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활동 성명논평

  대전광역시는 보도지침 시절로 회귀하는것인가! 

 최근 대전광역시 및 자치구 체육회장 선거 열기가 뜨겁다. 각 자치단체장이 당연직으로 체육회장직을 수행했던 시절과 다르게 지금은 일반 시민도 회장직에 도전할 수 있게 됐고, 그러면서 지역 곳곳에서 복수의 후보가 지역 체육회의 수장이 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런데 다음 주 목요일에 치러질 예정인 대전광역시 서구체육회장 선거를 앞두고 지역에서 불미스러운 의혹이 제기됐다. 지역 언론에서 보도한 바에 따르면 서철모 대전 서구청장이 대전 서구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한 김경시 후보에게 “후보를 사퇴하면 대전시체육회 부회장직을 줄 수 있다.”는 부적절한 거래를 시도했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더해 이장우 대전시장과 현재의 대전광역시 체육회장과도 조율이 끝난 사안이라고까지 언급한 내용까지 대화 녹취로 공개됐다.

 이에 의혹 당사자로 지목된 서철모 대전 서구청장이나 이장우 대전시장 측은 상대방이 먼저 불출마를 조건으로 상근 부회장 자리를 요구했다면서 사실이 아니라고 의혹을 부인했지만, 거래를 제안받았다고 주장하는 김경시 후보는 공모를 입증할 추가 자료가 있다면서 이들을 경찰과 선거관리위원회에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게 보도의 주요 내용이다. 참고로 이번 체육회장 선거는 바뀐 법에 따라 체육회가 공공법인화가 되면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사무 및 지도, 단속을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다. 

 <공지>라고 썼지만, <협박>으로 읽히는 이유
 이게 사실이라면, 이건 권력이 선거에 개입한 심각한 범죄행위로 볼 수 있다. 사실 여부는 선관위를 비롯해 사법당국이 엄중한 조사와 수사를 거쳐서 판단하면 된다. 그런데 일반 시민도 아닌, 대전 최대 규모의 기초자치단체인 대전 서구청장의 녹취까지 공개됐다면, 마땅히 언론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취재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바로 헌법이 부여한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사건이 KBS에 의해 단독 보도되기 약 2시간 전, 대전광역시는 홍보담당관 명의로 “대전시와 5개 구 체육회장 선거를 앞두고, 대전시와 관련된 허위내용을 유포하는 경우, 대전시는 법 조항을 근거로 들면서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및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엄중 대응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공지 문자를 기자들에게 발송했다. 이건 권력이 언론의 취재 활동을 제한하고자 하는 명백한 언론 자유의 침해로 볼 수 있으며, 단순 공지가 아닌 협박으로 읽힐 수 있다.

되살아나는 <보도지침>의 악몽, 온 국민이 어렵게 이뤄낸 민주화를 훼손하지 않길
과거 전두환 군부 시절, 권력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이른바 <보도지침>을 통해 언론을 장악했다가 국민적 저항에 부딪혔고, 결국 그 권력은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었다. 또한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 대통령의 심기가 불편할 수 있으니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언론사 보도국장에게 전화했다가 유죄를 선고받은 일도 있었다. 즉 언론의 취재 활동에 권력이 개입하는 행위는 엄중한 국민적, 법적 심판을 받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물론 가짜 뉴스를 퍼트리는 일은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 하지만 의혹 제기 당사자의 주장과 정황을 뒷받침하는 행정 기관 수장의 말이 담긴 녹취, 그리고 이에 대한 의혹 당사자들의 해명까지 충분하게 반영한 취재 활동을 두고, 기자들에게 법 조항을 들이대면서 보도와 취재를 통제하려고 했던 대전시의 행동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에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뜻을 모아 대전시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대전시는 언론 통제와 협박으로 비춰질 수 있는 문자 발송에 대해 언론과 시민들에게 공개 사과하라.

2. 대전시와 대전 서구는 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의 조사, 수사와는 별개로 중립적인 인사들로 구성된 특별 감사팀을 구성해서 제기된 의혹을 철저하게 조사하라.

3. 대전시는 향후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라.

2022년 12월 15일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