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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골 통신 ⑩ 최순실의 폴리페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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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우(회원, 한남대학교 홍보팀장, 전 한국일보 기자) 물론 몸통이 중요하다. 하지만 거기에 빌붙어 먹은 자들의 책임을 철저히 묻는 것 역시 가볍지 않은 일이다. 현 정권의 국정농단의 부역자 중에는 대학교수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띈다. 권력 주변에 날아드는 부나비, ‘폴리페서’들이다. # “최순실 게이트의 주요 공범으로 지목되는 인물이 바로 우리 경제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안종범 교수다. 재학생으로서 학교와 우리 경제대학의 명예가 떨어지는 상황을 좌시하고 있을 수 없다.” 성균관대에는 안종범 교수 해임을 주장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구속된 전 청와대 왕수석 안씨는 검찰에 소환되기 직전 대학에 사표를 제출했다. 일각에서는 사학연금과 퇴직금을 지키기 위해 해임되기 전에 사표를 던진 것이란 해석도 나왔으니 씁쓸할 따름이다. 그는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은 뒤 한국조세연구원, 서울시립대를 거쳐 1998년부터 성균관대 교수로 재직했다. 2000년부터 경실련 활동을 하다가 2002년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 정책특보를 맡으면서 일찌감치 폴리페서의 길을 걸었다. 2007년 박근혜 대선 경선 후보 캠프를 거쳐 2012년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단 뒤 국회와 청와대를 거치며 5년 넘게 대학을 떠나 있었다. 그러나 교수직은 여전히 유지했던 것이다. # ‘김종 전 차관님, 우리는 더는 당신에게 배울 수 없습니다.’ 한양대 총학생회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복직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김 전 차관은 이 대학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다. 2013년 차관이 된 뒤 장관이 두 차례 바뀌는 3년 동안 차관직을 지켜왔으며, 대학에는 휴직계를 낸 상태다. 학생들은 최순실 국정농단에 관련, 수많은 의혹을 받고 있는 그가 다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대 교수들은 시국선언에서 “비선 실세의 무리에 우리 학교를 비롯해 여러 대학의 교수 출신들이 있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참담함을 토로했다. #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강단에 복귀한 폴리페서들도 있다.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은 9월 숙명여대 영어영문학부에 복귀했다. 그는 최순실씨가 실소유주인 더블루케이의 사업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씨 측근 차은택 씨의 외삼촌이다. 숙명여대 학생 커뮤니티에는 “국정 농단 사태에 개입한 분이 다시 교수로 돌아와 부끄럽게 생각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차씨의 대학원 은사인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9월 홍익대 시각디자인과로 돌아왔다. 홍익대 학생들은 그의 복귀에 반대하는 대자보를 붙이고,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공무원들은 정당법에 따라 정당 가입이나 정치 활동이 금지되지만, ‘고등교육법에 의한 총장, 학장, 교수, 부교수, 조교수인 교원’은 허용된다. 공직자는 총선이나 대선에 출마하면 90일 전에 공직에서 사퇴해야 하지만, 교수들은 이 규정에서도 예외다. 특정분야 전문가로서 정책 생산의 능력을 갖춘 교수들이 현실 정치에 투신하는 것을 욕할 이유는 없다. 다만, 교수직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양다리 심보가 문제다. 교수가 뜻을 품고 정·관계에 진출할 때는 휴직이 아니라 퇴직하는 것이 옳다. 해외의 경우를 보아도 그렇다. 일부 국회의원이 이같은 관련법 개정안을 수차례 발의했지만 처리되지 않았다. 폴리페서들의 반대 때문이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먼저 자신의 기득권을 던지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양다리 걸치기는 비겁하다. ‘멸사봉공(滅私奉公)’이란 그런 뜻이다. 아! 혹시라도 몸담았던 대학의 연구와 교육이 걱정된다면 안심해도 될 것 같다. 학업에 정진하는 후배들이 많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