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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합당엔 ‘당원의 뜻’ 찾으면서, 행정통합엔 ‘주민 패싱’?
민주주의를 입맛대로 취사선택하는 이중잣대를 규탄한다
지난 2월 2일, 김민석 국무총리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정당 간 합당 논의에 대해 “민주적으로 시작하지 않으면 과정도, 결과도 민주적일 수 없다”며 뼈 있는 말을 던졌다.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정치 공학적 결합이 얼마나 위험한지 경고한 것이다.
대전 지역 국회의원들 역시 비슷한 주장을 이미 하고 있다. 페이스북을 통해 장철민 의원(동구)은 1월 22일, “당의 운명을 깜짝쇼로 진행할 수 없다”며 정당한 소통과 절차의 생략을 질타했고, 같은 날 장종태 의원(서구) 또한 같은 날 “속도부터 내자는 방식은 당원들을 불안하게 한다”며 “합당이든 연대든 당원의 동의 없이 갈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특히 박정현 의원(대덕구)은 1월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당의 모든 결정은 당원으로부터 나온다”고 전제하며, “당의 중대 사안은 무엇보다 당원의 의사가 존중되는 구조 속에서 진행되어야 하기에, 당의 주인인 당원의 뜻을 먼저 확인할 것을 요청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우리는 시민의 투표로 통해 선발된 지역 국회의원들의 발언에 구구절절 공감한다. ‘깜짝쇼’는 안 되고, ‘속도전’은 위험하며, ‘주인의 동의’ 없는 결정은 무효라는 논리는 지극히 타당하다. 그러나 우리는 그 올바른 논리가 왜 대전-충남 행정통합이라는 중대한 지역 현안 앞에서는 감쪽같이 사라지는지, 오히려 더 후퇴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대전과 충남에서 벌어지고 있는 행정통합 논의야말로 장철민 의원이 비판한 ‘깜짝쇼’이자, 장종태 의원이 우려한 ‘속도전’의 전형 아닌가?
박정현 의원에게 묻는다. “정당의 모든 결정이 당원으로부터 나온다”면, “대전시의 모든 결정은 시민으로부터 나와야 한다”는 명제는 왜 외면하는가? 당의 주인이 당원이라면, 지역의 주인은 주민이다. 당원의 뜻은 하늘처럼 받들어야 하고, 주민의 뜻은 묻지 않아도 되는 하찮은 것인가?
국회의원들은 정당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지키기 위해 당원의 뜻을 물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렇다면 묻겠다. 대전 시민의 정체성과 자치권이 걸린 행정통합 문제는 주민에게 묻지 않아도 되는 사안인가? 당원은 ‘모셔야 할 주인’이고, 주민은 단체장과 정치인이 결정하면 따르는 ‘신민’인가?
자신들이 속한 정당의 문제에는 서슬 퍼런 잣대로 ‘절차와 민주주의’를 요구하면서, 정작 주민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행정통합에는 입장을 바꿔가며 속도전을 이어가는 행태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며 ‘선택적 민주주의’다.
정부와 지역 정치권에 강력히 요구한다. 당내 민주주의를 외치는 그 용기로, “주민의 뜻을 묻지 않은 일방적인 통합 추진 반대한다”고, “통합은 좋은 취지 만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이다.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이미 정당하게 대전시에 시민 공청회를 청구했으며, 주민의견 수렴 없는 통합은 더 큰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속도전이 아니라 차분한 논의와 주민 의견 수렴이 중요하다. 우리는 민주적 원칙을 취사선택하고, 당원주권을 외치며 주민주권을 무시하는 지역 정치권의 이중적인 행태를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당원에게 묻는 것이 상식이라면, 주민에게 묻는 것은 의무다.
2026년 2월 3일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