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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겸훈(회원, 한남대 입학사정관) 지금 우리나라 대학은 위기이고 이는 곧 대한민국 교육의 위기라고 봐야 한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대학이 차지하는 위치는 아주 특별하고 입시와 관련한 대학의 전형설계와 운영이 초ㆍ중ㆍ고교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부 출범을 앞둔 시점에서 우리는 대학을 위기로부터 구하고 대한민국 교육을 바로 세우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이 위기의 원인은 크게 입학자원의 고갈과 대학의 정체성 상실로 나눠볼 수 있다. 우선 입학자원의 감소 추세가 위협적이다. 실제 2020년과 2021년에 연이어 맞을 입학자원 감소의 파고는 출산율 하락 당시에 형성된 인구절벽으로 3000명 선발 규모의 대학 50개가 사라지는 위기를 몰고 올 것이다. 여기에 더해 고교 졸업자들의 인식변화로 대학 진학률이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도 무시할 수 없다. 외적 요인에 기인한 이 위기는 대학의 의지와 무관하지만 정체성 문제는 좀 다르다. 우리 대학들의 정체성 위기는 상당부분 자초한 측면이 있다. 취업난과 구조조정의 칼바람 속에서 인간을 교육하고 학문을 연구하는 대학 본연의 역할 대신에 취업률에 목을 매는 취업학원의 길을 택했기 때문이다. 이면에는 교육 관료들이 재정지원을 앞세워 대학의 본질을 훼손하는 잘못된 정책들을 무분별하고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비정상적인 구조가 존재한 것도 사실이다. 대학들은 반값등록금 논쟁 이후 사실상 등록금이 동결 내지는 삭감됐고 구조조정으로 재학생 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정부재정지원은 사활이 걸린 문제라 외면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반면에 취업문제는 대학의 교육내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대학의 역할과 대응으로 극복할 수 있는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다. 지금 세계적 기업들은 핵심 키워드가 융합과 연결인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독일에서 시작된 변화는 기업들로 하여금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과 바이오산업, 물리학 등의 경계를 융합하는 기술혁명을 수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쪽으로 혁신토록 강요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의 생산환경에서 필요한 인재는 창의성과 탁월한 융합능력으로 미래가치를 실현할 역량을 갖춘 사람인 것은 당연하다. 노동시장의 수요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대학은 변화된 노동수요에 적합한 인재로 성장 가능한 학생들을 제대로 선발ㆍ육성할 수 있도록 혁신해야 한다. 이것이 노동시장의 수요와 상관없이 인력을 양산해 내는 우리 대학이 정체성을 회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우리 대학이 쓸모 있는 대학으로 탈바꿈하는 길이다. 차기 정부는 프랭크 뉴먼이 그의 저서 <대학의 미래>에서 지적한 것처럼 “대학은 사회의 위대한 작품 중 하나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여기에 달려 있다”란 의미를 되새겨 대학들이 본연의 역할을 수 있도록 도우면 된다. 대학교육을 교육 관료의 손아귀에서 빼앗아 대학에 돌려주면 된다. 대학이 바로 서면 공교육도 바로 선다. ※ 이 글은 지난 3월 <한국대학신문>에 실린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