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사람의 만남이 아름다운 도시로,

열린시대 새 지방자치를 만들어갑니다.

우리단체 성명논평

[논평] 충남대학교는 반도체공동연구소 부지선정, 지역사회와 함께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라
  • 관리자
  • 2025-12-03
  • 208

 

충남대학교는 반도체공동연구소 부지선정,

지역사회와 함께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라

 

- “친환경 탄소중립대학”은 민주주의의 확장 없이 성립할 수 없다

 

충남대학교가 권역별 반도체공동연구소 신축을 추진하며 서문 인근 리기다소나무숲을 부지로 삼아 개발을 강행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소나무숲 훼손은 캠퍼스의 녹지와 생태를 파괴하는 문제이자,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중립’을 말하는 대학이 스스로 그 기반을 걷어차는 퇴행적 결정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과정이 학내 구성원은 물론 지역 시민사회와 시민들의 충분한 정보 접근과 숙의 없이, ‘서류상 절차’만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충남대학교는 대전·충청권의 거점 국립대학교다. 국립대학교의 주요 사업이 “대학 내부 사안”이라는 이유로 특정 위원회 심의 통과만으로 정당화될 수는 없다. 충남대학교는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된다. 시민들은 대학의 부지 활용 목적, 건물 건설과 이용 방식에 대해 알 권리가 있고 의견을 낼 권리가 있다. 특히 대규모 개발이 녹지와 생태를 훼손하고 지역의 환경·경관, 공공 자산의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는 더욱 ‘대학 내부 행정 절차’로 축소될 수 없는 공공의 문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위원회에서 몇 명이 찬성했는가’가 아니다. 민주적 결정이란 정해진 절차를 밟았는지 여부만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이해당사자들이 공평하게 정보를 제공받고 토론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 의견이 실제 의사결정에 반영되는지로 판단되어야 한다. 학내 구성원들조차 부지 결정 과정과 변경 경위에 대해 충분히 전달받지 못했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지역 시민사회에 대한 의견 수렴은 사실상 전무했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부재이며, 국립대학교 공공성의 훼손이다.

 

김정겸 총장은 2025년 5월 23일 개교기념행사에서 ‘친환경 탄소중립대학’을 약속했다. 그러나 ‘친환경’과 ‘탄소중립’은 에너지 효율화나 종이 낭비 절감 같은 관리 지표만으로 달성되는 구호가 아니다. 기후위기 대응은 무엇보다 민주주의의 확대를 전제로 한다. 특히 숲은 기후위기 시대 핵심적인 공동 자산이며, 탄소 흡수와 생태적 균형, 시민들의 삶의 질을 지탱하는 공간이다. 이런 숲을 철거하는 결정을 내리면서도 지역 시민들의 참여와 숙의가 배제된다면, ‘친환경 탄소중립대학’은 공허한 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번 부지선정은 “대안이 없어서”가 아니라, 대안을 충분히 검토하고 공개적으로 논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대학본부는 과거 민원과 소음을 이유로 드론실습장 부지를 일방적으로 철회한 바 있다. 그러나 민원·소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이유가 곧바로 ‘숲의 생명을 파괴하는 선택’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숲을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연구 공간을 확보할 방안은 열려 있다. 기존 드론실습장 부지의 활용 가능성 재검토, 기존 건물의 리모델링 및 증축, 저활용 공간의 전환, 분산 배치, 공사 방식과 동선 조정, 소음 저감 설계 등 가능한 대안들을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논의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민원이 있으니 숲을 베자”가 아니라, “민원을 포함한 갈등을 어떻게 조정하면서 숲을 지키고 공간을 확보할 것인가”를 공개적인 공론장에서 함께 설계하는 일이다.

 

충남대학교가 진정으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국립대학교라면, 지금 필요한 것은 ‘밀어붙이기’가 아니라 ‘되돌아보기’다. 숲을 포함한 공동의 자산을 어떻게 보전하고 활용할 것인지, 대학의 미래를 어떤 방식으로 지역사회와 함께 설계할 것인지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민원과 소음을 이유로 숲의 생명을 파괴하겠다는 선택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 충남대학교는 반도체공동연구소 부지선정을 지역사회와 함께, 대안까지 모두 열어놓고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라.

 


2025년 12월 3일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