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사람의 만남이 아름다운 도시로,

열린시대 새 지방자치를 만들어갑니다.

우리단체 성명논평

[입장] 행정통합, 경쟁과 속도가 아니라 숙의와 토론이 필요하다.
  • 관리자
  • 2026-01-13
  • 217

 [입장] 경쟁과 속도가 아니라 숙의와 토론이 필요하다.

 



최근 대전충남 통합 논의에 이어, 광주전남 통합까지 전 국토에서 행정통합을 중심으로 혼돈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구체적인 밑그림도 없이 ‘5극 3특’이라는 구호 아래 내용없는 행정통합을 밀어붙이고 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그동안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에서 투명한 정보 공개와 주민 의견 수렴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지난 1월 9일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의 타운홀 미팅과 같은 날 있었던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더 큰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대전시당 타운홀 미팅에서는 통합 시 인구가 500만 명까지 늘어날것이라는 근거 없는 장밋빛 주장만 난무했을 뿐, 구체적인 특별법안의 내용이나 실현 방안은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인식이다. 지난 9일, 이재명 대통령은 광주·전남 행정통합과 관련해 주민투표보다는 시·도의회 의결을 중심으로 속도전을 주문하며, “주민투표는 불필요한 소요를 만들 수 있기에 시·도의회 의결 방식으로 속도감 있게 추진해달라”고 발언했다는 언론보도 까지 나왔다.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로 약속했던 ‘국민주권정부’이자 ‘자치분권’의 모습인가?

첫째, 이재명 정부의 ‘5극 3특’ 공약은 행정통합이 아니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당시 ‘5극 3특’ 체제 구축을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국정과제 자료에 따르면, 5극 초광역권(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의 실현 방안은 명백히 “특별지자체 설치·운영”이었다. 특별지방자치단체는 지방자치법 개정에 따라「지방자치법」 제199조에 따라 2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가 고유의 법인격을 유지하면서 특정 목적을 위해 광역적으로 사무를 처리하는 ‘연합’의 형태다. 이는 대다수 국민과 전문가들이 이해한 5극 3특의 본질이었으며, 행정구역을 물리적으로 하나로 합치는 ‘행정 통폐합’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이다. 그리고 2024년 12월 충청광연엽합(대전, 충남, 충북, 세종)이 출범하여 초광역 교통망을 중요 과제로 운영중이었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은 갑자기 국정과제의 본래 취지인 ‘광역 경제 연합’ 슬그머니 지우고, ‘행정통합’만이 유일한 해법인 양 호도하고 있다. 만약 5극의 실현 방식이 처음부터 행정통합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면, 왜 정부 출범 초기 6개월 동안은 통합 논의에 소극적이었는가? 준비된 로드맵이 있었다면 왜 지금까지도 주민들에게 통합의 구체적인 비용과 편익, 행정 구조의 변화를 설명하지 못하는가? 국정과제인 ‘특별지자체 출범 지원’ 을 슬그머니 ‘행정통합’으로 바꿔치기하여 주민을 혼란에 빠뜨리는 행위는 명백한 대국민 기만이다.

둘째, 주민투표를 ‘불필요한 소요’로 치부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이재명 정부는 123대 국정과제를 통해 “시민참여와 숙의공론 활성화”를 약속했다. 또한 국가 주요 의제별로 공론화 위원회를 구성하고 숙의 공론을 진행하여 정책 결정의 정당성을 제고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리고, “주민자치권 확대”를 위해 주민투표와 주민소환제를 개선하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행정구역을 변경하고 주민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행정통합’이라는 중차대한 사안 앞에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주민투표를 ‘불필요한 소요’라고 규정했다. 이는 국정과제에서 스스로 천명한 “숙의공론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통합 실현” 이라는 목표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주민투표를 부담스러워 하는 이유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통합지자체장을 뽑는다는 일정에 맞추기 위함이다. 행정 통합의 가능성만큼, 그 우려도 제기되는 중차대한 문제를 주민을 배제하고, 정치인들끼리 ‘속도전’으로 처리하겠다는 발상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관치 행정’과 무엇이 다른가.

셋째, 전 국토의 ‘특례 남발’은 지속 가능한 균형 발전 모델이 아니다.
현재 추진되는 통합 논의의 핵심 논리는 ‘통합하면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고 특례를 준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에도 3개의 특별자치도에 맞춤형 특례를 부여한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대전-충남을 비롯해 대구-경북, 광주-전남, 부울경까지 모두가 통합하고 모두가 ‘특별법’을 통해 특례를 받는다면, 그것이 과연 ‘특례’로서의 효력이 있는가?

전 국토가 특별법과 예외 규정으로 누더기가 된다면 법적 안정성은 무너지고, 국가는 ‘특례 쟁탈전’의 장으로 변질될 것이다. 진정으로 지방분권을 원한다면 찔끔거리는 시혜성 특례나 1회성 재정 지원을 미끼로 통합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국정과제에 명시된 대로 “(가칭)제3차 지방일괄이양법 제정” 과 “자치입법권 강화” 를 통해 보편적인 지방자치 역량을 키우는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

숙의 민주주의와 풀뿌리 민주주의를 걸림돌로 치부한다면, 속도전으로 진행된 통합의 기대효과를 달성 할 수 없을 것이다. 중앙 정부가 지자체간 통합 속도 경쟁을 붙이며 ‘놀라울 정도의 지원’이라는 미끼를 던지는 것이 아니라 행정구역 개편을 포함한 지방균형발전과 지방분권에 대한 로드맵을 가지고 충분한 숙의를 진행할 것을 촉구한다.
 

 

2026년 1월 13일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