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정부여당의 금융실명제 보완 방침에 대한 우리의 의견(1997/03/10)]
정부와 신한국당은 강경식 경제부총리 취임을 계기로 금융실명제를 전면 개편해 사실상 백지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하자금의 양성화에 초점을 맞춰 자금출처 조사 면제 범위 확대 , 비실명 장기채권 발행 등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사항도 언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에 접하여 금융실명제의 포기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어 우리의 의견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현재 검토되고 있는 지하자금 양성화와 산업자금으로의 흡수라는 논리에 대하여 국민들은 깊은 우려를 갖고 있습니다. 검은 과거를 들추지 않음으로써 과연 얼마나 많은 돈이 양성화될 것인가 라는 실효성으 측면에서도 회의적입니다.
금융기관 예치금액 가운데 실명확인을 거치지 않은 금액은 2%가 채 안되고 합의차명계좌에 있는 돈도 최소한 분리과세는 됨으로 엄밀한 의미에서 지하자금은 아닙니다. 금융기관 밖에서 피해다니고 있는 돈들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투기나 고리 사채에 맛들인 돈의 생리로 보아 산업자금으로 투자될 가능성은 없다고 보여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하자금의 양성화를 위해 금융실명제를 백지화하자는 명분은 그 실효성이 없는 주장 입니다.
나아가 현재 어려운 경제가 마치 금융실명제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보는 듯하여 더욱 염려스럽습니다. 한국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고비용 저효율의 구조적 문제점을 금융실명제로 덧칠해서 넘길 수는 없습니다.
한보철강 부도 사태에서 보듯이 엄청난 규모의 비자금을 통한 부정부패가 고비용저효율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보부도사태로 취임한 새로운 내각과 여당이 검은돈을 차단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여 경제를 회생하여야함에도 불구하고 엉뚱하게 금융실명제의 보완을 주장하는 것을 우리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검은돈의 세탁을금지하고 검은돈으 추적을 용이케하도록 더욱 금융실명제를 강화하고 나아가 부패방지법을 제정함으로써 경제의 위기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부정부패는 한 사회를 좀먹고 사회구성원의 조화롭고 균형된 삶을 해치는 가장 큰 사회악의 하나로 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전 세계는 부정부패를 추방하고 선진사회로 도약하기 위한 움직임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부모의 촌지에서부터 정-경유착의 검은 비리까지 크고 작은 부정부패가 꼬리를 물고 반복되는 우리사회는 점점 더 깊숙한 부패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뒷돈없이는 살 수 없는 사회, 부정부패가 일상화된 사회는 더 이상 희망이 없습니다. 부패추방을 위한 강력한 제도의 필요성은 이미 폭넓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부패방지법의 타당성은 국회의원 과반수가 그 필요성을 인정할 만큼 여러 경로를 통해 증명되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금융실명제의 백지화 대신에 이 법안이 이번 기회에 반드시 입법화 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요청 드립니다.
한보사태는 군사정권이래 누적되어 온 권력형 부정부패가 척결되기는커녕 현 정권하에서 오히려 확대재생산되어 왔음을 증명함으로써 민주주의와 사회정의의 확립을 바라는 국민의 한결같은 열망을 원천적으로 배반한 것입니다. 이로써 우리 국민은 사회를 지탱하는 기본적 가치인 민주주의와 사회정의가 송두리째 위협당하는 국면에 처해 있음을 확인하며 그 어느 때보다도 큰 위기감을 안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기구 전반의 도덕성에 대한 회의가 점증하고, 사회의 통합적 권위가 상실되기에 이른 오늘의 위기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어떤 기술적 수습책에 앞서 사태의 본질과 핵심에 대한 분명한 규명을 전제로 국민의 민주주의와 사회정의에 대한 여망을 수용하는 가시적 조치를 통해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갖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금융실명제의보완을 빌미로한 백지화가 진행되어서는 절대 안됩니다. 이는 김영삼대통령의 개혁이 끝났음을 스스로 밝히는 일입니다. 어떻게 보면 김영삼 정부의유일한 치적인 금융실명제를 임기내에 버리는 일이 된다는 점에서도 금융실명제의 백지화는 절대 있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 우리의 요구 ---
1.금융실명제 백지화 중단하라!
1.부패방지법 제정하여 부정 부패 추방하라!
1997. 3. 10
대전기독청년협의회 회장 장순국
민주주의민족통일대전충남연합 의장 이장호
참여자치대전시민회의 대표의장 황정기
통일맞이 대전충남겨레모임 상임의장 김선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