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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생태계와 환경보전 관점 없는 민선 8기
기후위기 대응 등 시민들의 삶과 생존에 직결된 환경정책 펼쳐야
민선 8기가 1년을 맞았다. 이장우 시장은 후보 시절 산업용지 500만평 확보, 도시철도 3호선-5호선 추진, 대전에 본사를 둔 기업금융중심 지역은행 설립, 대전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조기 건설 등 일자리와 경제 중심의 공약을 내세웠다. 정치적 성과를 내려는 목표지점이 경제발전에 있다보니 환경정책의 후퇴와 지난한 개발정책과의 싸움은 이미 예고된 것과 다름 없었다. 환경단체의 목소리를 ‘반대를 위한 반대’로 치부하며 시장 자신의 입맛에 맞는 개발 공약들을 추진하면서 지역 환경은 전반적으로 위협받고 있다.
개발보다 지역환경 보전에 관점을 둔 환경행정을 이제라도 시작해야 한다.
민선 8기는 지역 환경을 이용과 개발대상으로 보고 자본을 투입해 부단히 개발하기 위한 기반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녹지조성 등 지역 생태계 보전 자체의 취지보다 자본의 투입과 이용, 그로 인한 ‘발전’, ‘효율적 이용’ 등을 내세운다. 보문산 개발, 금고동 공공형 골프장 건설계획, 대청호 규제완화 등 굵직한 사업들을 살펴보면 지역 환경 자체의 자연성을 바라보는 보전의지나 기후시대를 살아야 할 지역에 대한 돌봄의 시선 또한 찾기 어렵다.
그 극명한 예가 보문산 관광개발사업이었다. 지난 5월 25일, 이장우 시장이 내놓은 ‘보물산 프로젝트’는 케이블카와 고층타워, 워터파크와 숙박시설에 각 1,500억씩 3,000억의 민간자본 유치를 통해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22년 12월에는 보문산에 산림휴양단지를 조성하겠다며 멀쩡한 산림에 자연휴양림 2개소와 제2수목원 조성 계획을 언급했다. 이 또한 1,895억의 사업비를 예상하고 있지만, 녹지기금 적립을 확대하고 활용하겠다는 것 이외에는 예산 마련에 별다른 방안은 없다. 케이블카와 타워의 경우도 부족한 수익성으로 인해 이미 수차례 민자유치에 실패한 사업이다. 타 시도의 경우에도 완도타워와 땅끝타워와 같은 해상 자원이 확보된 지역도 적자운영을 면치 못하면서, 매년 수억 원의 적자분을 시비로 메우고 있다. 이번 사업 계획 역시 민자유치 자체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지만, 설령 진행되더라도 임기 내에 결과를 보기는 어렵다. 사실상 도로 확장, 주차공간 확보 등 의미 없이 예산을 낭비하고 보문산만 헤집어 놓는 꼴로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또 3대하천 쾌적한 친수환경 조성 명목으로 2022년 발표한 ‘3대하천 푸른물길 그랜드 플랜’이 있다. 대전천 통합하천사업(약 3500억원)이 정부 공모에 선정되면서 2030년까지 10년간 총 2조 7천억원이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공모에 선정된 3500억원의 예산만 살펴보면 교량리모델링에 860억(약 25%), 제방도로 확장에 847억(약 24%)으로 도로 확장과 다리 만드는 예산의 50%를 차지한다. 하천의 자연성 회복이나 수질 개선보다는 이동, 이용 측면에서 필요한 시설비, 정비비용이 대부분이어서 기존 개발 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역 산과 하천을 오히려 파괴하고 주민들을 흔들어 정치적 욕심을 채우려는 개발행정을 멈추고 이제라도 환경보전의 관점을 갖춘 행정을 펼쳐야 할 것이다.
일본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나 기후위기 등 시민들의 생존과 삶에 직결된 정책들을 실행해야 한다.
민선 8기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장우 시정의 100대 과제 안에 기후위기 대응이나 탄소중립, 에너지 전환의 키워드는 전혀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다. 시민들이 가장 시급하고 큰 문제라고 인식하는 기후위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해결의지 없음은 민선 8기의 핵심적인 문제다. 일본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는 시민들의 생존과 건강에 직결된 문제임에도 아무런 의사를 표명하지 않고 있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방사능에 안전한 지역의 먹거리나 학교급식 체계 점검 등에 나서야 한다.
시민들은 최근 쏟아지는 폭우에 자연스럽게 기후위기를 떠올리고 있다. 인근 청주를 비롯해 전국에서 비로 인한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쏟아지는 비를 인간이 막을 수 없다. 기후위기 대응과 적응을 위한 정책들은 시민들의 삶과 직결되기에 매우 중요하다. 대전시는 대전시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수립하고 2030년까지 36.6%의 온실가스 감축을 자체 목표로 설정했다. 지역에너지계획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비중을 2040년까지 약 20%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도 있다. 마련된 기후위기 대응계획을 잘 이행하고 평가하며 지방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에 앞서야 하지만 민선 8기 기후위기 대응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수립되어 있는 기후정책이 잘 이행되는지 평가하고 이행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시민들에게 일회용컵 쓰지 말라, 에너지 아껴라 수준에서 벗어나 기후위기 시대에 지역돌봄,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기후대응 정책을 점검하고 실행해야 한다.
시민사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시정에 반영하길 바란다.
시민단체의 참여를 정치적 편가르기 하면서 민주사회에서 다양한 목소리와 역할을 해 온 시민사회를 부정하고 배척한다. 다른 의견이나 비판을 ‘틀린 의견’으로 치부하고 배척하는 행태로 본인 정책(공약)의 정당성을 증명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보문산 관광활성화와 관련한 태도만 봐도 알 수 있다. 대전시는 전문가와 지역주민, 행정과 시민단체 등 17인으로 구성된 보문산 관광활성화 민관공동위원회를 구성하고 대시민토론회와 11차례에 걸친 논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협의 결과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고층타워 추진을 강행했고, 민선 8기 이장우 시장은 민주적 절차를 거쳐 진행된 시민의견 수렴과정을 ‘소수의견’으로 폄훼했다. 그뿐 아니라, 기존 보문산 전망대 조성과 관련해 산림청에서 ‘의견수렴 조건부 승인’을 받았음에도 절차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새롭게 등장한 3천억짜리 보물산 프로젝트에 대해 민간투자 등 과다한 계획을 비판하니 주민들을 내세워 찬성/반대로 편가르고, 환경단체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며 그 뒤에 숨어 객관적 평가나 현실적 판단을 외면하고 있다. 거버넌스의 순기능과 성과들이 있었음에도 민선 8기는 더 퇴행적인 태도와 형식으로 거버넌스를 시정의 도구로 전락시켰고 민주적 의견수렴에서 멀어지고 있다. 발표하는 정책에 대한 객관적 평가나 비판은 거부한채 O아니면 X라는 식으로 받는 태도는 본인의 정치적 기반을 다질지는 모르겠으나 지역의 전환과 변화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지역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길 바란다. 더 나은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꼭 해야 할 일이다.
민선 8기는 태봉보 철거, 갑천자연하천구간 국가습지 지정 등 오랫동안 기다려온 유의미한 성과들도 있다. 민선8기 시정은 지역사회와 협력해 보전성과를 확대하고 기후위기와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등 시민들의 삶과 생존이 걸린 문제에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대응해야 할 것이다. 거리에 0시 축제 현수막이나 걸려있을 때가 아니다. 비상상황임을 인지하고 남은 민선 8기에는 제대로 된 환경정책을 실행하길 바란다.
2023년 7월 17일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대전YMCA/대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대전여성단체연합/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대전환경운동연합/대전충남녹색연합/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대전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대전충남생명의숲/대전흥사단/대전참교육학부모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