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사람의 만남이 아름다운 도시로,
열린시대 새 지방자치를 만들어갑니다.
옛 충남도청 부지를 시민의 공간으로 만들 방안을 모색하라.
1932년 충남 공주에 있던 충남도청을 대전으로 이전하면서 우리 도시는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80년 동안 일제강점기와 미군정기, 한국전쟁기를 거치며 원도심 중앙부에 위치한 충남도청 공간은 우리 도시 이야기를 차곡차곡 담아냈다. 대전 시민에게 옛 충남도청은 그저 광역 행정 기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2012년 12월 26일, 충청남도 도지사실이 내포신도시 신청사로 이전했다. 지난 역사를 뒤로 한 채 새로운 공간으로 떠난 날이다. 충남도청 이전을 논의 했던 2007년 전후로, 남은 공간에 어떤 기능을 새롭게 부여할지는 매우 중요한 의제로 시민 사이에 논의가 이어졌고 정치권에서도 수많은 제안과 약속을 뿌려댔다. 우리에게 남은 옛 충남도청 공간에 어떤 이야기를 담아낼 것인가, 라는 우리가 풀어야 할 중요한 숙제가 생긴 셈이다.
'도청이전을 위한 도시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도청이전법)'은 몇 차례 개정을 거쳐 지금 법 조항을 가졌지만 주요 개정은 두 차례에 걸쳐 이루어졌다. 2014년 도청을 이전하고 남은 옛 청사와 터를 국가가 매입하도록 개정하고, 2016년 국가가 매입한 종전 도의 청사와 터를 그 소재지를 관할하는 광역지방자치단체에 무상으로 양여하거나 대부할 수 있도록 개정했다.
개정 취지가 중요하다. 앞선 개정은 종전 도의 청사와 그 터를 관할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매입 예산을 세우지 않고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였으며, 2016년 개정안은 소유권과 활용 주체의 이원화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쉽게 정리하면, 예산 부담을 들이지 않고 기존 도의 청사와 터를 해당 소재지 광역지방자치단체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옛 충남도청이 떠난 후 2012년 12월 28일 대전시는 충남도와 공간에 따라 무상∙유상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대전시 예산으로 적잖은 임대료와 관리비를 집행하며 옛 충남도청을 임대한 것도 단순히 행정 공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옛 충남도청사를 두고 우리 시민이 원하는 활용 방안을 도출하고 시행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당연한 확신 때문이다.
하지만 10년 넘는 시간 동안 많은 논의와 연구 용역 등을 수행했지만 구체적인 활용방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다만 한가지 시민적 합의는 분명하다. 옛 충남도청 공간은 ‘시민에게 열린 공간’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 참여와 숙의에 기반한 구체적인 활용방안 마련은 현재 대전시에게 주어진 중요한 과제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소유권을 주장하며 기존 대전시가 활용하는 공간을 비워줄 것을 통보하며 집주인 행세를 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모든 과정에서 대전 시민은 염두에 두지 않는 행태를 보인 것이다.
도청이전법의 취지를 고려하면 옛 충남도청을 두고 문화체육관광부와 대전시 관계를 집주인과 세입자 논리로 바라볼 수가 없다. 그럼에도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부처 활용방안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며 공간을 비워줄 것(퇴거)을 요구하는 건 무례하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주한 ‘옛 충남도청 활용방안 연구용역’ 과정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실질적 주인인 대전시민의 의견 반영이 일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옛 충남도청사는 대전 시민에게는 근대도시 100년 역사의 우리 도시 정체성을 드러내는 지극히 상징적 공간이다. 이런 공간에 어떤 이야기를 새롭게 써나갈지를 결정하는 건 당연히 대전 시민이 결정할 일이다.
이 과정에 대전시의 역할이 중요하다. 도청이전특별법은 자치단체를 위한 법이다. 이를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도청활용 방안에 대한 시민의 합의다. 합의를 만들어 내는 것은 대전시의 역할이다. 더불어 문화체육관광부는 집주인 행세할 것이 아니라 대전시와 대전시민의 의견을 듣는 것부터 시작해야한다.
2021년 6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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