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공영선거제의 도입(1997/05/16)]
완전한 공영선거제의 도입
金濟善(참여자치대전시민회의 사무처장,35세)
한보특혜비리 사건으로 정경유착과 금권 선거의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남으로써 정치제도 개혁이 다시 논의되고 있다. 고비용의 정치구조와 관행을 더 이상 계속 되어서는 안된다는 국민적 합의에 밀려 시작한 여야의 이번 논의는 또다시 유야무야되서는 안된다. 국민들이 바라는 정치개혁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고비용 정치구조의 개혁을 위해 현재 시행되고 있는 통합선거법, 정치자금법, 정당법이 본래적인 구실을 다 할 수 있도록 만들라는 것이다.
고비용 정치구조 개혁의 첫번째 과제는 완전한 공영선거제도의 실시가다. 각종 선거의 출마자들은 기탁금만 내고 모든 선거비용을 국가가 부담 함으로써 거액의 정치자금의 필요성 자체를 없애자는 것이다. 공영선거제를 통해 후보자 개인의 지출은 엄격히 차단하고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관리가 이루어진다면 권력자의 보상을 전제로 하는 음성적 정치자금(뇌물)을 차단할 정치자금 수요 관리는 성공할 수 있다. 대규모 장외 유세와 조직을 이용한 선거에 드는 엄청난 비용을 텔레비젼 연설과 토론회로 대체하는 등 선거 자체를 국가가 투명하게 관리하는 공영선거제도의 완전 실시는 고비용정치구조 개혁의 첫 번째 과제다.
그러나 완전한 선거공영제 실시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정치자금 수수나 불법 선거가 엄격히 차단되지 못한다면 국민의 부담으로 금권 선거만 조장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실제 정당에 대한 기탁금만 기명으로 내도록 되어 있고 정치인 개인에 대해 조건이 붙지 않은 돈은 무한정 받아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도로 되어있는 현행 정치자금법이 바로 그 함정이다.
완전한 공영선거제도는 모든 정치자금을 실명화하며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토록하는 정치자금 실명제의 실시를 필요로한다. 음성적으로 정치인 또는 정당이 자금을 수수했을 경우에는 엄격하게 처벌하는 한편으로 피선거권과 공무 담임권을 자체를 장기간 제한하고 공직선거의 당선 자체를 무효화함으로써 불법정치자금을 받는 사람에 대한 엄벌주의가 도입되어야 한다. 또한 정경유착과 권력형 비리의 뿌리에는 기업의 정치 자금이 있어 왔다는 점에서 정치자금 공급자의 측면에서 기업의 정치자금 기탁 자체를 금지하여야 한다. 이렇게 정치자금 실명제를 실시한다면 정치인의 정치자금은 자신을 지지하는 다수의 소액 후원인을 통해 조달하는 풍토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주요 재벌과 기업체들이 여당의 재정후원자로 등록하여 정경 유착의 단서를만들어가는 현행 지정 기탁금제도가 폐지되어야함은 물론이다.
무기명 정치자금 제도의 장점보다 그 폐해가 너무 뚜렷하게 드러났고 완전공영선거제도가 도입된다면 현실적 형평성만 내세워 정치자금 실명제를 거부하지 않을 것으로 우리는 믿는다.
그러나 이러한 구체적 정치개혁에 대한 논의에는 전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지난 대선자금에 대한 진실 규명이 앞서야 한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이제 지난일은 덮어두고 앞으로 잘하자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 속에는 정치 개혁의 대상이 정치개혁을 주도하게 해달라는 억지가 숨겨져 있다. 지난 대선자금에 대한 진실 규명만 이루어 진다면 그 대책의 수립은 너무나 손쉽다는 상식을 부정하고 진행하는 정치 개혁은 21세기 한국의 미래를 어둡게할 것이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길 수는 없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