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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지방선거 대전지역 당선자 공약 분류 분석 결과 발표
— 교통·시설 건설 공약 과잉, 기후·평화·시민참여 공약 전무에 가까워 —
6·3 지방선거가 시작됐다. 대전여성단체연합,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대전충남녹색연합 그리고 대전시민이 함께 민선 8기 대전광역시 및 5개 자치구(대덕구·동구·서구·유성구·중구)의 공약을 확인했다. 공약의 다수는 도로를 놓고 건물을 짓겠다는 약속이 압도적이었고, 기후위기·성평등·평화·시민참여는 사실상 공약에 존재하지 않았다. 총 1,522건의 공약 가운데 기후정의 28건, 성평등 28건, 시민참여 20건, 평화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전체의 1~2%다.
이번 분석에서 공약 이행률을 별도로 점검하지 않은 이유는 공보물에 드러난 공약의 명확성 및 구체성이 매우 미흡하여, 특정 가치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구체적인 목적과 이행 방향이 없고, 재원 조달 계획 등을 제시하지 않는 수준의 공약 이행 여부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공약이 모호 할 수록 이행 여부 판단도 모호해질 수 밖에 없다. 책임을 묻기 어렵게 설계된 공약이 지방선거의 표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우리는 이행 여부보다 공약에 담긴 가치를 먼저 확인 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어떤 공약을 어떻게 이행했는지 이전에, 애초에 어떤 가치를 공약에 담았는지를 묻는 것이다. 기후위기·성평등·평화·시민참여가 공약에 없다면 이행을 하더라도 지역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는 무관한 공약이 반복 될 뿐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약의 분류, 가치를 먼저 확인한 이유다.
그렇기에 제9회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은 이 수치 앞에서 자신의 공약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민선 8기와 똑같은 공약을 들고 나온다면, 그것은 변화가 아니라 반복이다. 우리는 이번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단순히 시설을 짓고 도로를 놓겠다는 약속의 경쟁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선출직 공직자의 공약에는 오늘을 넘어 내일을 책임지는 관점이 담겨 있어야 한다. 기후위기에 응답하는 공약,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공약, 주민이 함께 결정하는 공약이 지방정치의 공약이 되야 한다.
이번 분류 대상은 광역시장·구청장·광역의원·기초의원이며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공보물을 수집하여, 공약을 분야별로 분류하고 분석했다.
해당 분류는 선출직 공직자가 어떤 분야에 얼마나 공약을 냈는지, 그 공약에 어떤 가치를 담으려 했는지를 시민과 함께 확인하기 위해서다. 공약은 후보자가 당선 이후 실행할 의지를 밝힌 약속이다. 어떤 분야에 공약이 집중되어 있는지, 반대로 어떤 분야가 비어 있는지를 살피는 것은 어떤 지역사회를 만들고자 하는지 확인 하는 일이다.
분야(대분류)는 경제(a)·문화체육관광(b)·행정복지(c)·공공시설(d)·의료(e)·교통(f)·교육(g)·주거/안전(h)·지방정치(i)·노동(j)·기타(n)의 11개로 구성된다. 각 공약은 성격에 따라 시설 신설(1)·시설 개선(2)·프로그램 및 제도(3)·입법(4)의 중분류로 다시 나눴다.
여기에 더해 공약이 기후정의·성평등·평화·시민참여라는 4개 가치 축에 해당하는지를 별도로 평가하였다. 건물을 짓고 도로를 놓는 공약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어떤 가치를 향해 나아가는지를 공약에서 확인 하기 위한 분류다.
기후정의의 기준은, 단순히 환경 보호라는 당위적 차원을 넘어 기후위기를 시민의 생존과 일상을 위협하는 폭염,재난,에너지 비용의 문제로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구체적으로는 기후 대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태계 파괴와 취약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생물다양성 보전을 포괄하는 정책인지, 시민들의 기본권 (이동권,주거권,환경권 등)을 보장하고 시민을 보호하는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설계가 있는지 기준으로 삼았다.
또한,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목표아래 전환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는 노동자와 지역, 그리고 사회적 약자(여성, 청년, 돌봄노동자 등)을 배려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지향하는지 확인하였다. 마지막으로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에너지 전환 및 온실가스 감축 계획, 탄소중립 실행 의지가 있는 공약인지를 기준으로 삼았다.
성평등의 기준은, 단순히 여성 인구 비율이나 출산·육아 지원 차원이 아닌, 성별 권력 불균형과 구조적 차별을 인식하고 이를 해소하려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성인지 예산 도입, 성별 영향 분석, 돌봄 노동의 사회적 인정, 여성폭력 예방 및 피해자 지원, 성평등 관련 조례 제정 등을 포함한다. 출산율 제고나 인구 정책의 수단으로서 여성을 바라보는 공약이 아니라, 불평등한 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공약인지를 기준으로 삼았다.
평화의 기준은, 전쟁·군사화에 반대하거나 평화적 가치를 지역 행정에 구현하려는 것이다. 평화교육 프로그램 도입, 반전·평화 관련 조례 제정, 국제평화 연대 선언, 군사시설 관련 주민 피해 해소 및 알권리 보장 등을 포함한다. 아울러 대전은 산내 골령골 민간인 학살 등 국가폭력의 역사를 지닌 도시다. 피해자 명예회복과 진상규명, 추모·역사교육을 통해 이 아픔을 기억하고 치유하는 것도 지방정부의 몫이다. 이에 대한 공약 역시 평화의 기준에 포함시켰다.
시민참여의 기준은 시민이 단순 행정 서비스를 받는 수혜자가 아닌 지역의 문제를 발굴하고 함께 결정하는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거나 공간을 여는 것을 말한다. 시민이 제안하는 공론화, 토론회 그리고 주민참여예산, 주민자치회 등 시민이 직접 참여해 정책을 제안하는 것이다.주민의 의견을 듣겠다 등의 선언적 문구, 단순 민원 응대는 시민 참여 공약이 아니며 시민이 정책 결정 과정에 들어오는 구조를 만드는 공약인지 기준으로 삼았다.
확인 결과 건설·인프라 중심 공약이 압도적이다. 문화체육관광(b)·교통(f)·주거/안전(h) 분야가 전 구 후보자들을 통틀어 상위권을 차지했다. 도로 개설, 철도 신설, 체육시설 건립, 재개발 지원 공약이 반복적으로 등장했으며, 신설과 개선 등 인프라 중심의 공약이 중분류의 다수를 차지했다. 유권자에게 눈에 보이는 변화를 약속하는 방식이 여전히 지방선거 공약의 문법으로 굳어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둘째, 의료·노동·지방정치 공약은 턱없이 부족하다. 전체 후보자 65명 가운데 의료 공약을 제시한 후보자는 극소수에 불과했으며, 노동 공약과 지방정치 자치·분권 관련 공약도 대부분 후보자에게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시민의 삶과 직결되는 공공의료, 일하는 사람의 권리, 지역 민주주의의 심화라는 의제는 지난 선거에서 주변부에 머물렀다.
셋째, 가치평가 4개 공약은 사실상 부재하다. 총 공약수 1,522건으로 기후정의 28건, 성평등 28건, 시민참여 20건으로 모두 1~2%에 불과했고, 평화 공약은 전 공약을 통틀어 단 한 건도 확인되지 않았다. 특히 가장 많은 공약을 제시한 광역시장 공약에서 기후정의·성평등·평화·시민참여 4개 항목이 없는 것은 지속가능한 도시, 시민의 안전 등이 우선순위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후위기는 이미 일상의 문제다. 성평등 없이 지속가능한 공동체는 없다. 인권과 평화의 감수성은 지방정치의 수준을 결정한다. 주민이 정치의 주체가 되는 시민참여는 지방자치의 존재 이유다. 그러나 지난 선거 공약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가치들은 여전히 선거, 공약에서 등장하고 있지 않다.
우리는 이번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어떤 공약을 내세우는지 계속해서 점검할 것이다. 더 많은 후보자들이 기후정의·성평등·평화·시민참여의 가치를 공약 안에 담아내는 변화가 이루어지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2026년 5월 11일
대전여성단체연합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대전충남녹색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