밖으로 나온다. 세월호 사건으로 손주를 잃은 할머니도 피켓을 들었다. 이 세상은 이 땅의 할머니들을 길거리의 투사로 만들었다. 이게 우리의 노후, 나의 노후인가. 우리 사회는 참으로 역동적이라 하겠다. 하루 한시도 무료함을 주지 않으니 말이다. 고위공직자나 정치인의 비리, 소비, 재산증식, 탈세 등의 소식도 참기 어려운 마당에 일반 국민을 개·돼지로 취급한 발언은 그야말로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이는 그저 자신의 욕심이 과하여 일어난 일이라고 치부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그들에게 사람이 안중에 없고 인간의 존엄에 대한 공감이 전무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그들에게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우리 사회에는 사람에 대한 무시현상이 만연해 있다. 가난하다고, 학력이 짧다고, 비정규직 종사자라고, 장애가 있다고, 미혼모, 이민자, 난민이라고 하물며 여성이라고 편견을 가지고 차별을 한다. 인간에 대한 편견과 차별과 비하가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택배를 배달하는 이에게 물 한잔 준 것이 보기 드문 선행으로 보도되는 아픈 현실이다. 우리 스스로가 이 사회의 불행한 상황에 분노하고 이를 시정하기 위해 함께 움직여야 할 것이다. 사회복지사라면 더더욱 그렇다. 난 할머니가 돼서 거리에 머리띠 두르고 거리에 나앉고 싶지 않다. 지금부터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해보자. 모여앉아 책도 읽고 토론도 하자. 우리의 동료들과 우리의 미래를 꿈꿔보면 좋겠다. 돈의 지배에서 벗어나고, 가난한 이를 비롯한 소외된 모든 이와 연대하고 빈곤, 실업, 전쟁처럼 세계를 불행으로 이끄는 ‘구조적 악’에 맞서‘ 실천하라’고 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떠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