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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수신료 분리 징수 시도, 당장 멈춰야 합니다.
기형적인 위원회가 내린 기습 결정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7월 5일 오전, 수신료 분리 징수 시행령 개정안을 기습 의결했습니다. 원래 방송통신위원회는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임기가 남아있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임의로 면직 처분됐고, 야당 추천 위원인 최민희 위원 임명을 대통령이 특별한 사유 없이 재가하지 않으면서, 정부와 여당 추천 위원 2명(김효재, 이상인)과 야당 추천 위원 1명(김현)이라는 기형적인 위원회 형태로 수신료 분리 징수 시행령 개정안이 기습 의결됐습니다.
국민을 체납자로 만들겠다는 것입니까?
방송법 제 64조는 텔레비전수상기(일반적인 TV를 의미)를 소지한 자는 방송수신료를 납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수신료를 내지 않으면 체납액의 3%를 가산금으로 내도록 시행령에서도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수신료는 법적으로 반드시 내야 하는 필수 요금이며, 전기요금과의 분리 징수가 이뤄진다면 국민들은 전기요금과 수신료를 따로 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신료를 내지 않아도 단전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정부의 설명, 그렇다면 수신료를 내지 않는 국민들을 체납자로 만들겠다는 말입니까? 그리고 분리 징수에 따라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징수 비용은 누가 감당할 것입니까? 행정 비효율도 이런 비효율이 없습니다.
수신료 분리 징수를 추진하려면 시행령 개정이 아닌, 방송법이 먼저 개정돼야 합니다. 하지만 법 개정 없이 이렇게 일방통행식으로 시행령만 바꿔서 정책을 뒤집는 행위, 이건 다분히 정치적인 결정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정부가 지적하는 KBS의 방만 경영 문제는 그 자체를 해결해야지, 수신료 분리 징수를 통해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청자들의 권익만 침해될 뿐입니다.
지역 시청자들에게 더 크게 다가오는 수신료의 가치
수신료의 가치는 지역 시청자들에게 더 크게 작용합니다. 수신료 분리 징수가 현실화되면 연간 5천억 정도의 KBS 예산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재도 본사의 1/10에도 못 미치는 예산으로 방송을 제작하는 KBS 지역총국이나 지역국들로서는 당장 존치를 걱정할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 시청자들에 비해 열악했던 지역 시청자들의 권익이 더욱 침해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전, 세종, 충남만 봐도 KBS 대전방송총국은 전국의 모든 지상파 방송국 가운데 유일하게 과학 전문 프로그램인 <과학으로 보는 세상 SEE>를 지역 시청자들에게 제공하고 있고, 뿐만 아니라 지역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는 시사 프로그램인 <시사N대세남>과 <5시N대세남>과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소소공방>, 그리고 한국촬영인협회 그리메상 수상작인 <노인과 갯벌>과 대한민국 최초의 탈 탐사선인 다누리의 제작부터 발사까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전달한 <고요한 바다, MOON을 열다>와 같은 수준 높은 다큐멘터리들도 제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수신료 수입이 감소한다면 지역 시청자들은 이런 소중한 프로그램들을 시청할 권리를 잃게 됩니다. 이뿐만 아니라 수신료로 운영되는 EBS 역시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 우리 아이들의 교육권도 심각하게 침해될 수밖에 없습니다.
공영방송의 가치 훼손이 우려되는 수신료 분리 징수 시행령, 당장 멈춰야 합니다.
정부와 여당은 최근 영국과 프랑스도 수신료를 폐지했다면서 수신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홍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지만, 사실 2022년 수신료 제도를 폐지한 프랑스는 방송의 공영성 확보를 위해 2025년까지 부가가치세에서 37억 유로(한화 약 5조 원)를 수신료 대신 지원하기로 했고, 2027년 수신료를 폐지하기로 한 영국도 새로운 공적 재원 구조 마련을 위해 5년이라는 준비 기간을 확보했습니다. 이처럼 수신료 제도를 폐지하는 국가들도 방송의 공공성과 공영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한 뒤 폐지하고 있습니다.
수신료 분리 징수가 필요하다면, 학계와 언론계, 시민사회, 정치권을 망라한 범국민적 차원의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서 수신료에 대한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고, 합리적 숙의 과정을 거친 뒤, 방송의 공영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까지 마련한 다음, 국회에서 방송법 개정을 통해 이뤄져야 합니다.
따라서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1. 정부는 적법하지도 않고 공론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된 수신료 분리 징수 방침을 당장 멈춰야 합니다.
2. 정부는 지역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서 지역 시청자들의 권익이 보장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3. 정부는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서 수신료에 대한 여론을 청취하고, 정권에 따라 흔들리지 않을 방송의 영구적 공공성 확립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2023년 7월 10일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대전YMCA/대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대전여성단체연합/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대전환경운동연합/대전충남녹색연합/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대전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대전충남생명의숲/대전흥사단/대전참교육학부모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