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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삶과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정치가 필요하다.
-2024년 제22대 총선은 사회적 위기를 대비하는 총선이 되어야 한다.
2024년 4월 10일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3월 22일 금요일 후보등록이 마감되어, 952명의 후보들이 시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우리 사회는 매 선거 시기마다 변화와 개혁을 기대했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정치인을 기대하지만 매번 정치 세력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만들어왔다. 그럼에도 민주주의는 시민의 참여로 완성되기에 이번 총선 과정에서도 정치권은 시민의 삶과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이번 총선에서 다뤄져야 할 네 분야의 담론과 방향성에 대해 제시하고자 한다. 첫번째로 다원화된 시대의 다원화된 정치와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지난 20대 국회부터 선거에서 시민의 사표를 방지하고, 민의가 더 잘 대변되는 선거를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전환을 준비했고, 21대 총선에서 처음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실시되었다. 그러나 거대 양당은 위성비례정당이라는 편법을 통해 입법취지를 무력화한 바 있으며, 그 시도는 이번 22대 총선에서 또 다시 반복되고 있다. 정치에서 타협과 소통은 사라지고, 서로를 적대시하는 정치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많은 여론조사에서 시민들은 '나의 입장과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 없다'고 응답하며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 여론과 동시에 거대 야당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공존하고 있다. 정치가 문제를 해결하거나 정치인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기대도 점점 멀어지고 있다. 현대 사회는 다양한 시민이 공존하며 소통하는 사회이기에 정치도 다양한 정치세력의 공존이 필요하다. 이번 총선은 다양한 시민의 목소리가 대변될 수 있는 총선이 되어야 한다.
두 번째로 후퇴한 성평등의 가치를 다시 이야기하는 총선이 되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지난 2년 간 정치적 위기때마다 여성가족부를 언급하며 정치적으로 활용해왔다. 그로 인해 기존에 해당 부서가 추진하던 다양한 청소년, 가족, 여성 정책들이 후퇴하고 답보상태에 있으며, 이에 동조해 지자체에서도 성평등 정책 후퇴가 가속화하고 있다. 대전에서도 민선8기 초부터 성인지담당관실 폐지, 디지털성범죄 예방 예산 삭감 등 성인지 정책 전반이 후퇴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에서는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성별에 관계없이 동등한 사람, 시민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고, 문화적 차별을 시정하고,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서 성평등 사회가 되어야 한다. 여러 제도적, 문화적 한계 속에서 우리 사회는 여성의 대표성 확대를 위해 각 정당에게 국회의원 후보 중 30%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할 것을 권장하고 있지만 이번 총선 지역구 후보 699명 중 남성이 600명(86%), 여성이 99명(14%)로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총선에서 성평등의 가치가 다시 강조되어야 하는 이유다.
세 번째는 기후 위기의 대안이 논의되는 총선이 되어야 한다. 2024년은 산업화 이전의 지구온도에 비해 연중 평균 온도가 1.5도씨를 넘어서는 첫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5도는 2015년 파리 협정을 통해 합의한 목표로, 지구와 인간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노력해야 할 목표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재생 에너지 비율은 제자리 걸음이다. 폭염과 혹한, 해수면 상승과 생태계의 변화는 가난하고 어려운 서민들, 이동이 어려운 노약자와 농업과 어업에 치명적인 피해를 준다. 기후 재난은 먼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로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기후 재난의 불평등을 시정하고,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위한 방법과 정치가 절실하다. 이미 많은 시민들이 기후위기를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정치권에게 기후 위기를 대응할 기후 정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네 번째로 교육과 돌봄 영역의 대대적인 투자와 대안을 이야기하는 총선이 되어야 한다. 역사적으로도,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인 저출생 상황은 하루아침에 벌어진 일이 아니다. 지나친 경쟁과 각자도생의 사회 현실이 만든 단면이자, 성차별과 경제 불평등, 주거 불평등이 만들어낸 단면이기도 하다. 지난 30년 간 정치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지금의 위기로 드러난 것이다. 이러한 위기는 특히 취약한 영유아의 교육-돌봄 시스템의 붕괴로 나타나고 있다. 영유아 학령인구는 가파르게 감소해 매년 10만명 가량 감소하고 있다. 초등학령인구도 올해를 기점으로 가파르게 감소해 2033년에는 지금의 절반 이하로 감소할 예정이다. 사회적 인프라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단순히 경제적 측면 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교육, 돌봄, 의료 인프라의 붕괴가 예고되고 있다. 이번 총선이 위기를 극복할 대안과 정치가 필요한 이유다.
고물가 저성장이라는 이중고에서 시민의 삶이 위태롭다. 세계적으로는 전쟁이 장기화되고, 지역별 전쟁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고도화 되는 AI 기술은 기존의 산업생태계 전반을 뒤흔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총선에서 정치인들은 터무니없고 실현 가능성 없는 민자 개발공약이 아니라 다양한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할 대책과 정책을 마련하고 시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해야 할 것이다.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총선 이후에도 후보들의 약속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시민의 삶을 위한 정치를 위해 시민의 입장에서 계속 지켜볼 것이다.
2024년 3월 26일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대전YMCA/대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대전여성단체연합/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대전환경운동연합/대전충남녹색연합/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대전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대전충남생명의숲/대전흥사단/대전참교육학부모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