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사람의 만남이 아름다운 도시로,
열린시대 새 지방자치를 만들어갑니다.
전성우(회원, 한남대학교 홍보팀장, 전 한국일보 기자) #1. 최근에 학생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다. 대전 한 고등학교의 야자(야간자율학습) 시간. 학생이 신문을 진지하게 읽고 있었다. 선생님이 다가왔다. “공부하라고 했더니 신문이나 보고 있냐!”면서 신문을 빼앗았다. 그 학생은 신문 읽은 게 왜 혼나야 할 일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수업시간도 아닌 자율학습시간인데... 모든 선생님들이 다 이렇지는 않을 거라고 믿는다. 그러나 자율학습시간에 교양서적을 읽다가 꾸지람을 들었다는 다른 학생의 말에 그런 믿음이 흔들린다. 선생님은 “하라는 입시공부는 안 하고 ‘엉뚱한’ 짓이냐. 책은 대학 가서 읽어도 된다.”고 말했다. 어이가 없다. 그 학생에게 교실 말고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학생 왈, “조그만 도서관이 하나 있긴 한데 항상 문이 잠겨 있어요.” 이 학교에서 신문읽기와 독서는 ‘엉뚱한 짓’이고, 도서관은 ‘엉뚱한 곳’이었다. #2. 3월 10일 오전 11시 전주 신흥고등학교 강당. 전교생이 모여서 진지하게 TV 생방송을 지켜보았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였다. 언론에 따르면, 단순히 방송을 시청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교사들이 탄핵 심판의 용어를 설명했고, 학생들은 자유 발언대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발표한 민주주의의 산교육 시간이었다. 학생들은 주로 탄핵을 환영하는 발언을 했고, 몇몇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가 신중하고 사려 깊게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나중에 유권자가 되면 좋은 일꾼을 뽑자는 발언도 나왔다고 한다. 기특하고 대견하다. 이 학교는 학생회 주관으로 매년 4월이면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추념기간을 갖는다. 많은 학생이 추념의 글쓰기 등에 적극 참여한다. 대전의 그 학교, 그 선생님들이 볼 때는 얼마나 ‘엉뚱한 짓’일까? 두 고등학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은 현실이 그렇듯, 절망과 희망이 엇갈렸다.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야자시간에 신문과 책을 읽을 자유조차 빼앗겨 버린 학생들이 불쌍하고 안타깝다. 반면,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사 현장을 실시간으로 마주하고, 친구들과 토론할 수 있었던 학생들에게서 희망을 본다.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갈 학생들이 어느 곳에서 자라야 할까? 다같이 생각해보자. 우리의 자녀를, 학생들을 교실 책상의 작은 입시문제집에 밤늦게까지 붙잡아 둘 것이지, ‘엉뚱한 곳’에서 ‘엉뚱한 짓’을 하면서 더 넓은 세계를 대면하도록 허락해 줄 것인지 말이다. 솔직히 문제의 본질은 우리의 비겁함에 있다. 절실한 것은 부모와 선생님의 용기다. 우리가 용감해지는 바로 그만큼 자녀와 학생들이 성장하고 나아갈 수 있을 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자녀와 학생들에게 한마디 덧붙일 수밖에 없다. “나보다 너희가 더 용감한 어른이 되거라. 아빠가 비겁해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