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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태정 대전시장은 공공어린이재활병원에 대한 밀실협약 해명하고,
공공성 훼손에 대해 사과하라.
대전시는 어제(10일) 기자브리핑을 실시하며 대전시와 넥슨재단의 업무협약에 기부기업의 명칭사용과 운영개입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시민단체 등의 수차례 질의에 부인해 왔었는데 3년만에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 협약에는 구체적으로 대전충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으로 기업명칭 사용, 병원장 임명시 대전시와 넥슨재단 간의 협의, 넥슨재단 운영위원회 참여, 20억 이상 사업비 증감시 대전시와 넥슨재단의 협의 등이 담겨있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들은 장애어린이가족을 비롯한 시민들은 대전시에 배신감과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전시민들이 눈물과 땀으로 이끌어낸 대한민국 최초의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인데 기업의 기부를 대가로 시민을 빼놓고 명칭을 줘버리고 병원운영개입을 약속했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시민과 함께한다더니 대전시가 나서서 시민을 우롱하고 공공성을 훼손한 일이다.
대전시는 시민들이 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요구했는지 아는가?
2020년 재활치료가 필요한 29만 명의 장애어린이 중에 단 6.7%만이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 이유는 어린이재활치료가 수익이 나지 않아 병원들이 기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애진단을 받은 아이들은 재활치료를 위해 떠돌아다녀야 하는 재활난민이 되었다. 장애진단을 받은 아이들은 조기개입이라는 골든타임을 놓쳤고, 중증장애어린이들은 상시적으로 생명의 위험에 노출되었다. 사회가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장애어린이들의 필수적인 치료를 모른 척했기에 시민들은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공공만이 우리 아이들을 지킬 수 있으니까.
대전시는 2013년부터 지금까지 달려온 시민들의 노력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중증장애어린이가 직접 거리로, 청외대로, 국회로, 보건복지부로, 시청으로 나섰고, 그 가족들은 언론과 방송 앞에서 수천번 우리의 아이들을 지켜달라고 호소했고 무릎을 꿇었다. 시민들은 병원건립 하자고 저금통을 모았고 자신의 재능을 기부했고 매년 기적의 마라톤, 기적의 산행, 기적의 새싹 캠페인 등 기적을 만들기 위해 정성으로 함께 걸었다. 시민들이 맘을 모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관련 연구용역을 두 번이나 했고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이런 시민들의 발걸음이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이끌어낸 것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이 돈이 없어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시민이 보여주었다. 그런데 기업의 기부에 가려져 시민들이 쏟았던 마음과 정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전시는 넥슨재단과의 협약이 정말 기부협약이라고 생각하는가?
기부와 투자를 가르는 것은 대가여부이다. 이 협약에는 대전시가 말하는 것처럼 단지 고마워서 그랬다고 말하기 어렵다. 공공병원의 명칭을 기업이름으로 하는 것이 고마움이고, 공공병원의 병원장 선임을 기업과 협의하도록 한 협약을 순수한 선의로 했다고 보는 것이 상식인가? 거기에다 이런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기부금을 반환하도록 협약했다고 한다. 이것은 기부가 아니다. 그런데 우리 시민들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100억을 끌어온 대전시청에, 기부를 한 기업에 감사의 박수를 쳤다. 대전시가 이것이 기부협약이라는 걸 꼭 증명해내길 바란다.
대전시는 협약내용이 왜 공공성을 훼손한 것인지 아는가?
명칭이 뭣이 중요하냐고, 돈을 그만큼 냈으면 운영에 개입하게 하는 것이 뭣이 문제가 있냐고 한다. 그런데 공공은 단지 명칭이 아니고 정체성이다. 그래서 대전시청의 이름을 기업후원의 대가로 바꿀 수 없다. 마찬가지로 공공어린이재활병원도 후원의 대가로 바꿀 수 없는, 시민이 주인인 병원이다. 돈을 대가로 한 기업의 홍보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큰 돈을 내면 병원장 선임에 관여할 수 있다는 얘기는 사기업의 목적에 병원운영이 영향을 받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공공의 목적에 맞게 공공의 합의로 결정되어야 할 중요한 자리가 공공과 관계없이 간섭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운영개입을 통해 운영적자 같은 부분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냐고 말하는데, 이는 근시안적 대책일 뿐이다. 서울의 민간 넥슨어린이재활병원도 운영적자문제로 공공에서 나서야 한다고 말하는 데, 공공어린이재활병원에서 넥슨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하자고 하니 아이러니하다.
대전시는 이 협약이 민주를 짓밟은 일이라는 사실을 아는가?
대전시는 넥슨재단과의 협약내용을 비밀유지조항이란 이름으로 시민에게 숨겨왔다. 그리고 협약서 공개를 요구하는 시민에게 비공개결정통보를 했다. 그런데 현재 밝혀진 협약내용은 시민에게 숨겨서는 안 될 내용이다. 이를 시의회에도 숨겨왔다니 그 의도가 반민주적이다. 또한 협약내용 중 후원기업의 운영위원회 참여 결정은 시민의 의견 수렴이나 시의회의 동의없이 이루어진 일이라는 점이다. 이는 현재 제정 중인 조례에서 핵심내용인데 민주적 절차를 완전히 무시한 것이다. 이 협약은 말그대로 밀실협약일 뿐이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이 확정됐을 때 장애어린이가족들은 대한민국이 드디어 우리를 국민으로 인정해줬다고 울면서 기뻐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최소한 의무인데 그동안 장애어린이에게는 제때 제대로 치료받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대전시는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통해 제대로 의무를 수행할 의지가 있는가? 그것의 표현은 허태정 대전시장의 진정성 있는 사과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밀실협약의 전면공개와 해명, 공공성을 우선한 조례제정을 통해 상처받은 시민에게 공공성 실현의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 허태정 대전시장은 밀실협약 내용을 전면공개하고 해명하라!
- 허태정 대전시장은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공공성 훼손을 사과하라!
- 대전시와 대전시의회는 대전시와 넥슨재단의 업무협약에 대해 철저한 감사를 진행하라!
- 대전시는 공공성을 우선한 조례를 제정하라!
2022년 1월 11일
사단법인 토닥토닥, 공공병원설립운동연대, 대전의료원설립시민운동본부,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보건의료노조, 대전복지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