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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 없는 청년창업 재탕 말고, 청년의 삶을 지킬 안전망이 필요하다 N
  • 관리자
  • 2026-08-12
  • 27

검증 없는 청년창업 재탕 말고, 청년의 삶을 지킬 안전망이 필요하다

 

민선9기 허태정 대전시장이 청년특별시라는 구호 아래 청년창업 지원 확대를 새 임기 청년정책으로 다시 내걸었다. 그러나 허태정 시장이 민선7기 재임 당시 추진한 청년창업지원카드 등 기존 창업지원 사업에 대해서는, 선정자들이 이후 폐업했는지 생존했는지, 대전에 계속 정착했는지에 대한 추적조사가 단 한 차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청년창업지원카드 사업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약 10억 원의 예산으로 연평균 280여 명을 선정해왔으나, 담당 기관은 "기타 지원 기업의 폐업, 휴업 및 생존율 조사 등은 자료 없음"이라고 스스로 명시하고 있다. 성과를 추적하지 않은 사업을 근거도 없이 다시 확대하겠다는 것은 정책이 아니라 재탕에 불과하다.

 

추적조사 없는 사업의 반복 편성은 그 자체로 문제다. 행정이 5년 동안 같은 이름의 사업에 매년 예산을 편성하면서도 그 결과를 단 한 번도 확인하지 않았다면, 이는 사업의 존속 여부를 판단할 최소한의 근거조차 갖추지 못한 것이다. 국가데이터처 기업생멸행정통계(2023년 기준)에 따르면 대전 지역 창업기업의 5년 생존율은 34.6%로 전국 평균 34.7%와 사실상 차이가 없다. 창업 초기 지원 정책이 지역 창업기업의 생존율을 전국 평균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특별한 효과를 냈다고 볼 근거는 확인되지 않는다. 효과가 없다고 단정하는 것이 아니라, 효과를 검증할 자료 자체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검증하지 않은 채 반복 편성하는 행정, 그리고 검증하지 않은 채 재차 공약으로 내거는 정치, 둘 다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창업 기회'보다 '재도전 여건'이 지역 정주성의 핵심이다. 청년 창업 지원의 목적이 지역 정주 청년 인구 확보에 있다면, 정책의 초점은 창업을 시도하는 청년의 수를 늘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실패한 청년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있어야 한다. 창업은 실패할 수 있고, 실패 이후에도 그 청년이 대전에 남아 재도전하거나 다른 방향으로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지가 정주성을 좌우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청년창업 지원사업은 신규 창업자 선정과 초기지원에 그쳤을 뿐, 폐업 이후의 재도전 지원, 실패 경험에 대한 낙인 완화, 재창업·재취업 연계와 같은 사후 여건과 문화 조성에 대한 고민은 확인되지 않는다. 새로운 창업펀드나 벤처기업 육성 목표를 내걸기 전에, 실패한 청년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여건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부터 답해야 한다.

 

창업이 아닌 청년 일자리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난 민선 7기 대전시는 2021년 기준 청년취업희망카드(연 82.6억 원)와 청년창업지원카드(연 10.1억 원)를 통해 총 92.7억 원을 구직활동비와 창업 초기 운영비 명목으로 청년 개인에게 직접 지급해왔다. 그러나 지급 이후 취업 성공 여부, 창업 생존 여부에 대한 체계적인 추적조사 없이 편성되다가 일몰 됐다. 검증되지 않은채 창업 등을 지원하는 방식이 지역 정착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청년의 이력에 실제 경력으로도 남지 않게 됐다. 이러한 정책이 일자리 창출 및 지역 정주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이 92.7억 원을 실제 고용계약에 기반한 청년 일자리 지원사업으로 전환할 경우, 2026년 대전시 생활임금(시급 12,043원, 월 209시간 기준 월 251만 6,987원) 기준으로 인건비의 80%를 시가 지원하고 나머지 20%를 참여 기업·단체가 자부담하는 구조로 설계하면, 단순 추계로 연간 약 383명의 청년에게 실제 고용관계에 기반한 일자리를 지원할 수 있다. IT 분야 일자리, 제조업 기반 일자리, 공익활동형 일자리 등 분야를 나누어 배치함으로써 특정 업종에 편중되지 않는 다양한 경력 경로를 제공하고, 청년이 자신의 진로에 맞는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민선9기 청년정책이 먼저 해야 할 일은 청년창업 확대가 아니다. 민선7기 청년창업지원카드 등 기존 창업지원 사업의 폐업·생존·정주 여부를 전수 추적조사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우선이다. 청년이 지역에서 실제 경력을 쌓는 일자리로 전환하고 지역에 남을 수 있는 방향을 설계해야 한다. 청년의 정주성은 창업 지원 하나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대전시에 촉구한다. 검증 없는 사업을 되풀이하는 대신, 일자리부터 주거·돌봄까지 청년의 삶 전반을 지탱하는 안전망을 청년과 함께 준비해야 한다.

 

2026년 8월 12일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