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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단체 성명논평

[성명]대전-충남 행정통합, 정치적 셈법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 관리자
  • 2025-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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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 행정통합, 정치적 셈법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 국가적 차원의 면밀한 검토와 시민 주도의 투명한 공론화가 먼저다 -

지난 12월 5일, 이재명 대통령이 충남 타운홀미팅에서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했다. 이에 화답하듯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는 통합 특별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하며 논의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국가 차원의 행정체계 개편과 충청권의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작금의 논의는 개편 방안의 ‘정답’을 행정통합으로 미리 정해두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그간 메가시티, 충청권 광역도시연합 등 수많은 담론이 등장했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된 평가나 근본적인 대안 모색 없이 또다시 간판만 바꿔 단 격이다. 행정구역 개편은 주민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백년대계다. 우리는 시민의 입장에서 현재의 졸속 통합 논의가 가져올 위험성을 엄중히 경계하며, 투명하고 민주적인 공론화 과정을 촉구한다.

첫째, 이재명 대통령의 ‘통합 권유’ 발언은 자칫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규모로 통합하는 게 좋다”, “모범적으로 통합해보면 어떨까”라는 발언에 우려를 표한다.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을 위한 고민은 긍정적이나, 그 해법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시작되는 ‘위로부터의 통합’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방자치의 핵심은 지역 주민이 더 많이 참여하고 결정하는 권한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 대통령의 발언은 자칫 정치적 성과를 위해 통합을 서두르던 일부 단체장들에게 무비판적인 ‘속도전’의 명분을 주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진정한 균형발전은 물리적인 덩치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지방정부가 자생력을 갖추도록 중앙의 권한과 재정을 실질적으로 이양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둘째, ‘규모의 경제’라는 환상을 넘어 ‘국가 차원의 행정체계 개편’ 틀 안에서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대전시와 충청남도는 덩치를 키우면 경쟁력이 생긴다는 ‘규모의 경제’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구체적인 실증 데이터 없이 단순 수치를 합산한 장밋빛 전망에 불과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막연한 통합이 아니라, 타 지자체(대구-경북 등)의 논의 흐름과 연동하여 국가 전체의 행정체계 효율성을 따져보는 거시적 안목이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대전이 가진 고밀도 도시로서의 문제와  충남의 농어촌 기반 지역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의 성격이 판이하다. 서로 다른 문제를 가진 두 지역을 기계적으로 결합했을 때 발생할 비효율과 부작용에 대해 학계와 전문가들의 치열한 검증이 선행되어야 한다.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의식한 ‘치적 쌓기’ 경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셋째, 실패한 담론의 답습은 ‘미래의 가능성’마저 파괴한다.

우리는 ‘양치기 소년’의 우화를 기억해야 한다. 그동안 정치권은 필요에 따라 메가시티, 행정통합 등의 의제를 던졌다가 흐지부지하기를 반복했다. 이번 논의마저 정치적 계산에 의해 졸속으로 추진되다 실패한다면, 향후 정말로 통합이나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 왔을 때 시민들은 더 이상 정치권의 제안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협력의 경험도 중요하다. 현재의 행정 체계 안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연계와 협력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데, 행정 간판만 바꾼다고 시너지가 생길 리 만무하다. 작은 협력의 성공 경험을 축적하여 신뢰를 쌓는 것이 순서다. 준비되지 않은 통합은 청사 소재지, 예산 배분 등을 둘러싼 지역 간 극심한 갈등만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넷째, 시민 없는 통합은 민주주의의 후퇴다. 투명한 정보 공개와 공론화가 우선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이 모든 과정에서 주권자인 ‘시민’이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296개 조항에 달하는 방대한 ‘통합 특별법안’은 통합시장의 권한 확대와 각종 예외 조항을 담고 있음에도, 시민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조차 없었다. 통합이 주민의 삶에 구체적으로 어떤 득실을 가져오는지에 대한 정보 제공과 숙의 과정, 그리고 주민투표와 같은 직접적인 의사 확인 절차 없는 대전-충남 통합 추진과정은 명백한 비민주적 행정이다.

가장 먼저, 정치권 주도의 일방적 논의를 중단하고 ‘민·관·정 및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론화 기구’를 즉각 구성해야한다. 단체장의 의지로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행정통합의 필요성과 기대효과, 그리고 부작용에 대해 전문가들이 치열하게 논쟁하고 검증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먼저 열어야 한다.

행정통합을 선거용 카드로 활용하지 말고, 국가 차원의 균형발전 로드맵 속에서 대안을 모색해야한다. 특정 정치세력의 이해관계를 떠나, 국가 전체의 행정 효율성과 지방 분권의 관점에서 타당성을 검토해야한다.

무엇보다도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 토론회와 주민투표 등 시민의 자기결정권이 보장되는 절차를 선행하라.

 

2025년 12월 18일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