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되어야할 정략적 사면 경쟁(1997/09/02)]
중단되어야할 정략적 사면 경쟁
金濟善 (참여자치대전시민회의 사무처장)
며칠사이에 전두환, 노태우 씨의 사면 논의가 공론화되어 급기야 김영삼 대통령 임기중 사면이 기정 사실화되고 있는 것에 우리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적 죄인이 풀려날 아무런 조건과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는데 이들을 풀어준다는 것은 친일파 척결에 실패했던 것과 같은 또 한 번의 역사적 과오이기 때문이다.
두 전직 대통령 사법처리는 민주시민들을 대량 학살하고 정권을 탈취한 군사반란과 내란을 응징한다는 시대 정신과 국민 의지가 투영되어 있다. 따라서 이들의 사면이 정치적 흥정거리가 되어서는 안된다. 정치권에서는 대구·경북 지역 표를 겨냥하여 전·노씨 사면을 주장하는 모양이나, 전국적인 민심은 압도적으로 무조건 사면에 반대라는 여론 조사결과가 나와 있다.
시민을 무고하게 학살하고 내란을 획책하여 총칼로 정권을 탈취한 사람들을 벌주는 일을 흐지부지해서는 나라와 사회에 기율과 기강을 세울 수 없다. 그런 나라에서는 화합과 통합도 이룰 수 없고, 사회 정의는 간 곳 없어진다. 그러기에 김영삼 대통령은 여권의 정권재창출이라는 정권안보에 역사를 희생시키려는 어리
석은 사면 결정을 내려서는 안된다. 정치권이 사면에 대한 근거로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이른바 동서화합이나 국민통합도 정략적인 이유로 급조된 사면에 의해서는 결코 달성될 수 없다.
대다수 국민들은 법원이 사법적 판단을 한 뒤 얼마 되지 않아 정치권에서 사면을 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이회창 신한국당 대표)고 알고 있으며, \"잘못을 사죄해야 용서할 수 있다\"(김대중 국민회의 총재)는 상식을 갖고 있다. 정략적인 전·노씨 사면 논의는 단연코 중단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