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없는 지방 자치를 극복 할 때(1997/06/25)]
주민없는 지방 자치를 극복 할 때
김제선 (金濟善, 35세, 참여자치 대전시민회의 사무처장)
지방행정에서 자치행정으로 전환되었다지만 참여행정, 주민참여 활성화가 여전히 지방자치 정착의 핵심과제로 되고 있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민선자치 2주년 평가다. 중앙집권적인 행정체제속에서 지역 주민들은 지역사회의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이 아니라 국가발전을 위한 국민의 한 구성원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2주년이 경과한 민선자치에서도 주민은 지방행정의 고객으로 모셔졌을 뿐이지 주인, 참여의 주체로 자리잡지는 못했다. 자치단체장들이 행정의 경영화, 지역개발의 가속화 등에 초점이 맞추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무리한 경영수익 사업의 추진, 집행부와 의회의 갈등, 선심행정, 개발사업 남발 등의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중앙정부로부터 지역의 자주권이 일정하게 확대되었지만 있지만 지방자치의 본질이라고할 시민참여가 제자리 걸음이었기에 여러 갈등과 부작용이 나타났다면 이제 시민 참여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방자치의 발전은 곧 자치역량 자체의 발전을 요구한다. 주민참여의 활성화를 통해 자치역량을 발전 시키는 자치단체와 의회가 필요한 것이다. 자치행정의 정책결정과 집행의 전과정에 시민 참여를 보장하고 시민 참여를 통해 결정된 정책에 대해 집행부와 시민이 함께 책임지는 참여행정을 펼칠다면 지방자치의 부작용의 상당부분은 극복될 수 있다.
참여행정에 대해 일부에서는 정책결정의 지연과 혼란등 부작용을 염려하지만 참여를 통한 시민 합의는 정책 집행에 추진력과 탄력을 붙여주고 정책의 사전 보류 및 사후 보완을 통하여 시행착오를 예방해준다. 나아가 사회적 갈등과 이해 분쟁을 조정하게 만들어줌으로써 자치행정의 투명성, 합리성, 중립성을 보장해 준다. 행정의 모든 과정의 절차를 규정하고 이러한 절차에 다양한 시민참여를 의무화하는 행정절차조레는 이런점에서 시급히 제정되어야 한다. 아직도 지방자치에 대한 주민참여의 제도 자체가 빈약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공통적으로 높은 주민 욕구를 따라가지 못하는 지방재정 형편 때문에 만성적인 행정 공급 부족문제에 부닥뜨리고 있다. 이런 행정 공급 부족 문제도 결국은 참여행정을 통해 시민의 권리와 책임의 조화의 훈련을 통해 극복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관련법 개정이 없이도 가능한 주민 참여 확대 조례의 제정은 시급히 이루어져야한다. 정보공개조례,행정절차조례,시민감사청구조례,시민옴부즈만 설치 운영에 관한 조례, 주민청원활성화에 관한 조례 따위가 대표적이다.
일부에서는 참여행정을 부족한 자치권한을 확대하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자치권한이 확대와 동시에 자치역량 성숙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자치권한이 지역 토착 유지들의 정치적 무기로 전락하여 더 큰 폐해를 낳는 다는 점을 놓치고 있다.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도 시민참여 활성화에 일차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시민들도 우리지역의 문제는 내가 결정한다는 자치의식, 참여 의식을 높일 때 지방자치 정착은 앞당겨질 것이다.